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이동관 등 컴백하며 실세그룹 등극…소외된 친박계 TK 기반 신당 창당 나설 수도
친이계는 대선 때부터 ‘윤핵관’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부 출범 후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장관급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상임고문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은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복귀했고,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는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다.
이번 8·15 광복절 특사에서도 친이계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특사에 앞서 8월 14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장관도 이번 특사로 복권됐다. 강 전 장관은 지인 회사가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되도록 외압을 넣은 혐의 등으로 징역 5년 2개월을 확정 받았는데, 2021년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선대본이나 정부 초반에는 검찰 출신들이 주축이었다. 하지만 검사들은 정치를 잘 모르다보니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친이계 인사들을 데려다 쓰기 시작했고, 현재는 검찰 출신과 친이계 인사들이 양분하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의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다보니 입김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가에선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에서 친이계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자 친박계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광복절 특사 명단 발표를 앞두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등 친박계 인사들 이름도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친박계 인사들은 모두 빠졌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등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인사들도 제외됐다.
보수진영에선 친이계와 친박계의 오랜 악연이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두 계파는 2008년과 2012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학살’을 벌이는 등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친박계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6월 말 이준석 전 대표,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 등 ‘비윤’ 청년정치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전 부총리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범보수가 결집하는 ‘보수 연합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참석자들의 총선 출마도 독려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2013~2014년 박근혜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맡은 대표적 ‘친박’ 인사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도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날렸다. 이 전 대표는 8월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잼버리 사태 관련 전 정권과 전북도가 문제였다는 식으로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지적에 “그런 논평이 당론이라면 나는 오늘 탈당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모두가 다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집권여당 책임은 더 크다”며 “잼버리 사태를 가져다 지방자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마치 호남에 또는 전남·전북 도민들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대통령 직속의 지방시대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위촉된 만큼, 이번 발언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직접 등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모친 고 육영수 여사 기일인 8월 15일 경북 구미시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지난 4월 11일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사 방문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공개 행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생가 내 박정희·육영수 내외 영정을 모신 추모관을 참배하고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이 어머니 49주기 기일이기도 하고, 아버지 생가를 방문한 지도 좀 오래됐다”며 “사실 좀 더 일찍 방문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있어 조금 늦어졌다”고 말했다.
친박계 전 의원의 TK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최근 인터뷰가 있었다. 그때 나온 내용이 전부”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건강이 상당히 회복됐고, 측근들과 만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유 변호사는 “가까운 시일 내 외부활동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달성군에 가끔 가던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대구에 전통시장도 다니면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TK 지역을 중심으로 공개 행보에 나서고 발언이 늘어나면, 보수진영에서 윤석열 대통령 외 새로운 구심점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TK 기반 신당 창당 움직임은 빨라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포항을 고향이라고 하긴 하지만, 서울시장을 지내는 등 TK에서 활동 경험이 많지 않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를 지역구로 두는 등 ‘보수의 성지’ TK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친박계가 신당을 만들고 박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치행보에 나서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친이계뿐만 아니라 측근 검찰 사단을 대거 공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에 유리한 강남3구나 TK에 공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들은 정치를 처음 해보는 초보들이다. 반면 친박계는 지역기반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들이다. 선거에서 맞붙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느냐”고 되물었다.
대립을 해온 친박계 인사들이 차기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다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야당’을 마주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친박계 중심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친박계 인사들을 위해 나서줄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달린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 역시 회의적 시선이 높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이 주변에서 정치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정말 이들을 ‘친박’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러 인사들이 접견하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만나려 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현재 연락하고 있는 인사는 최경환 전 부총리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신당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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