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상품 확장 통한 건전성 확보 제동 전망…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비율 완화 목소리도
#연체율 부담 높은데 주담대 압박까지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인터넷은행 주담대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지목했다. 지난 8월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확대에 대해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 목적이 있다.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맞는지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같은 달 24일부터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 실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은행이 비대면 주담대 관련해 소득심사나 연체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적격 사례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아직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17조 3223억 원으로 지난해 말(13조 2954억 원)보다 30.3% 늘었다. 카카오뱅크 전체 대출 잔액(33조 9136억 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 주담대 잔액은 2조 2974억 원에서 3조 6934억 원으로 60.8% 늘었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저렴한 금리로 주담대 수요를 모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로 취급한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가 4.02%, 케이뱅크가 4.12%다. KB국민은행(4.44%), 신한은행(4.79%), 하나은행(4.31%), 우리은행(4.34%), NH농협(4.37%) 등 시중 5대 은행보다 낮다.
건전성 악화 우려에 몸살을 앓던 인터넷은행은 외형 성장과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주담대 상품 판매를 적극 늘려왔다. 2021년 5월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비율 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아 건전성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올해 6월 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출 연체율은 각각 0.52%, 0.86%다. 1분기 말 기준 토스뱅크 대출 연체율은 1.32%다. 5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5월 말 기준 0.4%)보다 높다. 주담대는 주택이 담보로 잡혀있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적다. 담보 경매 처분을 통해 원리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신용대출에 비해 연체율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주담대를 콕 집어 문제 삼으면서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주담대 상품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에도 제약이 걸렸다.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검토 중이던 케이뱅크도 난처해졌다. 카카오뱅크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만 34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을 두기로 했다. 아직 담보대출 상품이 없는 토스뱅크는 올해 하반기 중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토스뱅크는 빨라야 내년에 주담대 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라 아직은 큰 틀에서 계획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상품과 관련해 향후 좀 더 강한 규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중·저신용자대출 의무 비율을 신용대출이 아닌 가계대출 내 비중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가능성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들도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중·저신용 대출을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주장을 파악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업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시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인터넷은행 업계는 낮은 금리의 주담대 상품으로 소비자 편익을 높인 데다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비율 목표치 달성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8월 17일 은행연합회의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뱅크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된다. 저희가 무슨 (가계대출 증가) 주범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은행권의 주담대 시장 규모는 총 814조 8000억 원이다. 이 중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2.1%, 케이뱅크는 0.45%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이 가계 부채 증가를 이끌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비율 이대로 괜찮나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주담대 확대가 중요하다. 올해 말까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전체 신용대출의 30%, 32%, 44%를 중·저신용자 대출로 취급해야 한다. 2분기 기준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27.7%, 케이뱅크가 24%, 토스뱅크가 38.5%다. 금융당국은 2023년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지키지 못하면 신사업 인허가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메기 역할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저신용자 의무 비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 은행과 경쟁하는 데 있어서 족쇄를 채우는 역할을 한다”며 “메기 효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일반 고객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대출평가시스템을 토대로 연체 가능성이 낮은 중·저 차주를 잘 선별하면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올 연말 목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인터넷은행협의회는 금융당국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 완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보다는 관련 대출 확대에 따른 위험 관리 능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인터넷은행들의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의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율 목표치와 관련해선 모든 걸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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