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부실·수출 부진·고령화 ‘삼재’…우리 기업 수출시장·생산기지 동시 타격, ELS 손실 우려도
중국 경제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건설과 부동산 부문에 진행된 과잉투자다. 팔리지 않을 건물을 너무 많이 지었고 이 때문에 건설사와 돈을 대준 금융회사들이 경영난에 빠졌다. 두 번째는 수출 부진이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산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급감했다. 세 번째는 고령화다. 연금 같은 사회보장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을 늘렸지만 통 큰 소비에는 인색해졌다. 하나같이 구조적인 문제들이어서 단시간에 해결이 어렵다.
민간 건설사와 금융회사의 경영난은 국유화로 해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개발한 부동산은 주택이 많아서 국유화 후 저가로 팔거나 임대해주면 부실을 줄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지방정부와 연결된 부실이다. 지방정부는 기업이 아니어서 채무불이행(Default)을 방치할 수 없다. 지방정부는 건설사에 땅을 장기임대(70년)해주고 지방정부금융회사(LGFV)를 통해 자금도 공급했다. 그 규모가 9조 달러에 달한다. 17조 달러인 국내 총생산(GDP)의 절반이 넘고, 60조 달러 규모인 금융시스템의 15%를 차지한다. LGFV가 발행한 채권만 2조 달러로 중국 국내 회사채 시장의 절반에 육박한다.
LGFV가 돈을 제때 못 갚으면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에 연쇄적으로 부실이 전이된다. LGFV가 참여한 부동산은 주택뿐 아니라 도로, 교량,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많다.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정부라고 민간 부동산 국유화에 LGFV 부실까지 떠안기는 역부족이다.
수출 감소도 심각하다. 7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나 급감하며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세계적 물가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중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내구재 수요가 줄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산 제품의 장기 수요 기반도 와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집약적 공산품은 인도, 동남아와 중남미 등으로 글로벌 생산기지가 옮겨지는 추세다. 첨단 제품은 미국의 견제로 세계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수출이 줄면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이는 가계소득 증가를 제한해 소비가 위축된다. 지난 7월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진입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아닌데 물가가 하락한 것은 디플레이션 진입을 의미한다. 구매력이 약화되면 자산 가격도 오르기 어렵다. 값이 오르지 않을 자산은 잘 팔리지 않는다. 수출 감소는 결국 부동산 경기회복을 막는 악재도 된다.
GDP 대비 가처분소득비율은 약 43%로 80% 수준인 선진국, 70% 수준인 개발도상국 평균보다 낮다. 저축을 워낙 많이 해서다. 중국의 저축률은 2022년 기준 45%가 넘는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꽤 높은 편인 우리나라가 35%다. 중국은 국민연금과 같은 노후복지 제도가 없다. 노후 준비는 오롯이 개인 몫이다. 주식투자도 보편적이지 않아 주로 은행에 돈을 맡긴다. 국내 예금만 26.3조 위안(한화 약 5000조 원)으로 GDP의 1.5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은행 예금은 GDP의 1.2배인 2500조 원이다.
중국의 출산율은 1.08명으로 일본(1.27명)보다 낮다. 청년실업률이 30%에 달해 결혼하는 청년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0.8명), 대만(0.9명)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진입 전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지는 보기 드문 사례가 될 전망이다. 국민소득이 낮은 상황에서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면 노인 빈곤과 그에 따른 재정부담으로 경제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의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고 부동산 부실로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마저 소진되면 우리 기업들은 주요한 수출시장과 생산기지가 동시에 타격을 입게 된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8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는데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27.5% 급감했다.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6월부터 15개월째 감소세인데 올해 들어선 줄곧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6월 마이너스(-) 19.0%, 7월 -25.1%, 8월(1~20일) -27.5%로 감소폭도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도 7월까지 10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무역 적자는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위안화 환율은 달러 당 7.2위안 이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당 원화 환율도 최근 1339원까지 올랐다. 지금까지 달러 당 원화가치가 1300원 이상까지 떨어진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초강력 긴축이 한창이던 지난해 4분기 때뿐이다. 시장에서는 14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국은행은 8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시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창용 총재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물가 변동성도 같이 확대될 수 있어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긴축과 중국의 경제 불안으로 환율이 더 오르면 물가도 뛸 테니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대중국 수출과 무역수지에서 가장 큰 부분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증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업종이다. 대중국 수출 부진으로 이익이 감소하면 주가가 오르기도 어렵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아직 중국의 수요를 대체할 정도에는 못 미친다. 이들 기업의 이익이 줄면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값이 높아진다. 펀더멘털 대비 너무 비싼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특히 환율 상승이 환 손실로 이어지는 외국인들에게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와 연결된 홍콩 증시도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국내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도 우려된다. ELS 만기는 보통 3년이다. 투자한 시점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60% 아래로 떨어지면 하락폭만큼 손실이 확정된다. 3년 전인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H지수는 9269~1만 2271 사이에서 움직였다. 60%면 5561~7362 사이다. 현재 H지수는 6200선이다. 이미 8월 키움·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조기 상환이 지연됐다고 잇달아 공지했다. 홍콩H지수에 연계된 ELS 만기도래액은 올 하반기 2조 3000억 원, 내년 13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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