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변경 후 시청률 1%대 밑돈 코빅 “휴지기” 선언…하이퍼 리얼리즘 대세 속 ‘개콘2’ 크루 발굴 시도
#‘개콘’과 ‘코빅’의 희비쌍곡선
케이블채널 tvN ‘코빅’이 8월 9일부터 편성에서 이탈한다. 2011년 9월 론칭된 뒤 12년 만이다. 폐지일까. tvN 측은 이를 부인하며 “새로운 포맷·소재 개발을 위해 휴지기를 가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충전’의 시간일 뿐, ‘폐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코빅’에 출연하던 개그맨들의 생각은 다르다. ‘코빅’이 보여준 최근 일련의 행보가 사실상 폐지로 가는 수순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편성 변경이다.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콘텐츠를 보는 이가 늘어 TV 본방송을 챙겨보는 이가 줄었다손 치더라도, 특정 요일과 시간대에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된다는 ‘시청자들의 인식’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코빅’은 벌써 두 차례 편성이 변경됐다.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옮겼고, 또 지난 7월 토요일에서 수요일로 방송 요일이 바뀌었다. 올해 초만 해도 2% 후반대였던 시청률은 1%대로 곤두박질쳤다. 토요일인 6월 17일 방송 이후 약 한 달 동안의 휴식기를 갖고 수요일인 7월 12일로 돌아온 ‘코빅’의 시청률은 0.9%였다. 마지노선이었던 1%벽마저 무너졌다. 이후 ‘코빅’이 세울 수 있는 대책은 많지 않았다. 결국 편성을 바꾼 후 불과 한 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개그맨들이 “사실상 폐지”로 보는 이유다.
반면 ‘개콘’은 3년 만에 돌아온다. 코로나19 창궐 시기와 맞물려 공개 방청까지 막히며 긴 역사를 멈췄던 ‘개콘’이 오는 11월 시즌2로 시청자들과 다시 만난다. KBS는 8월 4일 “지난 5월 크루 공개 모집과 함께 본격적인 부활을 예고한 ‘개그콘서트’ 후속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2’(가제)가 11월 5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25분에 방송된다”고 밝혔다.
KBS는 왜 ‘개콘2’를 준비할까. 이 프로그램과 더불어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을 준비 중인 KBS는 “정통 사극과 공개 코미디에 목말라 있던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지상파에서 사라진 정통 사극과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이으며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KBS를 둘러싼 일련의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KBS는 얼마 전 수신료 분리 징수가 결정되며 난관에 봉착했다. 수신료가 기존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만 걷힐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KBS는 긴축 재정과 더불어 ‘수신료의 가치’를 입증할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들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긴다’는 명분을 충족시키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은 현재의 KBS가 꺼낼 수 있는 적절한 카드라고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달라진 코미디 풍속도, ‘개콘2’ 통할까
‘개콘’과 ‘코빅’은 왜 하향세로 접어들었을까. 단순히 ‘대중이 TV를 안 본다’는 명제로 합리화할 순 없다. 여전히 잘 만든 드라마나 예능은 10%가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TV 외에 유튜브와 OTT 등 선택권이 넓어진 대중은 재미없으면 철저히 외면한다.
‘개콘’의 폐지 이후 코미디는 오히려 부흥을 일궜다는 평가도 있다. ‘개콘’ 출신 젊은 개그맨들은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숏박스’(265만 명), ‘피식대학’(221만 명) 등이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며 ‘젊은 코미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채널의 성공에 힘입어, 공채 개그맨 시절에는 연공서열에 묶여 있던 개그맨들이 스타덤에 오른 뒤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는 모양새다.
숏박스, 피식대학 등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꾀한다. 기존 ‘개콘’이나 ‘코빅’은 콩트라 불리는 설정극이다. 대본에 맞춰 분위기를 형성한 후 각 캐릭터를 구축하는 식이다. 이에 대중은 ‘진부하고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유머 1번지’나 ‘소문만복래’ 시절 콩트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유튜브 개그 채널은 다르다. 숏박스는 남매 이야기, 장기 커플 등 현실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꾸린 뒤 그 안에서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예능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짧은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피식대학도 같은 맥락이다. 산악회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사랑산악회, 신도시에 사는 아저씨 등 구체적 배경을 설정한 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디테일한 캐릭터를 배치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한다. 출연 개그맨들이 ‘콩글리시’로 영어 인터뷰를 진행하는 ‘피식쇼’는 요즘 가장 각광받는 토크쇼로 손꼽힌다.
이런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개콘’이나 ‘코빅’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개그맨들은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틀을 벗지 못하니, TV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이 발전이 없다는 일침이다.
그래서 ‘개콘2’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채 개그맨 중심이 아니라 ‘크루’를 모집한다고 알렸다. ‘개콘2’에는 기존 ‘개콘’을 이끌던 이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새로운 얼굴과 형식으로 채운다는 복안이다. 물론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개콘2’의 성패가 향후 TV 코미디의 존폐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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