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마트서 구매한 흉기 휘둘러 14명 다쳐…이수정 “조현병 환자들과는 범죄 양상 달라”
#부모 차 몰고 보행자 향해 돌진…4명 다쳐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피의자 최 아무개 씨는 8월 3일 오후 5시 50분께 부모 소유의 경차를 몰고 AK프라자 분당점 앞 도로에서 보행자를 향해 돌진했다. 차량에 부딪혀 다친 시민은 총 5명. 이 가운데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아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 나머지 4명 가운데 남성은 2명, 여성은 2명이다. 60대 중반 여성은 심정지 상태에서 분당차병원으로, 20대 여성은 의식 저하 상태에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는데 둘 다 뇌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로 돌진한 차량이 연석을 들이받아 운행이 불가능해지자 최 씨는 차에서 내린 뒤 2층 출입구로 향했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직원은 “차가 연석에 끼어서 움직이지 않자, 차가 굉음을 낼 정도로 피의자가 엑셀을 밟았다”며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피의자는 2층 중앙 입구 오른쪽 문으로 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피의자의 옷차림새에 대해 “영상에서 나왔던 것처럼 피의자는 검은색 후드티와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구를 향한 피의자는 허리춤에 있던 흉기를 꺼내면서 당당히 걸었다”며 “피의자가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당시 모습은 정반대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날 마트에서 구매한 흉기 휘둘러 9명 다쳐
하루 전 서현역 인근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흉기를 든 최 씨는 오후 5시 59분께 2층 입구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뒤 최 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 시계탑 광장으로 이동해 흉기를 재차 휘둘렀다. 최 씨의 칼부림에 다친 피해자는 총 9명으로 남성은 4명, 여성은 5명이었다. 피해자 중에는 보안요원 1명도 포함돼 있었다.
흉기 난동이 시작되자 AK프라자 측은 매장 안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했다. 그리고 현장에 투입된 보안요원은 총 9명이었다고 AK프라자 관계자가 밝혔다. 보안요원들은 최 씨의 흉기 하나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 씨는 2층으로 향하면서 허리춤에 있는 또 하나의 흉기를 꺼냈다.
최 씨가 긴급체포된 시각은 오후 6시 5분께였다. 흉기 난동을 벌이던 최 씨를 피해 달아나던 목격자 2명이 서현역으로부터 약 300m 떨어진 서현지구대로 들어와 “피의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 근무를 하고 있던 A 경장은 곧바로 밖으로 나갔고 최 씨의 팔을 꺾고 넘어뜨린 뒤 체포했다. 체포 당시 최 씨에게는 흉기가 없었는데, 화분 뒤에 흉기를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은 혼비백산 그 자체였다. 일부 목격자들은 사건 발생 직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고 2층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는 모습, 닥터헬기가 동원된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게시됐다.
다음 날인 4일 AK프라자 측은 사건을 목격한 직원들 대다수는 정신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아 출근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AK프라자 관계자는 “안내방송에 따라 수많은 시민들이 매장 안으로 대피했다”며 “순식간에 여러 사람이 다쳤고, 흉기에 찔린 시민들의 출혈이 심한 상태여서 지혈을 하느라 보안요원들이 피의자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현병 환자들과는 전혀 달라”
최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살인하려 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자신에게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최 씨는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며 정신의학과 진료에서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간이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으며, 음주 상태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최 씨가 조현병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를 일축하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서현역 사건은 조현병 환자들의 범행과는 상당히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우발적이고 현장에 흉기를 떨어뜨리고 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흉기를 사전에 준비하고 도주하는 와중에 화분 뒤에 은닉하고 가기까지 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과학수사대를 동원해 현장 감식을 마친 경찰은 그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그리고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는 최 씨를 상대로 이날 중 2차 피의자 조사를 벌여 범행 동기 등 명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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