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 사진 게시하고 신림역 사건 언급 ‘수차례 범행 암시’…인공지능 심취해 활동명도 ‘스카이넷 설계자’
일요신문은 최원종이 중학생 시절 다녔던 학원과 그가 최근까지 거주했던 아파트, 최원종 부모가 거주한 아파트 등을 방문했다. 학원 관계자와 아파트 주민, 경비원들은 대부분 최원종에 대해 소란을 일으키는 등의 행위나 범죄 징후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런 오프라인에서의 평소 모습과 달리 온라인에서 최원종은 흉기를 든 사진을 올리고 범행을 암시하는 게재하는 등 반사회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프로그래머가 꿈…중학생 시절 정보올림피아드 입상
최원종은 과거 프로그래머를 꿈꿨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를 지망했다. 그리고 수학 등 이과 분야에 재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이었던 2015년, 정보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지역 예선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도 본선 대회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원종은 그 해 두 달 동안 컴퓨터 학원에 다녔다. 학원 관계자는 JTBC에 “되짚어 보면 평범하지 않았을까라는 그런 결론 외에는 어떤 것도 끄집어낼 수가 없다”고 최원종을 회상했다. 한편 해당 학원 홈페이지에는 최원종으로 등록된 게시자가 2014년 7월 23일, 소스 올리기 과제를 제출한 내역이 있다. 최원종과 동일 인물인지 동명이인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해 추가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학원 측은 거절했다.
최원종은 2015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특성화고 진학을 준비하던 최원종은 일반고로 진학했지만 고등학교 진학 이후 대인기피증 등 증세가 심해져 관계 형성이 어려워졌고 그 여파로 학교를 자퇴했다.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4년제 원격대학으로 진학한 최원종은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살면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최원종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치료를 받진 않았다.
#최원종 부모가 다녔던 성당에도 소문 퍼져
최원종은 서현역 인근 부모 공동명의의 아파트에서 홀로 거주했다. 최원종이 거주했던 곳 인근 주민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하거나 부재중이어서 증언을 듣지 못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KBS에 “어머니가 집에 왔다 갔다 했다”며 “어머니하고 트러블이 있었고, 최원종이 속을 좀 썩였다”고 전했다.
최원종이 홀로 거주했던 아파트 등기에 기록된 부모의 거주지는 이매역 인근 아파트였다. 기자는 8월 9일 아파트를 방문해 최원종 부모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부재중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최원종과 그의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같은 동의 한 주민은 “엄마들 사이에서 그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져서 주민 대부분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최원종 부모가 살지 않아서 그런지 불이 꺼진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최원종 부모가 살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많이 보진 않았다”며 “최원종이 본가를 두고 따로 살았던 탓인지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큰 소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원종 부모가 다녔던 성당의 신도들 사이에서도 그 사실이 다 알려진 상태였다. 성당 관계자는 “최원종이 범행을 저지르고 최원종 부모가 조사를 받은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신도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서 최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부모가 최원종과 관련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상담한 적이 있었는지 질문했으나 “그런 적이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여러 차례 범행 예고…이웅혁 “기관들이 간과해 아쉬워”
최원종은 오프라인에서 크게 문제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온라인에서 반사회적인 성향을 보였다.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한 최원종은 인공지능(AI)에 심취해 올해 초부터 ‘SKNT설계자(스카이넷 설계자)’로 활동명을 바꿨다. 스카이넷은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프로그램으로 등장한다.
최원종은 7월 25일 “회칼 정도로는 좀 부족하네”라는 제목과 함께 “40만 원짜리 무기 대량 주문함. 학살 전용 무력 강화에 돈을 쓰는 건 아깝지 않지”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같은 날에는 “신림역 살인사건과 스토커 발각, 두 사건을 기점으로 군사력 대폭 강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최원종은 7월 하순 회칼을 들고 있는 사진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 그리고 “밖에 나갈 때 30cm 회칼 들고 다니는 23살 고졸 배달원”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한 네티즌이 “신고 완료”라고 댓글을 남기자 최원종은 “밖에서는 ‘안 들고 다녀요’라고 말하면 끝”이라며 “15cm 넘는 회칼을 소지해도 합법이고 집에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처벌 못 한다”고 응수했다.
범행 전날인 8월 2일에는 “서현역 지하에 디저트 먹으러 가는 중”이라고 썼다. 이날은 최원종이 흉기 2점을 구입한 뒤 서현역에 갔다가 범행을 포기하고 돌아간 날이다. 같은 날 오전 8시 37분께 “이제 나 그만 괴롭히고 내 얘기 좀 들어보라”는 제목과 함께 “어차피 곧 이세계(異世界, 다른 세계를 뜻하는 단어) 간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같은 날 오전 9시 50분께에는 “내 인공지능, 이세계를 정복하는 희망적인 미래도 있었을 텐데”라는 제목과 함께 “꼭 이런 비극적인 집단 청부살인 엔딩으로 끝나야만 하였는가”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사회와 단절된 동시에 좌절감과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커진 것이 이번 범행의 원인”이라며 “중학생 시절에는 모범생이었으나, 어떠한 연유로 본인이 희망했던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친형처럼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해 좌절감이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범행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러 차례 예고했고, 한 네티즌이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고를 했음에도 기관들이 간과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최근 치안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다.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사회에 대한 분노가 극심해져서 생기는 범죄가 많아졌기에 정부 기관이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종은 8월 10일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이날 오전 최원종을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구속 송치했다. 최원종은 취재진의 질문에 “피해자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지금 병원에 계신 피해자분들은 빨리 회복하셨으면 좋겠다”며 “사망한 피해자께도 애도의 말씀 드리고 유가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피해자들이 스토킹 집단 조직원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최원종은 “간략히 말하자면 제가 몇 년 동안 조직 스토킹의 피해자였고, 범행 당일날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며 “집 주변에 조직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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