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가정 책임예산제, 소비자 중심 복지제도, 남원에 국립의전원...“우리나라 복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
- 최근 대한민국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복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복지전문가로서 한국사회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해달라.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렸다. 현재의 삶은 고되지만 앞으로 나가가고 있고, 후손들은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게 될 거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민생은 팽개친 채 눈만 뜨면 ‘너 죽고 나 살자’는 싸움만 하는 정치 때문이다. 무책임하고 편향적인 대통령의 태도도 큰 문제이다. 국가 대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대통령제이다. 그런데 오히려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기를 지지하는 국민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편향성을 버려야 한다. 모든 국민을 끌어안아야 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스스로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통령임을 고백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 청와대 선임행정관, 보건복지부 정책관을 지낸 복지전문가이자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소개해달라.
"저는 실용적 개혁주의자다. 현직에 있을 때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고, 갈등 조정, 대안 제시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끊임없는 설득과 조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몸에 뱄다.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많은 인맥을 쌓았다. 그 인맥들은 지금도 정부와 정당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 동안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 갈등 조정과 문제 해결 능력이 지역사회를 위해 쓰일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한다."
- 본인의 성장과정을 회상한다면 어땠는지.
"긍정적 모범생이었던 같다. 가난했지만 부모님의 극진한 사랑과 형제들과의 우애 속에서 반듯한 모범생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베이비부머세대로서 과밀한 교실과 운동장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당시의 친구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지금 저의 사회적 네트워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너레이션 파워가 큰 베이비부머 세대가 도와준다면 세대의 힘이 크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래 세대를 위해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다."
- 대통령 비서실, 보건복지부, OECD 등 복지정책의 중심에 있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 분야의 수준과 전망에 대해 느끼거나 평가한 지점을 말해달라.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현대적인 복지시스템을 갖추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명실공히 현대화된 시기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생산적 복지, 노무현 대통령의 사회투자 국정이념 아래 건강보험제도, 국민연금제도, 고용보험제도, 산재보험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5대 사회보험이 완비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이 질병, 노후빈곤, 실업 등 각종 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2000년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실시되어, 근로능력이 있건 없건 관계없이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 또한 희망스타트, 노인독감백신, 장애인활동보조와 같은 다양한 보건복지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폭 늘어나고 모두가 동등하게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기 능력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시민권이 실질적으로 확장되었다.
2008년에 도입된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시킨 사업이었다.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을 중앙이 제시하지 않고 지역에서 수요자가 제시토록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넓고 진보적인 노무현 대통령 같은 탁월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는 우리나라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미국의 민주당 린든 존슨 정부와 비교하곤 한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헤드스타트와 같은 다양한 복지제도를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미국의 민주당처럼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현대화시킨 전통과 실력이 있는 정당이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 정치를 하게 된 배경은? 왜 정치를 하려 하는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정치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모든 국민들의 사회적 시민권이 충실히 구현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 복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제가 정치를 하려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OECD에 근무하는 동안 선진국의 많은 정치인들과 정책토론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놀랐던 것은 선진국 정치인들의 지식과 역량이 전문가를 뺨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질문도 매우 구체적이고 대안도 실질적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달랐다. 서민의 삶과 관련된 정책보다는 본인에 대한 의전을 중요시했다. 국가적 이슈보다 본인들의 정치적 기반 강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곤 했다. 권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뉴 노멀, 분절적 노동시장, 4차 산업혁명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저출산 예산만 해도 1년에 40조 이상이나 된다. 출생아 1명당 1억 5천만 원 가량인 셈이다. 그러나 효과는 형편없다. 말이 저출산 예산이지 실제 출산 가정에 돌아가는 예산은 얼마 되지 않다. 제가 입법권을 갖게 되면 저는 ‘출산가정 책임예산제’를 도입하겠다. 이 제도는 저출산 예산 편성권을 출산가정에 부여하여 해당 가정이 필요로 하는 육아 관련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복지제도를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여, 체감도를 높이고 지속가능성도 확보하겠다."
- 복지분야 외에 어떤 구상과 계획을 갖고 있나.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당면 과제인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다. 비수도권의 교육, 직장, 의료 인프라가 붕괴되었다. 때문에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빠져 나갔다. 지역을 돌아다녀 보면 어르신 비중이 절반이 넘어서, 흡사 거대한 요양원처럼 느껴진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의료 인프라 구축이다. 제 고향인 전라북도 남원 등 지리산권에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심혈관 질환이나 중증외상 사고로 대도시로 전원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헌법이 정한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정부가 약속한대로 남원에 국립의전원을 설치하면 된다. 국립의전원은 원래 있던 구)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의사인력 증원과도 무관하다. 저는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국립의전원을 설치토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리산권 의료공백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 국립의전원은 단순히 취약지 의료공백 해소에 그치지 않고, 지역발전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다. 국립의전원이 설치되면 우수한 보건의료인력이 대거 들어올 것이고, 뒤이어 첨단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들어오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산림친화형 웰니스산업, 고령자 및 암환자 힐링산업 등 지리산권에 적합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전진기지로 확장될 것이다. 사람은 많아지고 경제는 활력을 띠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정책 수립역량을 갖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지역의 소멸을 막고 발전의 전기가 되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겠다."
-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어떻게 할 것인가.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원칙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던 시절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를 시행을 적극 주장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간병인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거나 간호사 수가 부족한 점을 들어 많은 사람들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에 반대했다. 당시 병원에서 간병하던 가족이 오히려 병을 얻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었다. 감염우려가 큰 급성기 병원에 의료인이 아닌 간병인을 두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 선진국도 간병인을 두는 경우는 없다.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과 토론과 설득을 지속하여 간호간병서비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 미흡하지만 간호간병서비스를 통해 보호자 없는 병원이 점차 자리 잡아 나가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저의 부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이용하셨다. 서비스 수준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되어, 정책의 산파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처럼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진해 나가겠다."
- 현재 한국정치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김대중 대통령 같은 리더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균형감각과 외교력을 갖춘 리더쉽이 필요하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리더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씀도 항상 가슴에 담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문화예술분야 개방과 IT 산업 육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당시 벤처펀드를 육성하기 위해 벤처분야에 투자하는 경우 자금출처를 묻지 않는 과감한 정책을 도입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크나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탁월한 능력과 철학을 가진 지도자,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용기와 신념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 한국정치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하려하는가.
"전문성과 설득력을 바탕으로 일하는 정치인상을 보여주겠다. 정치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서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민의 삶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는 복지전문가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정치권에는 법률가, 경제전문가는 많은데 복지전문가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저는 그 찾기 힘든 복지전문가입니다. 오랫동안 준비된 복지전문가로서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서민을 행복하게 하는 복지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겠다.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겠다. 이를 위해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수시로 소통하겠다. 복지전문가가 정치인이 되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드리겠다."
임진수 전국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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