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부진 이후 맞은 새 시즌…새 감독 지휘 아래 달라진 경기력
#최악의 시즌 보낸 토트넘
토트넘은 지난 시즌 큰 부진을 겪었다. 2021-2022시즌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 리그 4위 등극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높아졌던 팬들의 기대감이 지난 시즌 와르르 무너졌다. 큰 금액으로 영입한 공격수 히샬리송은 리그에서 단 1골에 그쳤다. 후방에는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보강됐으나 수비진의 전체적인 부진으로 실점이 늘었다.
경기 내용과 시즌을 치르는 과정 모두 최악의 모습이었다. 지난 3월 구단과 관계가 악화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경질됐다. 수석코치를 역임하다 감독대행이 된 크리스티안 스텔리니도 4경기 만에 경질됐다. 스텔리니가 이끈 마지막 경기 뉴캐슬전에서는 전반 20분 만에 5골을 내주는 최악의 경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결국 이전에도 감독대행을 맡았던 라이언 메이슨 체제로 시즌을 마친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8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에서 해리 래드냅으로 감독이 교체되고 디미티르 베르바토프, 이영표 등을 팀에서 떠나보냈던 2008-2009시즌 이후 최저 성적이다.
프리시즌에도 지켜보는 팬들의 우려를 낳았다. 공석이 된 사령탑에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리했다. 그리스, 호주, 일본, 스코틀랜드 등의 무대를 거친, 프리미어리그에선 '비주류' 인사였다. 주요 빅리그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구단의 결정에 비판이 나왔다. 다만 규모가 작은 무대였지만 우승 경험이 많고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프리시즌 변화
이적시장에서도 큰 시련이 이어졌다. 계약이 1년 남은 팀의 핵심 공격수 해리 케인을 이적시킨 것이다. 케인의 비중은 단순히 공격수 1명 이상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지난 10년간 213골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한 시즌 평균 21골 이상을 기록하는 공격수의 부재는 팀으로서 큰 타격이었다.
토트넘은 케인이 빠진 최전방에 아르헨티나 출신 19세 공격수(알레호 벨리스)만 영입했다. 반면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받던 위치에는 제임스 매디슨(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미키 반 더 벤(중앙 수비수), 굴리엘모 비카리오(골키퍼) 등을 보강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단을 재정비하는 한편 주장단도 교체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2015년부터 장기간 주장을 맡아온 베테랑 골키퍼 위고 요리스에서 손흥민에게 완장을 넘겼다. 2012년부터 토트넘에서 활약하며 팀의 전성기를 함께한 요리스는 이적이 유력하다. 이적이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전자리는 신입생 비카리오가 맡을 전망이다. 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주장직을 이적 2년차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1년차 제임스 매디슨에게 맡기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손흥민은 퀸즈파크 레인저스 시절 박지성에 이어 1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주장이 됐다. 케인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요리스마저 이적한다면 손흥민은 가장 오랜 기간 팀을 지킨 주전급 선수가 된다. 토트넘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인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선 선발 11명 중 현재 팀에 남아 있는 이는 손흥민과 요리스뿐이다.
새 주장 선임 소식에 토트넘 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손흥민은 앞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아오며 리더십을 증명한 바 있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찬 이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 공식적으로 주장을 맡기 시작했다. ‘주장 손흥민’의 시대,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티켓 조기 확보, 월드컵 16강 진출 등을 이뤄냈다.
#리그 3경기 무패, 달라진 경기력
토트넘은 올시즌 개막 직후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 중이다. 최근 2경기 2연승은 의미가 컸다. 첫 승을 거뒀던 2라운드 상대는 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다음 경기에서 만난 본머스는 지난 시즌 순위는 낮았으나 토트넘이 2경기에서 5골을 헌납했던 어려운 상대였다. 토트넘은 2연승 기간 무실점과 2골씩 넣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후 8월 29일 열린 풀럼과 리그컵 2라운드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패했으나 비중이 적은 경기였기에 로테이션 자원들이 대거 나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임 콘테 감독 시절과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중앙수비수 3명을 세우며 수동적인 경기를 펼쳤던 지난 시즌과 달리 현재 토트넘은 백4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시즌 좋은 평가를 받았던 로메로와 신입생 반 더 벤은 나아진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로드리고 벤탄쿠르, 올리버 스킵 등이 주로 나섰던 중원에는 마타르 사르, 이브 비수마가 후방을 받치고 매디슨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형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핵심으로 활약하며 고평가를 받았던 호이비에르의 역할 축소가 눈에 띈다. 그는 수비적 능력과 활동량 등에 비중이 높은 유형이다. 새로운 토트넘 중원 조합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원하는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구현하기에 적절하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경기를 보는 게 힘들 정도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토트넘이 주도하는 경기를 펼친다. 맨유라는 강팀을 상대로도 점유율이 높았다. 단 한 시즌 만에 팀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디슨의 영입이 신의 한 수다. 토트넘의 약점이던 공격지역 세밀함을 더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장 손흥민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었다. 개막전에서 측면에 넓게 벌린 위치에서 머물러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경기 내 영향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손흥민은 수비 뒷공간을 활용하거나 골을 노리는 역할에 집중해왔다. 포스테코글루 체제에서는 이전보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팀의 공 순환에 관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키패스나 기회 창출 횟수가 늘었다. 최전방 공격수였지만 플레이메이킹에도 크게 관여하던 케인의 빈 자리를 손흥민도 일부분 채워주는 모양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특출난 스피드가 장점이지만 이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능력이다. 지난 두 경기에서와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좋은 기량을 더 긴 시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흥민은 또 1인 2역을 소화한다. 최근 두 경기에서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후반 중반 이후 중앙 공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리그 무득점인 히샬리송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손흥민이 원톱으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진했던 토트넘의 이번 시즌 목표는 15년 이상 경험하지 못한 대회 우승, 유럽 무대(챔피언스리그) 복귀다. 개막 초반이지만 리그에서 2승 1무를 거두며 3위에 올라 순항 중이다. 새 감독, 새 주장 아래 달라진 토트넘이 시즌 말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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