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올림픽 여자 수영에서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2관왕을 차지한 중국의 예스원 선수는 중국 정부의 ‘유망주 프로젝트’에 의해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집중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연합뉴스 |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한 ‘첸징루인 체육학교’. 미래의 스포츠 영웅을 꿈꾸는 어린 소년소녀들이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이 근래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16세 천재 수영 소녀’라고 불리는 예스원을 배출한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많은 부모들은 ‘수영 챔피언 요람’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기 위해 줄을 서고 있으며, 이런 까닭에 매년 입학 심사를 보는 아이들 수는 항저우 내에서만 900여 명 정도에 달하고 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혹독한 훈련 과정과 스파르타식 기숙사 생활에 있다. 6~7세의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수영, 체조, 육상 등 자신의 적성에 맞는 종목을 선택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훈련은 오직 금메달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이곳에서 가르치는 것은 체력 단련이나 기술뿐만은 아니다. 큰 대회에서 자칫 커다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아주 작고 세밀한 부분까지 일일이 가르친다. 가령 경기 도중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있기, 심판들 앞에서 완벽하게 보이기, 나약한 면 드러내지 않기, 아파도 고통을 표현하지 않기 등이 그것이다.
예스원의 경우 7세 때 처음 입학한 후 6년 동안 스파르타식 기숙사에서 다섯 명의 수영 유망주들과 한 방을 쓰면서 생활했다. 입학하자마자 바로 턱걸이 20개를 할 정도로 놀라운 체력을 선보였으며,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도 높은 수영 연습을 했다. 쉬는 시간이라곤 수영장 청소를 할 때뿐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먹는 것이었다. 또래의 다른 평범한 중국 10대 소녀들에 비해 풍부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더 잘 먹고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16세의 천재 수영 소녀’ 예스원을 배출한 첸징루인 체육학교의 훈련 모습. ‘수영 챔피언의 요람’으로 부상한 이 학교는 혹독한 훈련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
▲ ‘16세의 천재 수영 소녀’ 예스원을 배출한 첸징루인 체육학교의 훈련 모습. ‘수영 챔피언의 요람’으로 부상한 이 학교는 혹독한 훈련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
▲ ‘16세의 천재 수영 소녀’ 예스원을 배출한 첸징루인 체육학교의 훈련 모습. ‘수영 챔피언의 요람’으로 부상한 이 학교는 혹독한 훈련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
예스원 역시 사실은 이런 국가적 차원의 선발 작업을 통해 수영 선수로 키워진 경우였다. 예스원의 어머니가 말했던 것처럼 예스원 스스로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며 꿈을 키웠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눈에 띄게 남성스런 체격-근육질 몸, 커다란 손, 길쭉한 팔다리 등-이 지역 교사의 눈에 띄어 운동선수로 발탁된 것이었다. 또한 처음에는 육상선수로 시작했지만, ‘첸징루인 체육학교’에 입학한 후 코치진의 판단에 따라 뒤늦게 수영으로 전향했던 것이었다.
‘유망주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국가적 차원의 이런 훈련 프로그램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보다 체계적으로 짜이기 시작했다. 특히 11~16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유망주들을 종목별로 선정해서 집중적인 훈련과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고 있다.
이런 훈련 프로그램에는 신체적인 훈련 외에도 일종의 ‘정신적 세뇌’라고 불리는 정신 훈련도 포함되어 있다. 인생의 목표가 미국인들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도전자들을 물리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계적으로 외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한 체육학교에는 행여 어린 선수들이 목표를 상실할까 한쪽 벽에 커다랗게 ‘금메달(GOLD)’이라고 써 붙여 놓기도 했다.
인터뷰 기술 역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어린 선수들은 일찍부터 언론사 인터뷰를 할 때에는 감정을 숨기고 무미건조하게 응답하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그간의 경제 성장과도 연관이 있다. 아낌없는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선수들을 미국, 호주 등지로 전지훈련을 보내거나 외국인 트레이너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쑨양, 예스원, 장린 등이 모두 이런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었다.
