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추석연휴 사이 ‘비수기’ 한국 영화 묘한 경쟁…장르 영화 ‘잠’ ‘치악산’ 성적에도 눈길
#‘콘유’, 과연 ‘밀수’ 넘어설까?
8월 30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누적 관객수는 342만 4987명으로 2023년 여름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이날 500만 관객을 돌파한 ‘밀수’로 관객수 501만 782명을 기록 중이다. 두 영화의 누적 관객수 차이는 158만 5795명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8월 9일 개봉해 벌써 20일 넘게 상영 중임을 감안하면 이대로 1, 2위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역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5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관객이 관람했고 ‘밀수’는 15만여 명이 관람해 35만 명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4주가량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대역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추석 연휴 전까지 꾸준히 일일 박스오피스 1~2위 자리를 지켜야 겨우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있다. 추석 연휴까지 개봉하는 대작이나 기대작이 거의 없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빈집을 독차지하며 예상 외로 긴 흥행세를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달짝지근해:7510’ 어디까지 갈까
2023년 여름 극장가 한국 영화 빅4로 손꼽히던 영화 가운데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나마 흥행세를 이어가는 데 반해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각각 51만 명과 105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는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이제 ‘비공식작전’은 ‘달짝지근해: 7510’에도 밀리는 분위기다. ‘달짝지근해: 7510’은 8월 30일 기준 94만 825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비공식작전’과의 차이를 10만여 명으로 좁혔다. 평일인 8월 30일에도 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비공식작전’ 역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유해진 김희선 주연의 ‘달짝지근해: 7510’ 역시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별다른 경쟁작 없는 극장가에서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흥행 성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얼마나 되느냐다. 스크린을 확보해 한 번이라도 더 상영해야 관객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오펜하이머’가 가장 많은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달짝지근해: 7510’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오펜하이머’보다 조금 적을 뿐 비슷한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달짝지근해: 7510’은 손익분기점인 165만 명까지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름 공포물 공식 깬 ‘잠’ ‘치악산’, 과연 성적은…
8월 30일 개봉한 신혜선 주연의 ‘타겟’은 이날 5만 786명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달짝지근해: 7510’이 개봉 첫날 12만 2202명을 동원했음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극장 개봉 영화는 개봉 당시 상당한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제공되지만 흥행 성적이 기대 이하면 바로 이 수치가 줄어든다. 극장 입장에선 관객이 더 드는 영화에 스크린을 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겟’은 개봉 첫날 986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는데 이는 1056개의 ‘오펜하이머’에 이어 2위다. 상영 횟수는 3994회로 3029회의 ‘오펜하이머’보다 1000회가량 많았지만 이날 관객수는 6만 5791명을 동원한 ‘오펜하이머’가 5만 6786명을 동원한 ‘타겟’에 앞섰다. 개봉 첫 주말 성적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타겟’은 극장가에서 일찍 사라질 수도 있다.
추석 연휴 이전에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는 9월 6일 개봉하는 ‘잠’과 13일 개봉하는 ‘치악산’ 등이 있다. 스릴러 장르인 ‘타겟’에 이어 ‘잠’은 미스터리물, ‘치악산’은 공포물이다.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등의 장르 영화는 여름 극장가에서 개봉하는 게 오랜 개봉 공식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여름 극장가에 대작 텐트폴 영화 개봉이 집중되면서 이를 피하다 보니 늦여름인 8월 말과 9월 초에 개봉하게 됐다.
여름 공포물의 공식을 깬 한국 영화들 가운데 별다른 흥행작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펜하이머’, ‘콘크리트 유토피아’, ‘달짝지근해: 7510’ 등이 추석 극장가까지 장기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 등 외화 가운데서도 추석 연휴까지 별다른 기대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유독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어 9월 14일 개봉하는 ‘닌자터틀: 뮤턴트 대소동’이 복병이 될 수 있고, 에르큘 포와르 시리즈 세 번째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도 어느 정도의 고정 팬은 확보하고 있다. 할리우드 공포물 ‘이노센트’, ‘더 넌2’ 등도 있다. 그렇지만 모두 대작은 아니고 티켓파워가 보장된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는다.
반면 추석연휴가 되면 다시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 대작 한국 영화들이 맞붙어 피 튀기는 경쟁을 시작한다. 다시 여름 성수기 극장가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영화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국 영화계의 위기는 점점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대작 한국 영화들이 성수기만 노리지 않고 비수기에도 분산 개봉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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