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효과 호평받았지만 ‘이야기’ 매력 부족…‘승리호’ ‘외계+인’ 등 CJ ENM표 SF 성적 초라
#철저히 외면받는 한국형 SF
‘더 문’의 손익분기점은 약 600만 명이다. 홍보·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3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것을 고려할 때, ‘더 문’은 극장 상영 기준으로 2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투자배급사로서 충무로의 ‘큰 형님’이라 할 수 있는 CJ ENM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CJ ENM은 2022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타짜’와 ‘도둑들’을 연출하며 흥행보증수표라 불렸던 최동훈 감독의 연출작인 ‘외계+인 1부’가 처참한 결과와 맞닥뜨렸다. 1부의 제작비만 약 33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700만 명이었는데, 153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 여파로 이미 촬영을 마친 2부는 아직 공개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서복’(2021)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 팬데믹이 한창이었고, 토종 OTT 티빙과 동시 공개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주연작임을 고려할 때 38만 명이라는 성적표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는 극장에 국한하지 않는다. 배우 송중기가 주인공으로 참여한 ‘승리호’(2021)는 당초 극장 상영이 목적이었으나 넷플릭스에서 공개됐고, 이후 ‘고요의 바다’(2021) ‘정이’(2023) ‘택배기사’(2023) 등 여러 SF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소개됐다. 일부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성과를 고려할 때 ‘성공했다’고 말하긴 쉽지 않다. ‘오징어 게임’은 차치하더라도 ‘더 글로리’ ‘킹덤’ ‘D.P.’와 같이 명백하게 성공을 거둔 작품과 비교할 때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이쯤 되면 “한국 관객은 ‘한국형 SF’를 싫어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과 함께’의 김용화, ‘도둑들’의 최동훈, ‘건축학개론’의 이용주(서복) 등 내로라하는 감독을 비롯해 공유, 박보검, 송중기, 설경구, 도경수 등 티켓파워가 검증됐다는 배우들이 즐비했지만 관객들을 모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실력, 그리고 전작의 성과를 미루어 봤을 때 “결국 SF라는 장르가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분위기다.
#결국은 ‘이야기’가 관건
하지만 몇몇 영화 관계자들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SF라는 장르로 모든 탓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묻는다. “그래서, 그 영화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매력적이었나?”
그동안 SF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다. 엄청난 수준의 VFX(특수효과)나 CG(컴퓨터그래픽)가 요구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술력으로는 우주 공간과 관련 캐릭터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이미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마션’과 같은 수준급 할리우드 SF물에 눈높이를 맞춘 한국 관객을 설득시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 문’의 시각적 효과에 대한 이견은 많지 않다. 호평 일색이다. 역대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VFX 기술을 뽐냈고, 달 표면의 질감과 태양풍이 몰아치는 장면은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앞서 ‘승리호’나 ‘외계+인 1부’ 역시 시각적 부분에 대한 비판은 적었다.
결국은 ‘이야기’가 문제였다. ‘더 문’은 “우주를 배경으로 보여주는 신파”라는 평을 받았다. 인물들의 관계성이 기존 한국 영화의 신파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승리호’ 역시 우주에서 살아가게 되는 시대에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설정은 기발했지만 결국은 또 다시 부성애와 대안가족이라는 틀 안에 갇혔다. ‘외계+인’은 어떤가. 외계인들이 외계 범죄자들을 지구인의 몸에 가둔다는 설정은 뿌리를 찾기 어렵고,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다.
결국 잇단 SF물의 실패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 할리우드 영화에 눈높이를 맞춘 관객들에게 한국형 SF물은 1순위 선택지가 아니다. 관람한 관객들의 만족도도 낮다. 부정적인 입소문은 한국형 SF물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한국형 SF물은 재미없다’는 믿음이 점차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김용화 감독은 ‘더 문’ GV(관객과의 대화)에서 “기대보다 관객분들이 (‘더 문’을) 덜 사랑해 주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SF 영화 시장이 열악하기 때문에 그 벽을 깨보자 시도는 했는데, 그것에 비해 아직 관객들이 한국 SF 영화를 대하는 거리감이 상당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더 문’이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한국 영화를 진일보시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시금 문제는 ‘이야기’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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