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유엔사의 전략적 가치, 동국대 정호근 교수가 해설하다
―유엔사의 역사와 목적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한반도에는 세계사적으로 특이한 구조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한민족이 통일되지 않은 채 유일한 냉전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또 하나는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으로 구성된 유엔군사령부(UNC)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독일, 베트남, 예멘 등도 이념적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나 결국 통일이 된 반면 남북한은 탈냉전 이후에도 여전히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죠. 그리고 6.25 한국전쟁을 계기로 구성된 UN 산하의 다국적군으로 구성된 UN군사령부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UN(United Nations)은 1차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성된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의 국제적인 구속력 부족으로 2차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참극을 막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 종전 직후 1945년 10월 미국의 주도로 창설되었으며, 국제연맹과 크게 다른 점은 국제적으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집단안보체제’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창설 5년 후 한반도에서 북한의 대대적인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과 UN은 발 빠르게 유엔이 추구하는 ‘집단안보’ 개념에 입각하여, ‘국제연합군 총사령부 설치’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84호(S/1588, 1950. 7. 7)와 유엔사 일반명령 제1호(1950. 7. 24)에 근거하여 창설된 세계 최초의 국제연합군이 바로 유엔사(UNC: United Nations Command)입니다. 대한민국은 유엔 창설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집단안보’ 개념하에 유엔사가 존재하는 첫 번째 나라이자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사(CFC, 이하 연합사)가 창설되면서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반도 전쟁 억제 및 방어’ 임무 일체를 연합사에 이양한 이후, 현재는 평시 ‘정전협정 관리자’이자 유사시 ‘전력제공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 전력이 1972년 6월 태국군을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철수한 상태이지만, 유엔사는 1953년 7월 27일 발표한 ‘워싱턴 선언’(한국전 참전 16개 대표 참석)에 근거하여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감편된 규모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유엔사의 목적은 집단안보개념에 따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 무력공격 격퇴 및 한국 방어, 한반도 통일 지원, 정전협정 이행 및 준수,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 시 전력 제공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죠"
―유엔사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요?
"유엔사의 역할은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한국전쟁에서 북한이 소련과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적화야욕을 엄청난 희생으로 막아냈다는 것을 알면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 당시 유엔군은 3년 동안 연인원 194만여 명의 전투병력과 의료병력을 파견하였고, 이중 UN의 주축인 미군은 연인원 178만여 명으로 전체 92퍼센트를 차지했었고, 전쟁 기간 실종자 포함 사상자가 13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이런 희생으로 북한의 적화야욕을 좌절시킴에 따라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장악에 걸림돌이 되는 유엔사 해체와 철수를 주장하고 있음을 볼 때 유엔사는 핵 무력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전쟁도발을 예방하는 전쟁억지력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유엔사의 존재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분명한 사실은 북한은 1950년 6월 남침으로 국제적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낸 전범국가입니다. 유엔군은 독일과 같은 전쟁 도발 국가가 다시는 나오지 못하도록 국제적 평화유지를 위한 집단안보체제를 위한 군사적 구성체입니다. 한반도 냉전체제의 근원적 원인을 따지다면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이 아직도 작동되고 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사적 도발을 이어왔습니다. 적어도 유엔사의 전략적 가치는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북한의 군사도발을 국지도발 정도로 최소화하여 과거 한국전쟁과 같은 대규모 전쟁을 억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대규모 전쟁 재발을 억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분단된 냉전체제라고 하지만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유엔사가 존재했기 때문에 한국은 지금의 선진국으로 경제적 발전을 할 수 있었으며, 경제적 발전은 국방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3대 혁명전략을 위해 핵과 미사일로 국방력만을 증강시키는 점과 확연히 구분이 되는 지점인 것이죠.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우주개발, 군사력 경쟁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어 결국은 체제가 붕괴된 역사적 사실을 볼 때 그들의 오판으로 탄생하게 된 유엔사의 존재는 북한 체제의 end-state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전쟁억지력을 갖고 있는 유엔사의 구성과 임무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북한의 침공으로 한국전쟁에 동참한 참전 16개국 등의 군대를 통솔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1950년 7월 24일 도쿄에서 유엔사령부 총본부가 설립되었습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이후 1957년에 유엔사령부는 미국 제8군과 함께 용산기지로 이전하였습니다. 2018년 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평택 이전을 시작하였으며, 2022년에 평택으로 완전하게 이전하였습니다.
구성은 주한 미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을 겸임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미군 장성 일색이던 유엔사 최초로 비(非) 미군장성으로 캐나다의 웨인 에어 장군이 부사령관으로 보직되기도 했습니다. 주요 산하 기구로는 1953년 이후 군사정전위원회와 산하에 중립국 감독위원회가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래 중립국 감독위원회는 한국측에서는 판문점에서 스웨덴과 스위스 대표단이, 북측에서는 체코와 폴란드 대표단이 각각 있었지만, 탈냉전으로 체코와 폴란드의 체제전환하자 북측은 중립국 대표단을 추방해 버렸습니다. 여담이지만 2000년도에 개봉한 영화 ‘JSA’에서 영화배우 이영애씨가 한국계 스위스인으로 분하여 중립국 감독위원회 스위스 대표단 일원으로 나와 모종의 사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사는 일본 요코타 등 7곳의 후방 기지 운영으로 유사시 유엔군 전략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사 7곳의 후방기지가 한국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하여 여러 해석을 낳았습니다. 윤대통령의 연설은 절대적인 대북 군사력 우위를 위해 유엔사를 중심으로 한미일 동맹 강화라는 전략적 차원의 언설로 일본내 유엔사 7곳의 후방기지가 한국의 유엔사를 뒷받침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유지에 필요한 전략적 거점임을 강조한 것으로 읽혀집니다. 또한 유엔사의 후방기지가 일본에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에게 상기시켜 미국 중심으로 일본과의 안보동맹 강화도 필요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유엔사에 참여하여 한반도 진입을 염두 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엔사의 임무는 목적은 앞서 말씀드린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설립되면서 대한민국 국군과 주한 미군에 대한 지휘권 행사, 군사정전위원회의 가동,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운영, 판문점에 주둔하는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파견 및 운영, 비무장지대에 있는 경계초소의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 등 정전협정과 관련한 임무 수행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엔사의 철수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은 어떤가요?
