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4일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TF’ 회의에서 “LH가 아직도 도덕적 해이, 전관 특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맞춰 놓겠다”고 발언했다.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정부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LH를 밑바닥부터 뜯어고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8월 9일 “LH가 존립의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LH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공주택지구전국연대대책협의회는 지난 8월 8일 “LH 퇴직자들이 설계, 시공, 감리 각각에 대거 포진해 현직들과 서로 눈감아준 것이 대규모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공기업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만큼 LH를 해체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LH는 2021년에도 임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 논의가 이뤄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실제 정부의 방침에 따라 LH의 정직원수는 2020년 말 7317명에서 올해 6월 말 6710명으로 607명 줄었다. 또 주요 부서장은 청렴도 검증을 거쳐 선발하고, 감사실장을 개방형 직위로 바꾸는 등의 혁신안도 마련했다. 이 밖에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당시 LH의 일부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하지만 LH 조직 분리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LH 조직 분리에 대해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법인을 분리하면 수익이나 이권을 놓고 각 법인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또 모회사-자회사 구조로 분리되면 자회사에 문제가 발생해도 모회사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지역 사회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LH 본사가 위치한 경상남도와 진주시 등은 지역 경제 등을 이유로 분리를 반대했다.
이번에도 LH 구조조정을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LH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크게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 시절 논의됐던 LH의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 분리는 이미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실패한 바 있다. 나머지 하나는 LH의 일부 기능을 분리하거나 해체한 후 다른 공기업이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문제는 LH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공기업이 현재 없다는 것이다. LH가 수행하는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공기업 간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LH의 직원을 감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LH의 경우 임직원 투기 사태 이후 직원이 크게 줄었는데 업무량은 각종 주택 사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며 “보통 공기업은 관리 업무를 주로 하는데 LH는 국토 개발도 중점적으로 하다 보니 일정 이상의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LH 구조조정 발언은 구체화되거나 힘을 얻는 상황은 아니다. LH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조직 개편이 단순히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LH를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해체하더라도 다른 기관이 LH의 현재 업무를 맡으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감사를 강화하고 비리에 대해 크게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도 LH 개혁과 관련한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LH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LH 구조조정 언급이 일종의 정치적 행보라고 해석한다. 실제 구조조정 의지는 없지만 LH를 비판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LH 사태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김현미·변창흠 두 전직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왜 이런 3불(부실 설계·시공·감리)이 횡행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LH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정치권이 효율성을 이유로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를 합병시켜 LH를 탄생시켰는데 이번에는 정치권이 LH 분사를 이야기한다”며 “LH가 잘못한 부분은 당연히 고쳐야 하지만 정치인이 LH를 공격하면 국민들은 좋아하는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안에서도 새는데…' 신뢰 잃은 LH 해외 사업도 암초 만나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LH는 지난 3월 파키스탄 내 슬럼지역 주거환경 개선과 연계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베트남 5개 지방성(박닌성, 타이빙성, 타잉화성, 하이즈엉성, 흥옌성)과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UGPP)’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 ‘LH 글로벌사업 추진을 위한 PPP(공공민간협력개발) 활용방안 연구’를 공개했다. PPP란 공공기관과 민간의 상호 협력을 통해 추진하는 사업을 뜻한다. 해당 보고서는 LH가 향후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선정하고, 해당 국가들의 PPP 관련 법·제도를 조사·분석했다. LH가 해외 사업 비중 확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LH토지주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에서의 투자사업 추진 시 재원조달을 위해 민간자본을 기반으로 혁신적·효율적 활용이 가능한 PPP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LH도 글로벌 투자사업 고도화를 위해 PPP 중심의 해외사업을 발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사업 추진체계의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사업 동력이 현재로서는 마땅치가 않다. LH는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2021년 이후 LH 직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해외 정부 입장에서 자국 정부에게도 신뢰를 받지 못하고, 관련 인력도 부족한 LH와의 선뜻 손을 잡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LH 해외 사업은 순탄치 않다. LH가 추진한 인도네시아 신수도 공무원 주택건설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LH가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한 최초의 PPP 사업이었다. 하지만 LH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건설투자자 모집에 실패했고, 결국 사업 중단 수순을 밟았다.
LH가 분위기 반전을 이끌지 못하면 앞으로도 해외 사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LH의 PPP 사업을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LH가 단독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LH토지주택연구원도 “해외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다른 사업과 비교해 한국 정부와 진출국 정부 간 협력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특히 많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