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선택권은 고객사에 있는 데다 직장인 반감만 커질 수도”…산업 구조상 실효성 있을지 의문
지난 8월 30일 해양수산부와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수협중앙회는 국회에서 급식 기업들과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을 열었다. 이날 협약식에서 정부와 여당은 급식기업에 우리 수산물을 단체급식 메뉴에서 확대하고 수산물을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급식 관련 기업은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신세계푸드 △풀무원푸드앤컬쳐 △아워홈 등이다. 이들 기업은 기업‧군부대‧학교 등지의 단체 급식을 운영하거나 단체 급식을 위한 식자재를 납품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급식기업은 소속 그룹 내 전국 구내식당에 우리 수산물을 식자재로 적극 사용할 방침이다. 다만 학교 급식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은 “우리 수산물은 누가 먹어도 안전하지만, 부모님들의 혹시 모를 우려를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소비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소비를 촉진해야 하는데, 기업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0년차 직장인 최 아무개 씨는 “수산물이 안전한지 아닌지 못 믿겠는 상황인데 무작정 구내식당 메뉴에서 수산물을 늘린다고 하면 이용하기 꺼려질 것 같다”며 “회사 복지 차원에서 구내식당 식대가 지원되는 곳 직원들은 그럼 복지혜택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건데 기업과 직장인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날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지 않냐”며 “어민들이 어려워 함께 협약식을 하면 기업들이 나서서 소비하고 이런 거에 앞장선다”며 기업들이 사내 급식을 통해 수산물 소비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메시지에 기업들이 어느 정도 따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과연 실제 단체급식에서 수산물 메뉴를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급식 메뉴 편성의 주도권은 고객사에 있기 때문에 급식 기업들이 나서서 수산물 메뉴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A 급식 기업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수산업계의 고통에 공감하며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하는 등 고객 거부감을 최대한 줄여서 정부 요청대로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고객 니즈를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도움이 적극적으로 필요하고 식대 단가 특성상 정부‧수산업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B 급식 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를 포함해 대부분 단체급식 기업들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단체급식 기업들에 수산물 메뉴를 늘리라 해도 고객사와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단독으로 결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C 급식 기업 관계자는 “고객사가 수산물을 빼고 식단을 짜달라고 하든가 (수산물을) 최소화 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 만족이 1순위기 때문에 고객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단체급식에서 수산물 소비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먼저 소비자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이를 알리는 게 먼저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용복 전국어민회 부회장은 지난 8월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단체급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억지로 먹이려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나 전수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풀무원푸드앤컬쳐 대표이사는 “농산물은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처럼 안전성을 담보해주는 인증제도가 많은 데 비해 수산물은 인증제도가 굉장히 적은 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수산물 관련) 인증제도를 늘려야 소비도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B 급식 기업 관계자는 “방류 이전에 급식 기업들을 소집해서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하라든지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의) 직접 개입이 이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억지로 먹이려 하지?’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반감만 늘어날 것”이라며 “안전한지 여부를 먼저 조사해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주고 홍보‧교육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여당,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방사능 검사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여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크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 30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민과 수산업, 나아가 소상공인과 지역경제 전반의 피해가 불 보듯 뻔히 예견되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며 “근본적이고 확실한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명확하게 진상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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