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에 따라 ‘내부통제장치 마련’ 인가 요건 충족 못할 수도…대구은행 “전환 추진 계속 진행”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7년 연두교서에서 지역 자본이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1도 1은행’ 방침을 밝혔다. 은행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서울시와 부산시, 그리고 나머지 8도에 모두 10곳의 지방은행이 설립됐다. 당시 설립된 지방은행 제1호가 대구은행이다.
정부는 대구은행 외에도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면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은행을 제외한 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BNK금융지주 지분 10.30%를 갖고 있고, 삼양그룹은 JB금융지주 지분 14.14%를 보유 중이다.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지배하고 있고, JB금융지주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사업만을 영위하는 금융주력자가 아니면 시중은행 지분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금융주력자라도 동일인의 의결권이 1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방은행은 비금융주력자가 지분을 15%까지 가질 수 있고, 의결권도 15%까지 허용된다. BNK금융지주나 JB금융지주 산하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롯데그룹이나 삼양그룹의 지배력이 하락하게 된다.
또 다른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신한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굳이 제주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DGB금융지주의 경우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78%), 2대주주는 OK저축은행(지분율 8.00%)이다. OK저축은행은 금융주력자이기 때문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 OK저축은행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DGB금융지주 지분을 인수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상당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수준이다.
실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현재 최윤 회장이 OK홀딩스대부 지분 97.44%를 갖고 있고, OK홀딩스대부는 OK저축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재일교포 3세 출신으로 오랜 기간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시장 진출을 노려왔다. 하지만 일본계 대부업 출신이라는 한계로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최 회장은 제1금융권 유력인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미래가 밝다고만은 할 수 없다. 5대 시중은행의 시장지배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또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은행 지점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단기간에 큰 도약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따른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대구은행 영업 무대인 대구광역시·경상북도(TK) 지역의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약 337만 명이다. 이는 2000년 말 376만 명과 비교해 10.6%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광주광역시·전라남도 지역 생산가능 인구는 7.6% 감소했다. TK 지역 생산가능 인구 감소폭이 타 지역 대비 큰 셈이다.
통계청의 추계를 살펴보면 TK 지역의 2030년 생산가능 인구는 2023년에 비해 12.18% 줄어들 것으로 나타난다. 2040년에는 무려 30.82% 감소할 전망이다. 타 지역과 비교해 가장 큰 감소폭이다. 대구은행으로서는 영업기반이 급격히 위축되는 셈이다. 대구은행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영업 구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구은행으로서는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도와 강원도로의 영업 확장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대구은행은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목표로 오는 9월 전환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대구은행이 자본금, 대주주 적격성 등의 요건을 상당부분 충족한 만큼 예비인가를 건너뛰고 본인가 절차를 밟는 ‘패스트트랙’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최근 대구은행에서 불법 계좌개설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구은행에서 고객 동의 없이 주식계좌가 개설된 사실을 적발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관련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내부통제 미비로 발생한 사건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발표 전까지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신청이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법상 시중은행 인가 요건 중에는 위험관리와 금융사고 예방 등을 위한 적절한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불법 계좌개설의 경우 내부통제장치 미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검사 결과 내부통제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특별한 지시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중은행 전환 관련해) 진행 중인 업무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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