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후보 4인 중 ‘윤석열 동문’ 허인 눈길…비공개 선언한 외부 인사도 관심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6일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윤종규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배턴을 넘길 때가 됐다”고 전했다.
윤종규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으로 취임해 2017년과 2020년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윤종규 회장은 취임 이후 회장과 은행장을 3년간 겸직하기도 했다. 그동안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합병했다.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도 인수해 비은행 사업을 강화했다. 윤종규 회장은 호실적을 이끌기도 했다. 취임 첫해인 2014년 당기순이익은 1조 4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7년 3조 원대로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렸다. 이어 2021년 4조 4096억 원, 2022년 4조 1217억 원을 달성했다.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윤종규 회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본인을 포함해 ‘셀프 연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용퇴 결정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한몫 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을 막고 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까지 모두 용퇴를 결정했다.
이번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9일 우리카드와 함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굿네이버스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며 “KB금융 회장 인선 절차가 업계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은근하게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대놓고 명예로운 용퇴를 종용한 것 같다”며 “사람 마음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4연임이 쉽지는 않은 분위기였는데 금융당국이 아예 차단한 셈”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예정대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회추위는 지난 8일 내부 후보자 4인과 외부 후보자 2인, 총 6인을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로 확정했다. 내부 후보는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다.
네 후보 중 허인 부회장이 눈에 띈다. 허인 부회장은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대통령의 1년 후배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울대 법대 출신 금융권 인맥이 드물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허 부회장이 다른 후보들보다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앞의 업계 관계자는 “만약 허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택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강조될 것이 자명하고 그런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며 “허 부회장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할 수 있다. 지금 정권이 아니었을 때도 은행장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허인 부회장은 ‘첫 3 연임 국민은행장’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2017년 국민은행장에 올라 4년간 은행을 이끌었다. 신한은행에 빼앗긴 ‘리딩뱅크(1등 은행)’ 자리를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외부 후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KB금융은 “외부 후보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향후 숏리스트를 6명에서 3명으로 압축 시 3명의 명단은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후보들이 관치·낙하산 후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익명 보장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NH농협금융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 출신인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이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우리금융도 후보 리스트에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포함되면서 그가 회장으로 확정될 때까지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KB금융의 역대 회장 명단을 살펴보면 정부와 함께한 흔적들이 존재한다.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회장은 1998년과 2000년 각각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국제금융분과위원회 위원, 증권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3대 회장인 어윤대 전 회장은 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회장을 맡은 바 있다. 윤종규 회장 전임인 임영록 전 회장은 제2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자금시장과장 등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2007년 7월 재정경제부 제2차관으로 활동했다.
회추위 관계자는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하다”며 “내∙외부 후보 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회추위는 오는 29일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를 진행한 후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후 9월 8일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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