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민주당의 혁신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여기서 민주당 혁신위원장인 김은경 위원장이 ‘노인 폄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미래가 짧은 분들’에 대한 언급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는 해당 사태가 벌어진 이후 문제에 대해 논하려고 한다.
정치판에서 튀어나온 언급으로 국민 상당수가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면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 사과하면 될 일을 사과하지 않으면서 자꾸 자신의 ‘발언 의도’를 설명하려 드는 순간, 정치는 사라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란 설명을 통해 이루어지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설명한다고 해서 이를 이해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이 생각한 해당 발언에 대한 해석을 발언 주체의 설명을 듣고 바꾸는 국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초기 혁신위는 대변인까지 나서서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사과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혁신위가 출범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 대부분이 정치권 인사가 아니었다. ‘신선한 시각’ 그리고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는 뚝심’으로 민주당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비정치인들 중심 혁신위는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타나는 행동들을 보면, 기존 정치인들보다 오히려 한술 더 뜨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가장 큰 특징은 사과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잘못했으면 인정하면 될 것을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버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내려올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버티기 달인들이라는 말이다. 이런 멘탈은 ‘사과하는 순간, 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비정치인들이 모인 혁신위라면 자신이 말한 의도가 어떻든 수용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당장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그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사과했다. 또한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이런 태도는 ‘한국형 정치인’으로서 손색이 없다.
여기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두 번째 특징이 나온다. 바로 타이밍을 놓친다는 점이다. 사과의 타이밍을 놓쳐 일을 크게 만들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이런 ‘K정치인’들의 속성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 마지막 한국 정치인의 특징으로 ‘남 탓’을 들 수 있다. 혁신위도 자기들이 발언해 놓고 국민의힘을 탓했다. 그렇기에 이럴 바엔 차라리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이 이러니 혁신위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거나, 아니면 당의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혁신위는 이런 신뢰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혁신이 불가능하다. 또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혁신위를 구성한 이유 중 하나는 지지층 외연 확장이다. 그런데 김은경 위원장의 언급을 보면 혁신위는 지지층 외연 확장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저는 문재인 대통령 때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부원장으로 임기를 마치는 과정이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고 지칭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윤석열이라고 불렀다. 이런 언급은 지지층의 외연 확장이라는 혁신위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러니 혁신위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제 혁신위를 만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답할 차례다. 비록 자신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당을 위해 할 일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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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