"유엔사는 우리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매우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미국 중심의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유지에 큰 몫을 수행하고 있으니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이 계속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시초는 아시다시피 한국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7월 당시 유엔군사령관 맥아더 장군에게 국군의 전시작전권을 전격적으로 이양하게 됩니다. 그 이후 1994년 12월 우리 군의 평시작전통제권은 정상적으로 환원되었지만, 전시작전권은 현재까지 유엔군사령부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미군(한미연합사령부, ROK-US CFC)에 속해 있으며, 몇 차례 전시작전권 환원 관련한 양국의 회의가 있었지만, 현재 이양 시기는 정해진 상태가 아닙니다. 주권국가로써 전시작전권이 미군에 속해 있다는 점은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죠.
일각에서 언급되는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애초 UN안보리가 사령부 설치권을 미국에 위임했던 만큼 사령부의 해체 문제는 최우선적으로 미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은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유엔사의 미군과 한국군만 있는 현재의 구성을 다국적으로 변화시켜 위상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사 근무 인원을 대폭 증원하는 추세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유엔사는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의 긴장 상태 등 동북아 역내의 안보정세에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국은 일본내 유엔사 후방기지들을 활용하여 동북아 안보지형에서 북한뿐 아니라 대중국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엔사의 존치 문제를 우리의 안보 강화 차원에서 본다면 전시작전권환수와 연계해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면서 유엔사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억제하는 평화유지 기능을 보다 더 강화하여 전시작전권 환원에 따른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죠. 물론 비핵화를 포함한 실제적인 남북한 평화협정이 성사된다면 정전업무를 관리하는 유엔사는 해체를 해야죠. 아무튼 우리의 경제적 발전 상황과 국방력을 감안한 전시작전권 전환은 대북 정치적 자주성의 확장과 북한의 대남인식 전환, 유엔사를 통한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의 비핵화 촉진 등의 전략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유엔사와 종전선언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시나요?
"종전선언은 참으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종전선언도 앞서 말씀드린 유엔사 해체, 전작권 환수와 함께 고려해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 현재의 휴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 할 수 있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함에도 그야말로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실행이 잘 안되고 있는거죠. 문재인 전대통령이 가장 적극적으로 종전선언을 추진해 대내외적으로 이목은 끌었지만, 각자의 의견 차이로 끝내 임기내 실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일단 남북 정전체제는 전쟁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남북한만이 아닌 전쟁 당사국과 관련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전쟁 최대 당사국인 미국부터 현재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으로 패권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으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도 종전선언은 생각지도 않고 있으며, 미국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 내면에 정치적, 이념적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는거죠. 그리고 관련국들도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종전선언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죠.
특히 일본의 입장이 그렇습니다. 일본은 2차세계대전 패망 이후 한국전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았던 국가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꽃놀이 패라고 할 수 있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군사적 대립으로 정치, 군사적으로 상대적 이익을 보고 있는 마당에 한반도의 종전선언, 평화협정, 통일 등의 평화프로세스는 그들의 이해관계와 전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더욱이 지난 7월 유엔사 부사령관 앤드루 해리슨 장군이 유사시 일본의 유엔사에 대한 역할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일본이 한반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내 사정도 그리 호의적이질 않고요. 사실 북한의 행보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라는 결실을 맺기에는 준비가 안되었다고 보여집니다. 핵무력과 미사일 도발에 매진하면서 유엔사를 해체하고 평화협정체제로 가자고 하기에는 앞뒤가 안 맞고 공허한 메아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판단하기에는 종전선언이 성사되고 전작권이 환수된다 하더라도 유엔사는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엔사의 존재의 원인은 북한의 대규모 무력 침공이었으며, 종전선언이 이루어져도 완벽하게 검증 가능한 상태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엔사 해체는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면 유엔사의 가장 큰 역할과 임무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전체제 유지와 관리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유엔사는 필요없다고 하는데 정반대라고 봅니다.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이양해도 유엔사의 임무와 역할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전작권이 미군에 이양되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환수는 그 자체 상징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함에 따라 주권국가로써 자주성은 널리 고양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에는 미국이 한국군의 전작권을 갖고 있을 때와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적인 측면에서 향후 한반도 프로세스를 말씀드린다면 조만간 종전선언은 해야 합니다. 그 후 비핵화 조치를 포함하여 유엔사를 해체할 만한 확신 속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다음 순서일 것이고, 좀 더 돌다리를 두드린 후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전작권을 보유한 국군이 주한미군과 함께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지역에서 전쟁 예방과 평화유지에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임진수 전국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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