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성 타이안역 대합실 500개 중 440개가 안마의자…승객들 비용 지불하고 앉는 대신 바닥에 앉아
중국 산둥성 타이안 고속철도역은 얼마 전 대합실 리모델링을 끝냈다. 그런데 일반적인 대합실과는 다른 모습이 눈길을 모았다. 의자 500개 중 안마의자를 440개나 설치한 것이다. 안마의자는 사양에 따라 비용도 크게 차이가 났다. 이용자들은 고급일수록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타이안 고속철도역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였다. 많은 승객들이 바닥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반면, 안마의자 대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가장 저렴한 안마의자의 경우 10위안(1800원)에 불과했지만, 굳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안마의자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드물었다.
일부 승객들은 철도역 측에 “평소에도 인파가 많아 일반 의자가 턱없이 부족한데 왜 유료 안마의자로 대합실을 채웠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많은 승객들이 바닥에서 철도를 기다리느라 불편을 겪었다고 하소연했다. 비판 여론은 빠르게 확산됐다. 타이안 철도역 측은 “인터뷰에 응할 수 없으며 추후 조치와 관련해선 상부와 논의해 발표할 것”이라고만 했다.
부정적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합실 안마의자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봐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긴 하다. 우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안마의자 설치는 철도역 측의 재량 영역이다.
안마의자 개수가 너무 많아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서비스 측면에서 봤을 땐 승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철도역 등에 따르면 안마의자를 대합실에 설치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이용하고 싶다는 민원이 여러 번 접수됐다고 한다. 또한 철도역 측의 수익창출에 도움을 줘 적자에 허덕이는 재정 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비판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한 철도 전문가는 “안마의자가 너무 많아서 앉을 곳을 구하지 못해 승객들의 불만이 크다면 수익창출이나 서비스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면서 “타이안뿐 아니라 많은 철도역이 이와 비슷한 설계를 하거나 이미 했다. 유료 안마의자는 늘고 있지만 무료 의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안마의자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철도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공공재로서 영리성만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타이안 철도역 홈페이지 게시판엔 상업적 이익을 이유로 공공서비스를 소홀히 한다면 철도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안마의자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큰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안전상의 우려도 뒤를 잇는다. 지난 8월 3일 충칭의 한 기차역에선 한 여성이 안마의자에 머리카락이 끼어 큰 부상을 입었다. 2021년 1월 구이저우 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앞서의 철도 전문가는 “안마의자는 설치보단 유지와 보수가 중요하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고속철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안마의자가 파손되거나 고장이 날 가능성이 많다. 이는 안전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고속철도역뿐 아니라 영화관, 쇼핑몰 등에도 안마의자를 배치하는 곳이 늘어났다. 극장의 경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안마의자 좌석이 인기다.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안마의자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불편을 겪고, 또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면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정법대학 전파법연구센터 부주임 주웨이는 “철도역에 안마의자를 두고 요금을 받는 것은 정당한 경영권이다. 하지만 승객이 이용하는 대합실이 안마의자 소비처로 바뀌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앉을 곳이 없다는 문제점은 공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운영자는 안마의자의 안전과 위생을 각별히 챙겨야 한다. 만약 승객이 안전사고를 입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철도당국은 각 지역의 의자 배치 현황 파악에 나섰다. 각 철도역에는 무분별한 안마의자 설치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철도당국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최대한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시정할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귀띔했다. 각 철도역은 안마의자 개수, 사양, 배치, 위생이 철도당국의 기준에 충족하지 않을 경우 8월 말까지 이를 시정해야 한다. 철도당국은 승객이 많고 대기 면적이 부족한 철도역에 대해선 안마의자 비율을 더욱 줄인다는 계획이다.
철도당국은 승객의 이동과 휴식을 고려한 합리적 의자 배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안마의자는 전체 좌석의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안마의자는 승객들의 대기, 통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 이어 안마의자 관리를 위한 지침도 마련했다. 철도역은 안마의자의 양호한 작동 상태, 안전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 검사, 청소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서비스 감독 전화번호도 게시해야 한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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