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류 ‘마못’ 고기 섭취 후 확진…야생동물 식재료 유통으로 새 전염병 계속 유행할 수도
몽골 보건당국 역시 8월 8일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1명 발견됐다고 발표한 데 이어 14일 몽골 전염병연구센터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흑사병 의심환자 3명이 추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몽골에서 최초로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마못 고기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흑사병은 마못이나 들쥐, 토끼 등 야생 설치류의 체액 또는 혈액과 접촉하거나 흑사병 환자의 비말(침방울)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숙주가 야생 설치류라면 벼룩이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몽골 발생 확진자는 마못 고기를 섭취했다.
14세기 유럽에서 수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최악의 전염병인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피부의 혈소 침전에 의해 피부가 검게 변하는 특성이 있다.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24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인류 역사에서 흑사병 대유행은 3차례 발생했으며,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시기 사망에 이르렀다.
문제는 흑사병이 예전처럼 대유행하진 않고 있지만 사라진 전염병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3년 7월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린 ‘몽골과 중국의 기후 주도 흑사병 전염병 역학(Climate-driven marmot-plague dynamics in Mongolia and China)’에 따르면 “흑사병은 급속한 세계화와 기후변화와 맞물려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다시 발생해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2886건의 흑사병 확진 사례와 504건의 사망이 기록됐는데 이 가운데 95%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몽골과 중국 역시 확진 사례가 드물기는 하지만 정기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에서는 2001년에서 2020년 사이에 252명의 확진 사례가 나왔으며 사망자도 44명에 이른다.
흑사병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야생 설치류와 벼룩 사이의 전염을 통해 자연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감염된 벼룩이 설치류 숙주의 사체를 떠나 인간을 물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산발적인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몽골에서는 마못 사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 사냥이 거듭되고 있다.
흑사병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이 거듭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박쥐로부터 사향고양이에게 전파돼 다시 사람에게 옮겨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박쥐로부터 낙타에게 전파되어 다시 사람에게 전파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숙주 동물로 박쥐, 천산갑, 너구리 등이 거론되고 있는 코로나19(COVID-19)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중국 네이멍구와 몽골 등지에서 흑사병 환자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특이한 부분은 아니다. 중국에서 최근 20년 사이 250여 명의 확진자가 산발적이고 간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프리카 지역이 더 심각한 수준이지만 역시 산발적이라 대유행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과 개인위생 인식 제고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흑사병이 다시 대유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신규 인수공통감염병의 등장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에 이은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등장할 수 있는 것.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뒤에도 여전히 야생동물 거래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흑사병 확진자도 사냥이 금지된 야생 마못 고기를 먹었다.
코로나19 역시 우한시 중심지역에 위치한 화난수산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지배적이다. 코로나19가 우한폐렴이라 불리던 초기 시절 제기된 주장으로 수산물뿐 아니라 박쥐, 천산갑, 뱀, 오리, 지네, 너구리, 토끼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식재료로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진 화난수산시장에서 박쥐를 통해 코로나19가 인간에게 감염됐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천산갑, 너구리 등을 통해 인간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론 ‘우한 연구소 발원설’ 등 음모론이 존재하는 등 아직 코로나19가 어떻게 인간 사이에서 대규모로 유행하게 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인수공통감염병인 만큼 숙주 동물에서 비롯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다양한 야생동물 식재료가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중간숙주로 지목받았던 천산갑은 국제범죄조직들이 상아 대신 천산갑을 새로운 수입원으로 삼으면서 국제적인 밀거래가 급증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천산갑’을 한약(생약)규격집에서 삭제했다.
2000년 이후 유행한 인수공통감염병인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는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게 흔히 나타나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감기, 인후염, 비염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모두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동물 유래 바이러스다. 지금처럼 야생동물 식재료 유통이 계속된다면 또 어떤 동물을 숙주로 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신규 전염병이 글로벌 유행할 수도 있다. 흑사병의 네 번째 유행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위험 요소인 셈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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