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취재 결과 포스코DX는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이음5G 사업을 위한 주파수 할당을 신청했다. 포스코DX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이음5G망을 구축한 후 포스코 스마트팩토리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해 공정을 분석·예측한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공정을 자동 제어하는 스마트 생산체제를 구현하고 있다.
이음5G는 포스코 스마트팩토리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음5G는 특정 구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내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적다. 또 이음5G는 기존 와이파이나 상용 5G와 달리 전용 주파수를 사용한다. 맞춤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대용량 통신이 가능하고, 각 회사별 용도에 맞는 네트워크 구성도 가능하다.
포스코그룹은 수년 전부터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왔다. 포스코는 올해 2월에도 “포스코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며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디지털 철강 생태계를 조성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스코DX는 포스코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계열사다. 올해 3월 포스코ICT에서 포스코DX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포스코그룹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음5G 사업은 포스코DX로 사명을 변경한 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신규 사업이다. 포스코DX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업목적인 ‘별정통신업’을 보다 구체적인 ‘기간통신사업’으로 정정했다. 포스코DX는 당시 “신규사업 추진에 따라 목적 사업의 명칭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DX 이음5G는 포스코 산업 현장에서 사용될 계획이다. 다르게 말하면 포스코DX가 이음5G를 통해 외부에서 수익을 벌어들일 수는 없는 구조다. 따라서 포스코DX 이음5G 사업 성과는 포스코 스마트팩토리의 효율성 강화 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IT업계에서는 이음5G가 제조업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음5G 등 5G 특화망 서비스는 IoT, 로봇,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이 가능하다”며 “공장 내 통신 지연 사태를 줄일 수 있고, IoT 안전 플랫폼이나 5G 센서를 이용한 통합 관리 시스템 등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포스코DX가 수익 창출을 위해 이음5G 사업을 외부로 확장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음5G가 자사 공장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음5G의 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이음5G 시장이 2027년 71억 달러 규모(약 9조 50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LG CNS는 지난해 12월 경희대학교에 이음5G 구축을 완료했고, 올해 2월에는 경희대학교와 ‘이음5G 구축 및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 CNS는 경희대학교 전자정보대학 건물을 기준으로 반경 약 400m 옥외에 이음5G를 확대 구축해 △무인항공기(UAV) △무인운송로봇(AGV) △자율주행로봇(AMR) 등을 원격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경상남도 창원시 경남로봇랜드재단과 전라북도 익산시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서 이음5G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또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이음5G를 지능형 의료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이음5G를 활용해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 데이터를 3D로 모델링하고, 이를 증강현실(AR)로 정합해 의사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IT업계에서는 포스코DX 이음5G 사업의 외부 확장 가능성을 낮게 본다. 포스코는 최근 코일철근 시장 진출을 선언해 관련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비에 적지 않은 자본을 소요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이음5G 경쟁에도 뛰어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이음5G 등 IT 분야는 포스코그룹의 주력 사업도 아니다. 코일철근의 경우 현재 동국제강과 대한제강, 두 회사의 연간 코일철근 공급 능력은 100만 톤(t)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코일철근 수요는 약 50만t으로 이미 시장이 과포화된 상태다.
이와 관련,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 LG, 네이버 등은 전자·IT 전문 기업이지만 포스코는 철강 제조 중심의 회사이므로 포스코DX가 외부로 사업을 확장해도 고객사가 포스코DX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일부 IT 기업은 처음부터 외부 고객사를 노리고 이음5G 사업에 진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포스코는 외부로 진출하려는 분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포스코DX 관계자도 “포스코 스마트팩토리를 위해 이음5G를 추진하는 것이며 이음5G를 통한 외부 사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포스코DX의 이음5G가 투자 대비 충분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외부 확장 계획도 없다고 밝힌 만큼 이음5G를 통한 추가 수익을 내는 것도 어렵다. 이에 대해 포스코DX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투자 자금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시장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수주 활동에 착수하기 전 사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 가능 여부, 손익 달성 여부 등을 검토·분석하는 수주심의회의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음5G란? 비통신 사업자가 직접 구축하는 통신망
이음(e-Um)5G는 5G 융합서비스를 희망하는 비통신 사업자가 특정 구역에서 5G 주파수로 직접 구축할 수 있는 통신망이다. 그간 5G 관련 서비스는 통신사를 통해 이용이 가능했지만 이음5G를 활용하면 특성에 맞는 5G망을 직접 구축할 수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음5G 1호 사업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21년 12월 네이버클라우드에 이음5G 주파수를 할당했다고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 제2사옥에 이음5G망을 구축했다. 네이버 제2사옥은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서비스를 실행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5월 호반건설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 이음5G를 구축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이음5G 주파수를 할당 받은 사업자는 총 13곳이다. SK네트웍스서비스, LG전자, LG CNS, CJ올리브네트웍스, LS일렉트릭 등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세종텔레콤, 위즈코어,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등 중견기업도 이음5G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정부의 정책 사업치고는 아직까지 성과가 미진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이음5G 자체적인 수익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또 사업자가 이음5G 영역을 확장할 때마다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이음5G 활성화에 걸림돌로 꼽힌다. IT업계에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음5G 활성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가 이음5G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향후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지난 7월 “주요 디지털 기업이 이음5G 시장에 적극 진출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다수 기업들이 이음5G 생태계에 참여해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