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는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정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특히 3기 신도시 사업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거복지로드맵에 적지 않은 투자를 진행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LH의 차입금은 △2020년 말 68조 8749억 원 △2021년 말 75조 2511억 원 △2022년 말 81조 6491억 원으로 증가했다.
LH의 부채는 크게 늘어난 반면 수익은 하락세에 있다. LH의 매출은 2021년 27조 3459억 원에서 2022년 19조 6263억 원으로 28.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조 6486억 원에서 1조 8128억 원으로 67.91% 줄었다.
LH의 실적 하락은 최근 부동산업계 불황과 무관치 않다. 분양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LH의 분양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분양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LH가 공동주택용지를 분양한 후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1조 1336억 원에 달한다. LH의 지난해 6월 말 연체대금은 1894억 원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연체대금이 약 6배 상승한 것이다. LH의 연체대금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시행사들이 분양대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상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LH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 전환이 감소하며 매출 규모가 감소했다”며 “주거복지로드맵 정책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서채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둔화로 전년 대비 공공 주택 공급계획이 줄어드는 등 외형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공주택사업 등 투자 자금이 장기간에 걸쳐 회수되는 비수익사업 확대와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택지 확보 등으로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H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지만 신용평가사들은 LH의 신용등급을 수년째 ‘AAA/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LH는 공기업이므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LH에 3조 8266억 원을 순지원했다. LH의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액수다. 정부는 올해도 LH 지원에 3조 4696억 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부터 LH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LH가 최근 ‘철근 누락’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부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LH에 대한 지원은커녕 LH 해체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9일 “LH가 존립의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LH 해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이전과 같은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LH의 재무 불안을 바라보고만 있기는 어렵다. LH의 재무가 악화하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뉴:홈’ 브랜드의 공공주택 5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LH는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공공분양 주택 31만 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계획인 50만 호 중 63.20%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통계청에 따르면 공공분양 주택 착공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6362호에서 올해 상반기 1713호로 73.07% 감소했다. 이마저도 올해 상반기 착공 물량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이 발주한 것이고, LH가 발주한 물량은 한 곳도 없다. 현 추세라면 윤석열 정부의 공약 이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LH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시행하면 공약 수행이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LH에 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H가 유휴자산을 매각하면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지난해 7월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의)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핵심 업무와 무관하거나 부실한 출자회사, 과도한 청사·사무실 등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주기적으로 공공기관 혁신계획 이행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공기업 경영평가에도 반영된다. LH는 3년 연속 공공기업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기재부의 가이드라인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LH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경기남부지역본부(오리사옥), 광명시 광명시흥사업본부, 하남시 하남사업본부 등 세 곳의 사옥 부지 매각에 나선다고 밝혔다. LH가 부지 매각에 성공하면 수조 원의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리사옥의 경우 2010년부터 몇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옥 매각 작업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또 LH가 자산을 매각하면 미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부채비율은 감소됐고, 현재 추진 중인 자산 매각이 이뤄진다고 보면 재무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 처분 등 재무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고, 정부 지원 같은 경우는 관련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정부 시절 임명자 사표만 수리? LH 상임이사 꼼수 사퇴 논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8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LH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첫 번째로 상임이사 모두에 대한 사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LH에 따르면 임원 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4명이 사직 처리됐다. 하지만 사직한 4명은 이미 임기가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한 임원의 임기를 살펴보면 하 아무개 LH 국민주거복지본부장과 신 아무개 LH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의 임기는 지난 7월까지였다. 또 박 아무개 LH 부사장과 오 아무개 LH 공정경영혁신본부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다. 이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 사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LH는 박 아무개 LH 지역균형발전본부장의 사직서를 반려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5명 중 유일하게 반려된 사례다. 그런데 이번에 사직한 4명은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반면 박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올해 3월 임원에 취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LH의 최근 움직임을 놓고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를 솎아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박 본부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그러나 LH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