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회기 중 표결 관측 속 ‘10월 퇴진설’ 뒤숭숭…비명계뿐만 아니라 친명계 이탈 가능성 예의주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이번 체포동의안의 표결 타이밍엔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8월 16일 시작되는 국회 임시회의 기간 중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체포동의안을 놓고 표결 또는 부결,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민주당의 처지를 계산에 넣은 행보로 읽힌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제출할 두 번째 체포동의안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는 “대장동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용도변경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제1야당 대표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면서 “여론 역시 늘어지는 사법리스크 국면에 피로도를 느끼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적으로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대정부·대여 투쟁 메시지가 결집되려고 할 때마다 사법리스크가 투쟁 메시지를 희석하는 경우가 많아 당내에서도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첫 번째 체포동의안이 올라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번복(관련기사 ‘3자’와 ‘직접’은 천양지차…‘이화영 진술 번복’ 체급 달라진 이재명 사법리스크)이 쌍방울 대북 속공 수사의 불씨를 당긴 데 이어 백현동 용도변경 의혹도 두 번째 체포동의안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8월 3일 백현동 의혹 수사 상황과 관련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의 소환조사 가능성을 구체화했다. 일각에선 체포동의안 표결 당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스모킹 건’을 꺼낼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설’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8월 영장설과 10월 퇴진설이다. 검찰 수사 속도와 향후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8월 영장설은 현실화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혁신위의 1호 혁신안 ‘불체포특권 포기’를 받아들인 데다 첫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민주당 내홍 불씨를 당겼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2 영장청구 국면’이 상당히 파급력 있는 정치적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에선 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것보다 가결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에선 비명계뿐 아니라 친명계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앞선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 기명투표를 거론하지 않았느냐”면서 “이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투표를 했는지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어떤 의원이 어디에 표를 던졌는지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명투표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친명계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뒤를 잇는다.
그는 “어차피 비명계 쪽에선 지도부 눈치를 크게 보지 않을 것을 가정해보면, 기명 투표를 했을 때 친명계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 눈치를 볼지, 국민 눈치를 볼지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서 “첫 번째 체포동의안 당시 발생했던 이탈표에 플러스 알파가 두 번째 체포동의안에서 나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민주당에선 향후 도래할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친명계 주도 표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비명계보다는 친명계 관리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퇴진설은 뒤숭숭한 민주당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재명 대표가 10월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퇴진할 가능성을 언급한 10월 퇴진설은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입에서 나왔다.
장 소장은 7월 2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10월에 퇴진할 것으로 이미 생각을 하고 있고 K 의원을 당대표로 밀기 위해 의원 40여 명을 다 지금 하나의 뜻으로 모았다”고 주장했다. K 의원은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소장이 띄운 10월 퇴진설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7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라시 수준 소설”이라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7월 31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 대표는 퇴진하지 않는다”면서 “(10월 퇴진설은) 픽션이자 지어낸 이야기”라고 했다.
장 소장은 8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지난 금요일(7월 28일) 민주당 관계자가 말해준 것”이라면서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도 맞다고 인정해서 (10월 퇴진설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자신이 주장한 10월 퇴진설이 허구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10월 퇴진설 발단이 된 민주당 관계자가 누구인지 함구한 장 소장은 “(이 대표가) 10월 사퇴는 못한다”면서 “김이 샜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정치적 결단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줘 민주당에 국민적 관심과 눈길을 돌리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는데 김이 샜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8월 영장설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10월 퇴진설이 민주당 내부를 휘젓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10월 퇴진설이 비명계를 달래기 위한 친명계 의도가 있다는 이야기라는 소문부터 특정 정치인이 의도적으로 퇴진설을 흘렸다는 소문도 있다”고 귀띔했다.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 퇴진을 요구해왔던 비명계를 달래려는 차원에서 10월 퇴진설이 친명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후폭풍으로 인해 당이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향후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면서 “모든 시나리오에 민주당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숨어있는 양상”이라고 했다.
신율 교수는 “민주당 내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결표가 나오는 시나리오에서 체포동의안은 결국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엔 욕은 욕대로 듣고 가결은 가결대로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 의원 전체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지는 시나리오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평소에 민주당이 주장했던 ‘정치 탄압 프레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간에 잠깐 회기를 중단한 뒤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시나리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이 경우엔 이재명 대표 한 사람으로 인해 회기를 끊었다 간다는 점에 대해 비판론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모든 시나리오에서 민주당이 사법리스크 후폭풍을 감당해내야 하는 흐름”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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