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 물러났지만 여전히 경영 참여 모양새…다우키움그룹 “절차상 유지, 연내 퇴임할 듯”
다우키움그룹에 따르면 김익래 전 회장은 다우데이타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지주사 격인 다우데이타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익래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30일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돼 현재까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익래 전 회장은 지난 5월 회장직과 키움증권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두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김익래 전 회장이 사실상 경영에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발단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였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SG증권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맺은 국내 증권사는 이를 개인 전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개인 전문투자자가 선택한 종목을 증권사가 대신 매매하는 방식으로 개인 전문투자자는 차익을 가져가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겼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거금의 2.5배를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가가 기준선 이하로 하락하면 추가 증거금을 납입해야 한다.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지난 4월 주가 하락에 대한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한 투자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8개 종목에서 급락 사태가 발생했다. 다우데이타도 그중 한 곳이었다. 5만 원대였던 다우데이타는 주가는 폭락 사태를 맞은 후 현재까지 1만 3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논란은 주가 폭락 전 김익래 전 회장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다우데이타 주식을 대거 처분해 600억 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발생했다. 김익래 전 회장이 당시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던 키움증권은 SG증권발 주가 폭락 당시 반대매매 물량을 가장 많이 내놓은 증권사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김익래 전 회장이 키움증권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사전에 주가 폭락 징후를 보고받고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익래 전 회장이 승계에 발생하는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지주사 역할을 하는 다우데이타 지분 가치를 낮추려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다우데이타 지분을 대거 시장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다우키움그룹은 김익래 전 회장의 아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차기 승계 후보자다. 김동준 대표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이머니를 통해 다우데이타 지분 31.56%를 확보했지만 김익래 전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 23.01%에 대한 승계 지분이 남았다.
김익래 전 회장은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지만, 사정당국은 키움증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검사와 수사 요원을 투입해 키움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다우데이타의 주가는) 사실상 회장의 재산과 관련된 내용이기도 하지만 CFD 계약을 맺은 키움증권의 리스크와도 맞닿아 있다”며 “이와 관련된 내용이 키움증권 사내이사이자 회장이었던 김익래 전 회장에게 사전에 보고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김익래 전 회장이 키움증권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가 사임한 것은 6월 19일, 이에 대한 등기는 같은 달 27일 마쳤다. 김익래 전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면서 검찰의 키움증권 압수수색을 대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목이다.
키움증권 측은 “5월 사과문 발표 직후 김익래 전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또 1차 검찰 수사 대상에는 김익래 전 회장이 포함되지 않아 당시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것과 검찰 수사는 무관하다”며 “행정 절차에 따라 6월에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김익래 전 회장이 다우데이타 기타비상무이사로서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정족수를 채워야 해서 후임을 구하고 있다”며 “연내 김익래 전 회장의 사임 절차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검찰 수사력이 김익래 전 회장에게 집중되고 있어 관심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검찰은 키움증권 본사 압수수색만 진행했던 1차 수사 때와 달리 2차 수사에서는 김익래 전 회장의 자택과 김동준 대표 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한편, 김익래 전 회장의 친형 김 아무개 씨도 SG증권발 주가 폭락 전 15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처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김 씨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금융당국은 김 씨가 김익래 전 회장에게 미공개 정보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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