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호화빌라에 유흥주점 꾸미고 운반책 모집…3개월간 21만명 동시투약분 들여온 일당 3명 구속
‘골든트라이앵글’은 태국과 라오스, 미얀마 접경지이자 동남아의 주요 마약 생산지로 한국 역시 여기서 생산된 마약이 주로 밀반입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골든트라이앵글 가운데 태국에서 생산된 마약류의 밀반입이 급증하고 있다. 필로폰과 야바가 대표적인데 2023년 상반기 태국발 필로폰 압수량이 무려 6만 9657g으로 전체 필로폰 압수량(16만 1550g) 가운데 무려 43.1%나 된다. 2019년 한 해 동안 압수된 태국발 필로폰 압수량이 5670g이었음을 감안하면 4년 만에 무려 1128%나 급증했다.
‘3대 동남아 마약왕’이 모두 검거되면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밀반입되는 마약류가 급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마약 밀수 세력만 바뀌었을 뿐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류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태국발 마약류의 밀반입이 급증했다.
이번 부산지검의 수사는 마약 운반책을 검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3월 25일 김해공항에서 마약 운반책 B 씨(31)와 C 씨(30)를 검거한 부산지검은 이들을 4월 13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필로폰 약 968g과 엑스터시 239정, 케타민 약 101g 등을 팬티에 숨긴 채 태국발 항공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입국했다.
4월 18일 부산지검은 태국에서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조직의 총책 A 씨(31) 인적사항을 특정하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 B 씨와 C 씨는 A 씨의 이름을 가명으로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적이진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검찰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통화내역을 분석해 사진을 감정하는 등 과학적 수사기법을 통해 A 씨의 인적사항 특정하게 된다.
관련 정보를 바로 대검 마약과에 전달한 부산지검은 지난 5월 9일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여권 무효화 및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완료했다. 그리고 바로 관련 정보는 ONCB(태국 마약청)에 파견 중인 검찰 마약수사관에게 전달됐다. 여기에 DEA(미국 마약청)가 입수한 A 씨의 태국 현지 정보가 더해져 본격적인 소재 추적에 돌입했다. ONCB, DEA 등과의 긴밀한 공조 수사를 통해 A 씨가 태국 파타야 소재의 은신처에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부산지검은 태국 이민국과 공조해 지난 6월 2일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2021년 12월 태국으로 출국해 약 1년 동안 생활하다가 현지체류자금 마련을 위해 마약밀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마약 밀수에 성공한 뒤 자신감이 생긴 A 씨는 급전이 필요한 지인 6명을 운반책으로 섭외해 대규모 마약 밀수를 실행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3개월 동안 총 11회에 걸쳐 태국 현지에서 조달한 마약류를 집중적으로 국내로 발송했는데 그 양이 필로폰 6468g, 엑스터시 239정, 케타민 101g이나 된다. 이는 무려 21만 7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소매가를 기준으로 하면 216억 원어치나 된다.
3월 말에 마약 운반책 B 씨와 C 씨가 김해공항에서 검거됐음에도 A 씨는 마약 운반책을 추가 모집하며 마약 밀수 유통 규모를 더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지만 A 씨가 빠르게 검거되면서 향후 계획은 무산됐다. A 씨는 주로 운반책들의 속옷에 마약류를 숨겨서 태국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입국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남성은 팬티, 여성은 브래지어에 마약을 은닉하는 방식이다.
A 씨가 검거된 은신처는 태국의 유명 관광지 파타야 소재의 수영장이 달린 고급빌라였다. 이 고급빌라를 은신처로 삼은 A 씨는 빌라 내부를 유흥주점처럼 꾸몄다. 지인들에게 해당 빌라를 숙소로 제공하고 여성 접객원까지 불러 함께 유흥을 즐기기도 했다. A 씨는 이렇게 부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지인들을 꾀어 운반책으로 활용했다.
부산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ONCB와 공조하여 A 씨가 태국 계좌로 수령한 마약대금 등 태국 현지에 은닉한 범죄수익을 계속 추적해 국내로 환수할 예정이다.
부산지검은 지난 6월 2일 A 씨가 태국 현지에서 검거된 이후 대검 마약과와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과 강제송환 절차를 진행했다. 7월 25일 태국 국제공항에서 A 씨가 국적기에 탑승하는 순간 정식 체포 절차가 이뤄졌고 26일 김해공항에 도착해 국내 송환이 완료됐다. A 씨는 다음 날인 27일 구속됐다.
이후 검찰은 A 씨의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이미 검거된 B 씨와 C 씨의 마약 밀반입 외에도 다른 마약 운반책을 통해 10회에 걸쳐 필로폰 5500g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가 드러난 것. 이를 바탕으로 부산지검은 A 씨 등 3명을 8월 10일 구속기소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긴밀한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마약류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해외 은신 마약 밀수 총책을 끝까지 추적 엄단해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청정국으로 돌아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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