하우시스 웃고 인터내셔널 울고, 계열사 실적 희비…태생적 한계 해결 위해 전사적 사업 구조 전환 필요
#LX그룹의 2분기 실적 살펴보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X하우시스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9485억 원에서 올해 2분기 9385억 원으로 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6억 원에서 494억 원으로 무려 776% 급증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LX하우시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150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LX하우시스의 2분기 실적은 예상을 크게 뛰어 넘은 셈이다.
LX하우시스의 실적 개선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꼽힌다. LX하우시스 스스로도 “매출은 주택매매 거래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소폭 줄었지만 폴리염화비닐(PVC) 등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 건축용 고성능 단열재 판매 증대, 북미 지역을 비롯한 해외 사업 수익성 개선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LX하우시스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LX하우시스의 영업이익은 2021년 704억 원에서 2022년 149억 원으로 79%나 줄었다. 또 LX하우시스는 지난해 117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LX하우시스가 지난 몇 년간 700억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은 고꾸라졌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LX하우시스에 대해 “매출이 늘어난 데서 알 수 있듯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며 거래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셈”이라며 “올해 들어서는 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매출은 줄어도 수익은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LX하우시스가 실적 반전을 이뤄낸 반면, LX그룹의 또 다른 한 축인 LX인터내셔널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5조 20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3조 4404억 원으로 31% 줄었고, 영업이익은 2894억 원에서 1292억 원으로 55% 감소했다. LX인터내셔널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6562억 원, 965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영업이익 6000억 원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X하우시스 실적 개선폭이 무색할 정도로 LX인터내셔널의 타격이 큰 것이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X인터내셔널에 대해 “수출입 시장 부진으로 물류 부문 매출액이 전년 대비 40.8% 감소하면서 외형 축소를 이끌었다”며 “트레이딩 및 자원 부문 역시 석탄 시황 부진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LX인터내셔널은 원자재를 조달하고 운송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하락은 LX인터내셔널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2분기 985로 지난해 2분기 4208 대비 4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SCFI는 상하이거래소에서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의 스팟 운임을 반영한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LX하우시스는 수혜를 입고, LX인터내셔널의 실적은 하락하는 구조다.
#미래 위해 범 LG그룹 의존에서 벗어나야
LX그룹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LX그룹의 불안 요소는 다름 아닌 LG그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X그룹 매출에서 범 LG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LX세미콘의 지난해 LG디스플레이 매출 의존도는 56.7%에 달한다. LX인터내셔널 자회사인 LX판토스도 LG전자와 LG화학 매출 의존도가 56.3%에 이른다.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은 LX인터내셔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액정디스플레이(LCD)가 LX인터내셔널의 주요 거래 품목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덤핑 공세에 LCD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제조사인 LX세미콘도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LG전자의 글로벌 TV 판매량은 올해 1분기 4625만 대로 2009년 이후 1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LX세미콘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5992억 원에서 올해 2분기 4545억 원으로 24% 줄었고, 영업이익은 1096억 원에서 78억 원으로 무려 93% 감소했다. 이에 LX세미콘은 매출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LX세미콘 관계자는 “거래선을 확장하면서 시장을 넓혀왔고,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실적이 개선된 LX하우시스도 GS건설과의 거래 규모가 큰 회사다. GS건설은 최근 철근 누락 논란을 겪으면서 실적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LX하우시스도 주요 거래처인 GS건설 사태의 여파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LX그룹은) 계열분리에 나섰다고 하지만 태생이 LG그룹이었고 각 기업들은 모두 타 계열사에 물품, 용역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사업구조 자체가 옛 LG 계열사들과 얽혀 있어 이제는 ‘옆집’이 된 타 기업 실적에 울고 웃어야 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X하우시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X그룹이 태생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에서의 사업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LX그룹도 신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친환경 발전 관련 역량 증진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수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경영권을 인수했다. LX인터내셔널은 2차전지 핵심 광물인 니켈 투자도 추진 중이다. LX하우시스는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 부문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LX그룹 관계자는 “LX그룹은 올해 주력 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사업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보다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중장기적으로 메가 트렌드 분야 중심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신재생 에너지·친환경 소재·자동화 기술 등 각 계열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성과 창출에 매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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