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 불분명하고 정산 관련 공지 없어 현장 혼선…국제 소송에 상암 구장 잔디 등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
#정산은 어떻게, 누가?
잼버리 대이동 전날인 8월 7일 오후 5시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새에덴교회 교무국장 이종민 목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정부 관계자였다. 그는 새만금에서 잼버리 대원들이 교회로 이동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총인원, 국적, 성비 등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은 없었다.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이 목사는 손님맞이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이 목사는 교회 교육 공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 명이 누울 공간을 가로 1.3m, 세로 2m로 잡았다. 잠자리 사이에는 폭 1.2m 통로를 넣었다. 54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잼버리 대원들이 사용할 침구류도 필요했다. 바닥에 깔 수 있는 요가 매트 500장, 이불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타월 500장, 베개 500개를 구매했다. 수소문 끝에 다음날까지 물품을 배송할 수 있는 업체를 구했다.
8월 8일 오후 1시 잼버리 대원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다. 도착예정시간보다 4시간 빨랐다. 마지막 버스는 저녁 10시에 도착했다. 새만금에서 버스 자리가 나는 대로 대원을 태우다 보니 약속된 시간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체계 없이 돌아가는 행정에 대해 이 목사는 “8월에는 태풍이 한국을 관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10일 동안의 잼버리 일정 동안 태풍이 올 거라는 예측을 못했다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저녁 10시 회의가 시작됐다. 경기도청, 용인시, 식약청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교회 직원들 및 잼버리 인솔자들 20명이 모여 다음날 일정을 논의했다.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 이 목사는 “정부에서는 지자체 예비비를 활용하라고 했지만 현장에 파견된 공무원들은 예비비의 어떤 항목을 통해서 어느 선에서 지급하라는 구체적인 지시 없이는 임의로 쓸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했다.
결국 교회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교회 측은 8월 9일 대원들을 용인 캐리비안 베이에 보냈다. 8월 10일에는 태풍으로 실내 활동을 했다. 이때 용인시는 시에 거주하는 기술자를 초빙해 바느질과 공예 체험 활동을 대원들에게 제공했다. 교회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섭외해 실내 운동회와 장기 자랑 대회를 열었다.
이처럼 정부는 각 지역에 있는 대학 기숙사, 기업 연수원, 종교시설 등에 잼버리 대원들의 숙소를 마련했다. 삼성, SK, 포스코 등 기업들은 정부 요청을 받고 사내 연수원을 숙박 시설로 제공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교회총연합 등 종교 단체들도 종교 시설을 개방했다. 각 지자체는 잼버리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경기도는 소방 훈련 체험, K팝 공연 등을 제공했고, 서울시는 물놀이나 거리공연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종민 목사에 따르면 7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숙박비 등 시설 이용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 목사는 “일단 교회에서 이 돈을 썼다. 용인시에서는 식비나 기타 경비가 청구될 수 있다고 했는데 결론이 나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조직위는 대원들의 숙박 등 비용은 지방자치단체 예비비로 먼저 집행한 다음 사후 정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산 방식과 일정 등은 아직도 현장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위스 잼버리 대원을 수용했던 홍익대학교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으로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난감하다. 정산을 어디에서 하는 것인지, 어느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이 정해져 있지 않아 영수증 처리를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하는지 혼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산 문제를 처리할 부처도 일원화되지 않았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잼버리 파행 수습 비용은 각 부처가 따로 정산한다. 조직위가 지출한 금액은 조직위 예산담당자가 처리하고 행정안전부(행안부)에서 쓴 돈은 행안부가 처리하는 식이다.
잼버리 대원 이동에 사용된 버스 대절 비용은 전라북도가 대부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잼버리 담당자는 “일단 (버스 대절 비용에 대한) 예산을 반영해 놓은 상황”이라며 “전체까지는 아니지만, 전북도 이외의 것(다른 지역 버스)도 일단 반영했다”고 했다.
정산이 모두 끝나려면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 환자를 수송한 다음 정산을 할 때도 두 달 정도 걸렸다”며 “운행 여부, 운행 거리 등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정부와 비용 협상을 하면 그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산집행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긴축재정을 추구하고 있고, 세수도 줄었기 때문. 2023년 상반기에 걷힌 국세는 178조 5000억 원이다.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49조 7000억 원 적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더 깐깐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잼버리 청구서 언제, 어디까지
잼버리 청구서 내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청구서를 받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 소송 가능성이 높고, 상암 월드컵 구장 잔디 보수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7일 미국 대원의 부모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위생 관리와 식사 지급 문제가 심각했다고 비판하며 손해배상 소송이 일어나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잼버리 파행은 폭염 탓을 하기 어렵다. 무더위 대비책이 부족했고,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성범죄 발생 사실이 조직위에 보고되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 대원들은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부실한 운영으로 잼버리 파행이 발생한 셈이다.
정부는 잼버리 파행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콘서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8월 11일 오후 5시 상암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를 개최했다. 3일 만에 무대를 설치했고, 약 1400대의 버스를 동원해 잼버리 대원들을 상암으로 실어 날랐다.
이때 경기장 잔디가 훼손됐다. 2021년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년에 걸쳐 잔디를 심었다. 비용은 10억 원이 들어갔다. 무대가 설치된 곳과 관객들이 있었던 위치에 있는 잔디는 새롭게 교체해야 할 정도로 망가졌다. 경기장 시설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공연이 끝난 직후 잔디 복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훼손된 잔디는 보유하고 있던 예비 잔디로 교체했다. 복구비용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부담한다.
문체부와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잔디 상태를 공개하지 않았다. 8월 14일 일요신문이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경비업체 직원이 경기장과 시설관리공단 사무실 출입을 막았다. 언론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15일 일부 방송사의 취재를 허용했지만, 근접 촬영은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8월 17일 일요신문 통화에서 “오늘 아침에도 (서울시설관리공단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토요일 경기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들었다”며 “문체부는 손상된 잔디 복구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19일에 열리는 FC 서울과 대구 FC 경기 표 판매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8월 12일 잼버리는 끝났지만 비용 정산과 책임 소재 규명 등은 현재진행형이다. 8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김관영 전북도지사 출석 여부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견을 보이면서 파행했다. 같은 날 감사원은 잼버리 파행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이르면 8월 안으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현장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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