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방송 후 부정적 여론 더욱 확산…‘이른 성공 없었어도 정산 따졌을까’ 물음표
#더 큰 이익 위해 소속사 배제?
사태를 간략히 정리하자. 피프티피프티는 불과 데뷔 반 년 만에 미국 빌보드차트와 영국 오피셜차트를 휩쓸었다. 역대 K팝 그룹을 통틀어 최단 기간에 두 차트에 입성했고, 또한 블랙핑크 등 쟁쟁한 걸그룹을 제치고 최장 기간 차트에 머물고 있다. 이런 성공을 만끽하기도 전,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은 2023년 6월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정산 불투명, 건강관리 미흡, 지원 부족 등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왜 여론은 싸늘할까.
일단, 데뷔 반 년 된 그룹이 정산을 문제 삼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덧붙여 ‘만약 이른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면 문제를 제기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달렸다. 그들의 데뷔 앨범은 실패했다. 그때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큐피드’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갑자기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또한 그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외주 제작사 더기버스가 그룹을 강탈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더기버스와 피프티피프티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들의 유착 관계를 의심할 만한 몇몇 정황들이 불거지며 대중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또한 그 사이 멤버 측은 피프티피프티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원 소속사와의 활동은 거부하면서 개별 활동을 준비하는 정황이다. 이 때문에 피프티피프티를 두고 ‘배신돌’이라거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는 의미의 ‘할복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까지 생성됐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볼 때 피프티피프티가 정당한 권리를 찾기보다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신인 계약을 맺은 어트랙트를 배제하려 한다는 주장이 대중에게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셈이다.
#그럼에도 기존 입장 고수 까닭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이다. 대중적 지지와 인기가 곧 그들의 가치다. 아무리 위세가 등등한 아티스트라도 대중의 지지를 잃는 순간 가치도 함께 잃는다. 그런데 피프티피프티를 대하는 대중의 온도는 지극히 차갑다. 그럼에도 피프티피프티의 행보는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우선 그들의 주장이 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소속사 어트랙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서 스스로 정당성을 획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어트랙트와 피프티피프티 사이에 전홍준 대표의 또 다른 법인인 스타크루이엔티가 있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모양새라고 지적하고 있는 탓이다. 또한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신뢰 훼손’을 이유로 법원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인용’으로 그들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양측이 도무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여론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피프티피프티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지금 자신들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어트랙트와 다시 손을 잡는다면 그동안 그들의 주장은 모조리 정당성을 잃는다. 그야말로 ‘억지를 부렸다’고 시인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향후 어트랙트와 활동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철저히 ‘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현재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해외 활동에 올인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피프티피프티의 성과는 철저히 해외에 집중됐다. 국내 활동은 미미해 아직 국내에선 멤버 4명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사실상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고 ‘글로벌 아이돌’이 된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후 여론이 나쁜 한국 활동을 배제하고 해외 활동에 집중할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해외는 비교적 아티스트의 사생활 논란에 관대한 편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8월 19일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서 ‘빌보드와 걸그룹, 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이 방송됐다. 많은 대중이 깊이 있는 분석을 기대했지만 ‘편파적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시청자게시판에는 4000개에 육박하는 성토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그알’은 다분히 피프티피프티를 옹호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터뷰가 이어졌고,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이 감정에 호소하는 멤버들의 편지를 낭독했다. 사실상 피프티피프티를 피해자라 보는 시각이 엿보였다. 그러면서 K팝 시장 전체를 도박판에 비유해 뭇매를 맞았다.
결국 피프티피프티를 향한 여론은 더 나빠졌다. 멤버 부모들의 인터뷰가 처음 공개됐지만 객관적 근거 없는 주장만이 난무했다. 그렇다보니 확인되지 않은 제작진과 피프티피프티 측의 유착 의혹까지 불거졌다. 결국 ‘그알’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번 ‘그알’은 피프티피프티를 향한 부정적 여론을 재차 확인하고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렇게 경도된 시각을 보인 프로그램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피프티피프티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증거나 참고자료로 활용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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