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반도체 지정해 상표 출원…3년간 출원한 초전도체 특허 3건은 제3자에 의해 심사 보류 가능성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퀀텀에너지연구소' 'Quantum Energy Research Centre' 'QCentre' 'QE' 등 상표를 특허청에 8월 3~4일 출원했다. 한글 상호와 영문 상호, 영문 상호 약자 등 상표를 등록해달라고 특허청에 신청한 것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표를 출원할 때 지정한 상품 내용을 보면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초전도체 상용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상표권은 지정상품에 대해서만 보호되기 때문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정상품은 송전선용 재료 및 판매업, 반도체 제조용 원료물질 및 판매업 등이다. 실제로 초전도체는 전류가 흘러도 전기저항이 발생하지 않아 장거리 무손실 송전, 고성능 반도체 제작 등에 활용이 기대된다. 초전도체의 반자성을 활용한 자기부상열차는 지정상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08년 7월 회사를 설립한 지 15년 만에 회사 이름 상표를 출원했다.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7월 22일 공개한 LK-99 논문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자 혹시 모를 상표권 분쟁 예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내로남불'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홈페이지에 삼성SDI,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대기업을 파트너사라고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작 다른 회사 상표는 무단 도용한 셈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의혹을 해명하지 않고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상표 출원 결정에는 초전도체 특허를 두고 분쟁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7월 31일 특허청에는 2020~2022년 출원된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초전도체 특허 3건에 대한 정보제출서가 각각 접수됐다. 정보제출서는 특허가 등록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정보를 제3자가 특허청에 제공할 때 제출하는 문서다.
정보제출서는 경쟁업체가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보제출서를 누가 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정보제출서는 익명으로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로서는 갑작스러운 관심에 곤혹을 느낄 수 있다. 그간 경험과 극명히 대비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최근 LK-99를 둘러싼 공방과 논란은 전 세계로 확산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른바 '초전도체 테마주'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사실을 알렸을 땐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 세 달 전인 지난 4월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작성한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 개발을 위한 고찰' 논문이 발표됐다. 내용을 보면 7월 22일 공개된 논문과 큰 차이가 없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 4월 논문에서 이미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기준에 LK-99가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LK-99 제조 방법도 공개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였던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사실을 한국연구재단에 1년 전 보고했다. 권 교수는 2022년 6월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한 '새로운 초전도 물질 개발을 위한 저자기장 영역 마이크로파 흡수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벤처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최종보고서에 해당 벤처기업이 퀀텀에너지연구소라고 적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구계획서에는 "초전도 물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 교수는 해당 연구로 3년간 현금 총 2억 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이에 앞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20년부터 초전도체 관련 특허 4건을 순차 출원했다. 이 중 2020년 7월 출원한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화합물의 제조방법 및 그 화합물' 특허는 특허청 심사를 거쳐 2022년 5월 등록됐다. 다만 특허는 새로운 아이디어만으로도 등록될 수 있어서 특허청이 초전도체 개발을 인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초전도체 특허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도 1년 전 시작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상온, 상압 초전도 세라믹화합물 및 그 제조방법' 국제특허 두 건을 2022년 8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 출원했다. 또 퀀텀에너지연구소는 7월 22일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화합물' 발명 특허를 우선 심사해 달라는 서류를 특허청에 제출했다. 해당 특허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2021년 12월 출원한 후 심사 단계에 있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 3월 말부터 초전도체 사업화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퀀텀에너지연구소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3월 30일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사업목적에 기초 유기화학 물질 제조업, 기타 기초 무기화학 물질 제조업, 그 외 기타 전기장비 제조업 등을 추가했다. 기존 사업목적은 물리·화학 및 생물학 연구 개발업, 전기·전자공학 연구 개발업, 무형 재산권 임대업 등이었다. 개발에서 제조로 사업 범위를 확장한 셈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사업목적을 추가한 건 2008년 설립 이후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음 날인 3월 31일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 개발을 위한 고찰' 논문을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접수했다. 뒤이어 4월 4일 특허청에 LK-99 상표를 출원했다. 공교롭게도 퀀텀에너지연구소 사업목적이 추가된 3월 30일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3월 30일부터 이어진 퀀텀에너지연구소의 행보에 권 교수가 이견을 보였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일요신문은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권영완 교수에게 상표 등록과 특허 정보제출서, 사업목적 추가 등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8월 2일 기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공식적인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만 밝혔다. 권 교수는 8월 3일 이메일로 "(학계 검증을)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연구 외적인 부분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아껴왔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최근 언론에 "LK-99 검증 대응 외에 다른 이야기는 자제하고 있다"며 "과학적인 부분 외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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