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변질·소비기한 경과 적발 불구 매장 숫자도 파악 못해…식약처 “전국 단위 일제 점검 시행”
전국에 무인 매장이 몇 개가 있는지 현재 집계된 바가 없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품자동판매기영업 현황으로 무인 카페 수는 유추해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식품자동판매기영업 형태로 신고된 업소는 3만 6966개소다. 올해 무인 카페의 업종 분류는 기존 식품자동판매기영업에 더해 휴게음식점이 추가됐으나 무인‧유인으로 분류해 집계된 통계는 없다. 업계에서는 무인 매장이 전국에 약 10만 개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무인 카페는 휴게음식점, 자동판매기영업으로 등록된 경우가 있는데 아이스크림이나 밀키트 무인 매장은 자유업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현장을 직접 나가보지 않고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무인 매장이 이처럼 증가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스템이 확산한 데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며 인건비 부담이 커진 이유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인 매장이 많아진 이유는 인건비가 가장 크다”며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 매장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키오스크 등 무인 시스템을 이용해 본 경험이 증가했고, 예전에는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면서 직접 계산하는 것을 불편해했다면 이제는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많이 줄어들어 무인 매장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무인 매장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위생 관리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 매장 특성상 상주하는 관리자가 없는 데다 여러 점포를 한 점주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위생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무인편의점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위생교육이나 재고 관리 교육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무인 매장들은 대부분 영세한 프랜차이즈 업체들로 위생 교육을 받고 점포를 개업한다든지,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5월 식약처가 전국의 무인 카페, 아이스크림‧밀키트 등 무인 판매점과 식품을 조리‧판매하는 편의점 총 4359곳을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중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12곳을 적발해 관할 기관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적발된 12곳은 소비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보관‧판매(10곳)했거나 영업장 면적 변경을 신고하지 않았고(1곳),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곳(1곳)도 있었다. 또 무인카페 등에서 운영하는 식품자동판매기 음료류 132건을 수거해 세균수, 대장균 등을 검사한 결과 세균 수 기준이 부적합한 1곳을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소비자원도 무인매장에서 판매하는 밀키트‧과자‧생선회‧육회 등 35개 식품의 안전성과 표시사항 등을 조사한 결과, 육회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다. 또 무인 밀키트 판매점에서 판매하는 불고기 제품의 버섯‧파‧양파 등의 재료가 변질되거나 소비기한이 3개월 이상 지난 식품을 판매한 무인 과자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비용 등을 이유로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하는 무인 판매점 업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과 함께 무인 매장의 특성을 고려한 관리 감독 체계나 관련법이 없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종우 교수는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을 폐기하면 그만큼 손해니까 모른 척하고 놔두는 모럴헤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무인 매장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식품위생 교육을 받도록 한다든지 위생 관리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별로 지자체 관할 안에 있는 무인 매장에 대한 식품 위생 상태나 제품 순환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무인 매장 특성을 고려한 점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인 카페의 경우) 영업 허가와 위생 점검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위생 점검에 대한 식약처의 지침이 없다”며 “최근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는 무인 카페 등은 상주하는 관리자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위생이 취약할 수 있다. 규정을 현재 상황에 맞게 법과 지침을 수정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식약처 차원에서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는 무인‧유인 매장 모두 전국 단위 일제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며 “무인 매장이 점점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면서 유형별로 점검 방식을 세분화해 식품안전관리지침에 넣어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현재 식약처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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