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준석 ‘헤어질 결심’, 최경환·우병우 영남 출마 가능성…‘카르텔’ 구호와 ‘징계’로 보수 결집 총력
#유승민·이준석 결심만 남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쓴소리를 해온 유승민 전 의원은 8월 2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 “대통령이 공천권을 100%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한테 공천을 주겠냐”며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다른 길을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유 전 의원은 7월 19일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며 “총선이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굉장히 중요한 계기인데, 미력하고 작은 힘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 백지상태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의 유 전 의원이 이와 같은 비슷한 취지 발언을 연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새로운 길’로 수렴할 결심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날을 더욱 세우고 있다. 헤어질 결심의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7월 3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놓고 “방송 전반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권의 나팔수, 하수인이 되는 방송을 만들고 나서 총선을 치르겠다는 말”이라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법정구속된 데 대해선 “대통령께서 선택적 침묵을 하고 계시다”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대통령 친인척 관련 불법·부패는 성역 없이 수사 받도록 하겠다’ 정도의 이야기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윤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풍수지리가의 육군참모총장 관저 방문 의혹 등도 언급하며 야당급 비판을 내놨다. 그는 “윤 대통령이 2년째 특별감찰관 임명을 안 하고 있다”며 “모든 걸 투명하게 하고 대통령 친인척·대통령실 직원들이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항시 받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친윤계에선 유 전 의원을 향해 탈당을 외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당을 떠나라는 것이다. 이는 유 전 의원의 헤어질 결심이 실제 결행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모임이라고 밝힌 단체는 8월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유 전 의원의 징계 및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유 전 의원은 방송에 나가 대통령과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자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등 노골적으로 민주당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긴밀한 관계인 이준석 전 대표도 8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신당 창당, 탈당 후 무소속은 거의 똑같은 거라서 그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발언, 언제라도 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조합’을 개설했다. 이를 두고 친정과 거리를 두는 본격적인 독자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국민의 정과 망치가 되어 여의도 정치 재건축을 이루겠다”며 유튜브 채널 개설 목적을 밝혔는데, 개설하자마자 1만여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이 전 대표는 첫 번째 올린 영상에서 북한 방송 국내 개방 필요성을 얘기했는데 ‘북한 방송이 김정은 우상화가 심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종합편성채널은 우상화 안 하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당내에서는 유승민 이준석 계열과는 이제 같이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바른정당·새로운보수당 등을 만들어 탈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출해본 사람이 또 가출한다”는 경험칙과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게 상당수 의원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안철수 의원이 나서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품어야 한다. 원팀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강도 높은 요구로 들리기보다는 의례적 수준으로밖에 청취되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8월 3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 전 대표, 유 전 의원과 윤석열 정부가 함께 갈 수는 없냐’는 질문에 “같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도저히 국힘당(국민의힘)은 안 되겠다’며 신당 창당까지 생각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고까지 전했다. 물리적으로 신당 창당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말은 윤 대통령이 생각이 다른 사람과 같이 갈 마음이 없다는 의미로 읽혔다.
#친박 무소속 출전, 그 파괴력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압도적인 영남권 일부 기초단체장들은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내년 봄 탄생하는데, 국민의힘이 아닌 친박 무소속 후보자가 혹여 당선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본인 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경북 경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고향인 경북 영주·봉화·울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대구 달성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구체화돼 나돌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조만간 사면복권 대상이 될 경우, 고향인 대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당으로서는 수도권 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친박 인사들을 원칙적으로 공천 배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만약 이들이 공천에서 떨어지면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치권 전망이다.
여당이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속으로 전전긍긍하는 것은 이들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영남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지만 지명도 높은 인물이 나오면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경남 양산 공천을 못 받은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 국민의힘 공천 후보를 꺾은 사례도 있다.
더욱이 대구 달성은 윤석열 정부 핵심 인물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역구여서 유영하 변호사가 이곳을 노크할 경우 여당의 총선 전선에 큰 혼란이 날 수도 있다. 여러 사전 여론조사에서 자칫 예상치 못한 데이터가 나온다면 전국적으로 친박 무소속 연합 형태의 후보 난립도 우려된다.
한때 친박계로 친박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던 유승민 전 의원은 7월 13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친박계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친박을 했던 사람들 중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정치적으로 사면복권되신 분들이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진영 결집으로 이탈 무력화
여권은 보수 총력 결집을 위한 세몰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이권 카르텔 타파’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의 간판 구호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권 카르텔 타파는 국민들에 대한 수용성이 좋고 선명성도 높아 효과가 가시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다. 또 보수 집결에도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당이 강력한 징계 전략을 통해 내부 결속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전 최고위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해 징계가 내려졌다. 징계가 가볍지도 않았다. 홍 시장은 10개월, 김 최고위원은 1년, 태 전 최고위원은 3개월씩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특히 경징계가 예상됐던 홍 시장의 경우 이례적이란 반응이 많았다.
강한 징계 정국을 만들어내는 것은 진영 강화를 위한 ‘원팀·원보이스 전술’로 보인다. 여소야대 체제를 뒤집으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똘똘 뭉쳐서 가야 하는데 흩어짐을 조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구도가 강하게 작동한다면 현 여권에서 이탈 대열이 나온다고 해도 정당성이 부여되기보다는 배신 프레임이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권 핵심부는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당의 주류가 이탈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에게 회유를 통한 주저앉히기 전략을 쓸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내년 총선은 현 정부 평가 성격이 강한데, 이렇게 되면 여야 일대일 구도가 나타나고 3지대 형성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탈이 점쳐지는 당내 세력이 쉽게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당 내부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친윤계에선 집단 이탈이 일어날 경우의 수도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에 대한 동조 그룹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대표적인 당내 유승민 계열로서 유 전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구을)까지 계승한 강대식 의원이 당 최고위원으로 여권 지도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등 이탈을 만들어낼 세력 규합이 이미 차단됐다고 본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 친박 무소속의 당선 가능성 자체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선거는 ‘바람’이고 정치는 ‘생물’이다. 여권 내에선 섣부른 안심 모드는 금물이라고 환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어떤 변수가 발생해 이탈 세력이 그룹화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기 때문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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