예스원은 호주에서 켄 우드, 데니스 코터렐 등 두 명의 유명 코치 밑에서 훈련했다. 우드의 경우 2008년부터 중국수영협회와 계약을 맺고 유망주들을 육성하고 있으며, 현재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모두 15명이다. 우드는 “중국 수영 선수 한 명당 받는 금액은 고향인 호주에서 받는 금액보다 네 배나 더 많다”면서 “중국은 훈련 프로그램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그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거나 개인기록을 갱신할 때에도 특별 보너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훈련 방식이 너무 가혹하고 혹독하다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례로 여자부 접영 100m 은메달리스트인 루잉은 자국의 강압적이고 폐쇄된 훈련방식을 공개 비난해 화제가 됐으며, 또 다른 익명의 한 중국 선수는 훈련 프로그램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은퇴 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정도로 자립심이 없다고 말했다. 평생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만 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구하거나, 또는 동년배들과 어울리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신의 인생을 금메달과 바꾼 선수들은 과연 행복할까. 이에 대해 공산국가였던 동독 출신의 수영 여제 페트라 슈나이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금메달을 따도록 프로그램 짜여 있었다. 금메달과 평범한 여성의 인생을 바꾸라면 기꺼이 바꾸겠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승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영국의 자라 필립스 공주. |
▲ 자라 공주의 어머니 앤 공주. |
영국 자라공주 메달 수상 ‘부전여전’
올림픽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국가 대항전이라는 멋진 승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세계 정상급 스포츠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화려한 별들 속에는 유럽의 왕족들도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올림픽 개최국인 영국의 자라 필립스 공주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손녀딸이자 승마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은메달을 따낸 자라 공주는 2006년 독일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실력파다. 그녀의 승마 실력은 모친인 앤 공주와 부친인 마크 필립스 대위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앤 공주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영국 승마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했으며, 1971년 유럽승마선수권대회 금메달, 그리고 1975년 은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부친인 마크 필립스 대위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수상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잘 알샬란 왕자와 압둘라 빈 미틀렙 왕자 역시 이번 런던올림픽에 승마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알샬란 왕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출전이다.
▲ 모나코 알베르 2세 국왕과 요르단 하야 공주. |
샤를린 왕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남아공 수영대표로 출전한 바 있으며, 당시 시드니를 방문한 알베르 국왕과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스페인 왕실은 대를 이어 올림픽 요트 종목에 출전한 이른바 ‘요트 가문’이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드래곤 클래스’에 출전해서 15위를 했으며, 아내인 소피아 여왕은 그보다 12년 전인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그리스 요트팀의 예비선수 명단에 올라 있었다. 또한 부부의 딸인 크리스티나 공주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스페인 요트팀으로 참가했으며, 아들인 펠리페 왕자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이밖에도 요르단의 하야 공주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승마 장애물비월경기에 출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
런던올림픽 어두운 이면 ‘청소부 숙소’
‘빈민가’도 아니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인 런던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다른 한 곳에서는 올림픽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 축제로 되레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올림픽 경기장 안팎의 청결을 위해 고용된 임시 청소부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에서 건너온 이주 노동자들로서 런던 시당국은 시민들을 우선으로 뽑겠다는 처음 약속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수 뽑은 것으로 알려져 불만을 산 바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청소부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의 열악한 환경이다. 이들은 이스트 런던의 야영 캠프장에 임시로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컨테이너 하나당 열 명씩 묵고 있으며, 남녀가 한 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또한 샤워실은 75명당 한 개씩 사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화장실 역시 25명이 하나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몇몇 컨테이너에서는 빗물이 새는가 하면, 컨테이너 주변으로 물이 고이기 일쑤기 때문에 상자를 늘어놓아 징검다리 삼아 건너다녀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청소부들 사이에서는 ‘빈민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 마드리드에서 온 대학생인 안드레아 무르노즈(21)는 “사람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처음 보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철문과 중앙에 서있는 탑은 마치 교도소 같았다. 끔찍했다”고 말했다.
또한 헝가리에서 온 한 남성은 “너무 열악하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머물고 있다. 화장실은 더럽고 공간은 비좁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헝가리 출신의 청소부 역시 “컨테이너에 물이 새서 고쳐달라고 말했지만 알아서 고치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 사용료로 매일 18파운드(약 3만 2000원)씩 지불해야 하니 청소부들로선 더욱 어이가 없는 일.
하지만 이런 불만에 대해 청소대행업체인 ‘스팟리스 인터내셔널 서비스’는 “우리는 임시 숙박시설에 대한 법적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샤워장이나 화장실 개수는 충분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의료 및 오락 시설도 구비하고 있는 등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 관계자인 크레이그 로벳은 “이곳은 교도소가 아니다. 아무도 이곳에 머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것을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