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주문 방식으로 일반투자자보다 변동성 대응 유리…9월 규제 시행 전 또 다른 테마주 급등락 유도 가능성
유안타증권 고경범 연구원은 일부 테마주의 급등락 배경을 알고리즘 매매로 의심하는 보고서를 8월 들어 잇따라 발간했다. 그는 지난 8월 8일 개인은 물론 외국인 매수로 상당 기간 급등하던 초전도체 관련주 주가가 불과 8분 만에 급락하며 조정이 마무리된 점을 주목했다. 또 거의 동시에 다른 중소형주의 주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가 나타난 점도 알고리즘 매매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통상 기관이나 외인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을 살 때 가격 변동폭을 최대한 줄인다. 하지만 2차전지 관련주나 초전도체 테마주는 단기간에 강한 매수세와 함께 주가가 급등했고 초단기간에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대규모 매도가 이뤄졌다. 주가를 끌어올린 세력이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규모 거래를 동시에 수행할 때는 알고리즘 매매가 적합하다.
알고리즘 매매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매매 주문이 이뤄지도록 한 거래 방식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활용돼 단시간에 대량 매매가 가능하다. 그만큼 짧은 시간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알고리즘 매매를 지원하기 위해 DMA(Direct Market Acces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MA를 이용하면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주문이 거래소에 전송된다. 일반투자자보다 민첩한 시장대응이 가능하다. 주문을 내고 취소하는 것이 일반투자자보다 빠르면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부당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DMA를 활용한 시세 조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계 메릴린치증권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미국 씨타델증권으로부터 약 80조 원의 거래를 수탁했다. 당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조사결과 메릴린치는 허수성 매수주문을 내 일반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한 후 높은 가격에 자신의 보유물량을 처분하고 기존의 매수주문을 취소해 2200억 원대의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메릴린치가 받은 처분은 한국거래소 제재금 1억 7500만 원, 증권선물위원회 과징금 118억 8000만 원 등 120억 원이다. 불이익보다 이익이 훨씬 컸다.
DMA가 차액결제계좌(CFD)와 결합하면 시세 조종은 훨씬 더 쉬워진다. 지난 4월 프랑스계 한국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물량이 출회되면서 일부 종목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실제 투자자와 투자자 명의가 다른 CFD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로 둔갑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시세 조종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한국거래소의 CFD 특별점검단은 지난 7월 CFD 계좌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CFD 계좌로 대규모 주식을 매수한 후 일반 위탁계좌를 활용해 주가를 높여 CFD 계좌 내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방식이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은 9월부터 CFD 잔고와 수익자 투자주체 현황을 공시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동안 CFD를 통해 DMA로 투자하던 이들이 정체를 드러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9월까지 기존 제도의 장점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알고리즘 매매가 2차전지와 초전도체에 이어 또 다른 테마를 형성해 주가 급등락을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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