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 이트론 12억어치 인수계약 후 경영진 구속으로 거래정지…영장 청구 예상하고 신규발행 전 매각 의혹
조 씨 고소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화그룹 지배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이화그룹은 주요 3개 계열사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화전기는 잠수함용 주파수변환기, 지대공미사일 천궁 전원공급장치 등 다양한 전원공급장치와 전력변환장치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로 방위산업체로 2022년 기준 매출은 515억 8700만 원 수준이다. 이아이디는 유류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회사다. 자회사 이큐셀, 케이아이티 등을 포함한 이아이디는의 2022년 기준 매출 규모는 2696억 원. 이트론은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솔루션 등 IT 관련 사업을 한다. 2022년 말 별도 기준 매출은 552억 원으로 서버와 스토리지 사업 비중이 81%에 달한다.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코스닥, 이아이디는 코스피에 각각 상장돼 있다.
이화그룹은 이화전기가 이아이디 지분 20.3%를 보유하고, 이아이디는 이트론 지분 9.47%를, 다시 이트론은 이화전기 지분 19.90%를 보유하면서 이화그룹 상장사 간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여기에 2021년 4월 설립된 센트럴타임즈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센트럴타임즈는 이화그룹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대거 인수해 매각한 회사다.
‘뉴스웰’ 등 보도에 따르면 센트럴타임즈는 CB나 BW를 여러 사모투자조합과 개인투자자에게 재매각했다고 한다. 2023년 4월 이들은 의무적으로 보유주식을 금융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5% 룰’을 피해 모두 주식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또한 센트럴타임즈는 2023년 3월까지 김 아무개 전 대표가 최대주주였는데, 김 전 대표는 2020년 3월까지 이아이디 대표이사였다. 이렇게 김 회장과 김 전 대표 간 특별한 관계였기 때문에 센트럴타임즈와 이화그룹 사이의 CB, BW 거래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고소장 등을 보면 조 씨는 4월 25일 센트럴타임즈가 보유한 이트론 BW를 인수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조 씨가 증거로 제출한 매매 계약서에는 센트럴타임즈가 보유한 2021년 10월 1일 발행 이트론 7회차 BW를 12억 1000만 원에 인수한다고 적혀 있다. 이 BW 계약은 이트론 총 550만 주를 1주당 행사가액 200원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권면 금액은 11억 원이고 여기에 프리미엄 10%를 얹어 12억 1000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2023년 4월 25일 오전 11시 조 씨는 12억 1000만 원을 센트럴타임즈 계좌로 입금했다. 매매 계약 당시 이트론 주식 시장가격은 330원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조 씨는 이렇게 산 BW로 같은 날 주식 전환 청구를 했다. 조 씨는 이 BW를 통해 받게 될 이트론 550만 주를 5월 17일 신규 발행하기로 5월 4일 확인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 주식이 신규 발행되기 전 발생했다.
5월 8월 이화그룹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이화그룹 총괄사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다. 5월 10일 법원은 김 회장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김 사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김 사장 영장 기각 이유로 ‘증거가 확보돼 있고, 도주 우려가 낮다’고 밝혔다.
5월 30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민경호)는 이들이 계열사 자금횡령 114억 원, 조세포탈 14억 원, 배임 842억 원, 자본시장법위반 74억 원, 재산국외도피 173억 원 등의 혐의가 있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화그룹의 실사주인 김영준 회장이 10여 년에 걸쳐 세금 267억 원을 체납하면서, 다수의 차명계좌와 국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373억 원을 은닉하는 체납처분면탈죄를 범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김 사장은 이런 김 회장의 주요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함께 기소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이화그룹 전현직 경영진이 기소되자 거래소는 5월 10일 장 마감 후 이화그룹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조회 공시를 요구하며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에 이화그룹이 ‘김성규 전 대표의 횡령액이 거래정지 기준인 10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8억 원’이라고 공시하자 거래소는 거래를 재개시켰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횡령액이 1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거래소는 12일 다시 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가 정지되면서 조 씨가 전환한 주식은 신규발행되지 못했다.
조 씨는 김영준 회장이 센트럴타임즈의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들이 김 회장 등 경영진이 기소될 것을 알고도 BW를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센트럴타임즈가 BW 등으로 확보한 주식은 이화그룹 상장 계열사 발행 주식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아이디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약 88%에 해당하는 물량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김 회장 결정이 없다면 이 정도 물량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다. 내가 산 물량 말고도 시장에서 거래된 BW가 수백억 원어치라고 알고 있다. 4월 25일은 수사가 끝물로 향할 때다. 김 회장이 구속되기 전 어차피 이 주식이 신규 발행되지 못할 것을 알고, 이 BW를 시장에 팔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 회장 입장을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화전기는 “김영준 전 이화전기 회장은 현재 당사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로 고소장이나 구속영장 청구서 등 자료를 확보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화그룹 상장 계열사 거래 정지 후 이들과 소액주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7월 25일 이아이디는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김성규 대표이사 사임으로 김동욱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연대는 이에 즉각 반발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소액주주연대는 ‘이아이디 공시 담당 상무로 일했던 김동욱 대표는 허위 공시 등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징계를 요구한 인물이다. 임시 대표직이라고 하지만 김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상황에서 사측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8월 9일 이화그룹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대는 사측과 표 대결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했다.
이화그룹 상장 계열사는 5월 10일 이후 현재까지 거래 정지 중이다. 거래소는 7월 13일 이화그룹 3사에 대해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심의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심위 심의 대상으로 결정되면 거래소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화전기와 이트론이 8월 3일 제출했다. 거래소는 9월 1일까지 개선계획서를 제출한 기업의 기심위를 진행해 상장폐지와 개선 기간 부여, 거래재개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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