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허가 신청 아직, 개발허가 연장도 미뤄진 상황…LG생활건강 “구체 사업 계획 내년 돼야 알 수 있을 것”
#제조 허가 신청, 당초 계획보다 지연
2010년 6월 울릉군은 울릉도 추산용천수 샘물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추산용천수는 화산 활동으로 생긴 울릉군 북면 나리분지 지하에 있는 지하수가 지표면으로 솟는 물이다. 울릉군은 2013년 11월 처음 샘물 개발 허가를 받았다. 2017년에는 샘물 개발 민간사업자로 LG생활건강을 선정했다. 2019년 1월 울릉군과 LG생활건강은 합작법인인 (주)울릉샘물을 세웠다.
울릉군의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울릉샘물은 올해 3월 먹는샘물 개발을 위한 인력을 채용하고, 5월에 먹는샘물 제조 허가 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아직 울릉샘물의 제조 허가 신청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와 경상북도청 측은 “울릉샘물의 제조 허가 신청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릉군청 한 관계자는 “여러 행정 절차를 거치고 있고 공장 내부 사정 등의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제조 허가 신청이) 늦어지고는 있다.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먹는샘물은 샘물을 먹기에 적합하도록 물리적으로 처리해 제조한 물이다. 먹는샘물 제조업을 하려면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먹는샘물 제조 허가를 받고 싶은 곳은 먹는샘물 제조시설 설비명세서, 제조공정 설명서, 취수정별 취수 예정량, 취수정설비명세서, 취수정의 형성상태 촬영 TV 카메라 검층 필름, 배수시설 명세서, 수질오염방지시설 명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관할 시·도는 서류를 검토하고 현지 확인 후 제조 허가를 내어준다.
울릉샘물은 제조 허가와 별개로 먹는샘물 개발 연장 허가도 받아야 한다. 경상북도청에 따르면 울릉샘물 개발 허가 유효기간은 오는 11월 11일까지다. 환경부는 샘물을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해 개발 허가를 받도록 한다. 샘물 개발 업체가 개발 허가를 연장하려면 환경영향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 환경부는 샘물 개발 업체가 환경영향조사를 5년에 한 번 실시토록 하고 있다. 샘물 개발로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해로운 환경을 줄일 방안을 제시하라는 취지다.
개발 연장 허가를 원하는 업체는 1일 채수한도량을 채수함으로써 발생한 지하수위강하 등 피해 여부, 감시정·취수정의 수질 상태, 적정채수량을 채수할 때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의 내용을 담은 환경영향조사서를 개발 허가가 만료되기 6개월 전까지 관할 시·도에 제출해야 한다. 사업지 관할 지방환경청은 현지 확인을 통해 환경영향심사를 진행한다. 이후 관할 시·도가 개발 연장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개발 연장 허가를 위한 환경영향심사 역시 늦어지는 상태다. 울릉군청 다른 관계자는 “대구지방환경청과 전문위원들이 울릉도에 들어오려고 했는데 수해 탓에 일정이 미뤄졌다. 아직 다음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측은 “울릉도에 들어가려면 배편을 예약해야 하는데 호우 때문에 연기했다. 환경영향심사위원들도 휴가철이라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심사를) 조속히 개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울릉샘물은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부터 한 차례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2021년 11월 환경부가 울릉샘물 사업이 수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수도법 제13조는 누구든지 수돗물을 용기에 넣어서 다시 판매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울릉샘물이 수돗물이라고 판단했다. 수돗물은 수도시설을 거쳐 공급되는 원수와 정수를 말한다. 울릉군은 수돗물 원수 취수 관로를 상수원보호구역 밖에서 분기(관로를 Y자형으로 교체)해 먹는샘물 원수를 확보하면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후 울릉군은 감사원에 사전컨설팅 감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은 별도의 관로를 통해 공급된 용천수를 이용해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판단했다. 울릉샘물 입장에서는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견고한 생수시장 점유율, 울릉샘물 향한 엇갈린 전망
LG생활건강은 사업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은 (주)울릉샘물 설립 당시 500억 원을 출자하며 (주)울릉샘물 지분 87.03%를 확보했다. 지난 7월 27일 LG생활건강은 200억 원 규모의 (주)울릉샘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LG생활건강 지분율은 87.44%로 높아진다. 향후 사업이 개시된 후 LG생활건강의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도 있다. 울릉군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울릉군은 울릉샘물 지분 13%를 유지하기로 했다. 울릉샘물 사업에서 적자가 날 경우 울릉군은 더 출자하지 않고 LG생활건강이 증자를 하거나 출자키로 했다.
울릉샘물 사업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삼다수’가 20년 가까이 40%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생수 시장에선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도 생각보다 높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자회사 해태htb를 통해 ‘강원평창수’ 생수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강원평창수의 점유율 3.8%에 그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비소매·업소용 제주삼다수 유통을 한 경험이 있어 향후 울릉샘물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LG생활건강의 먹는샘물 사업 확대와 관련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출을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분기 기준 LG생활건강의 생수 등 음료 사업 부문 매출은 24.9%다. 같은 기간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각각 41.7%, 33.4%다. 올해 2분기 주력 사업 부문인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지난해 2분기 대비 8.5% 감소한 7805억 원, 영업이익은 24.9% 감소한 7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제조 허가 신청은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제조 허가 신청) 일정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울릉샘물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내년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릉군 측은 “공장은 준공됐다. 내년에는 울릉샘물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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