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올림픽 선수촌에는 약 15만 개의 콘돔이 제공되었다고 한다. |
“올림픽 선수촌은 지구상에서 남성 호르몬이 가장 넘쳐나는 곳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을 수상한 호주의 사격 선수인 러셀 마크는 올림픽 선수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말했다. 혈기왕성한 젊은 남녀 선수들이 모인 곳인 만큼 선수들 간의 야릇한 즉석 만남이 종종 이뤄진다는 것이다.
▲ 선수촌에서 본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야경. |
이번 런던올림픽의 경우에는 모두 15만 개의 콘돔이 준비되었으며, 선수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판기도 마련되었다. 이는 1만 490명의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동안 1인당 평균 15회가량 섹스를 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과장된 수치는 아닐까. 이에 대해 마크는 “선수촌에 묵는 선수들은 실제 섹스를 많이 즐긴다”고 말했으며, 미국의 허들 선수인 롤로 존스는 “순결을 지키는 것이 훈련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사격선수인 미국의 조시 라카토스는 선수촌에서의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나는 선수촌이 사창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평생 그렇게 난잡한 모습은 처음 봤다.” 또한 그는 “선수들의 방에는 밤이고 낮이고 콘돔이 가득 담긴 운동가방이 전달되었으며, 하루는 미국 육상선수 대표팀 방에서 다른 나라의 여자 육상 선수들이 단체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회상했다.
또한 미국의 투포환 선수인 존 고디나는 시드니올림픽 당시 룸메이트였던 투창 선수만큼 자유분방했던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매일 밤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들이 방으로 찾아왔다. 마치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 미국 여자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 호프 솔로. |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 은메달 2, 동메달 1개를 따낸 미국의 수영선수 라이언 록티는 과거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료 선수가 선수촌 발코니에서 섹스를 하는 모습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자신으로 오인돼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나를 지목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결백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런던올림픽은 과거의 올림픽보다 남녀가 만나 섹스를 즐기기에 더 좋은 조건을 갖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베이징올림픽 선수촌에 비해 규모가 작아졌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부딪힐 기회가 많았다. 선수촌 내에는 체육관, 아케이드, 맥주 광장, 24시간 맥도널드, 카페, 나이트클럽, TV 라운지 등이 있었으며, 선수들은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건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었다.
▲ 금메달 2개 등 총 5개의 메달을 따낸 미국 수영선수 라이언 록티. |
선수들 간의 대화는 먼저 “무슨 종목에서 뛰세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며, 이렇게 시작된 대화로 친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베이징올림픽 BMX 동메달리스트인 질 킨트너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특히 사교적이다. 그들은 항상 방문을 열어놓고 지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수촌 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의 선수들은 누굴까. 이에 대해 한 남자 수영선수는 “여자 축구선수들은 모두들 섹시하고, 록스타처럼 차려 입는다”고 말했으며, 킨트너는 “남자 체조 선수들은 작고 귀여운 이워크족(영화 <스타워즈> 캐릭터) 같다”고 말했다. 또 한 선수는 “가장 훌륭한 몸매의 소유자들은 수영 선수와 수구 선수들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선수촌에서 사교 문화를 즐기는 데 있어 수영 선수들만큼 운이 좋은 선수들도 없다.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데다, 대부분의 경기가 올림픽 첫 주에 모두 끝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비교적 여유롭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수영 선수들은 선수촌 안에서 가장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록티의 경우 “경기가 끝나면 런던의 술집들을 돌아다니면서 훌리건들이랑 어울려 술을 마시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으며, 스위스 수영선수인 도미니크 마이히트리는 “새벽 6~7시경 클럽에서 숙소로 돌아올 때마다 육상 선수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 일찍 훈련장으로 떠나는 선수들을 버스에서 만날 때마다 우리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불공평한 생활도 올림픽 기간이 지나가면서 금세 평준화된다. 막을 내리는 경기 종목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선수촌에서는 점점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또한 룸메이트들이 하나둘 본국으로 떠나면서 독방을 쓰게 된 선수들은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의미로 방문 고리에 양말을 걸어놓고는 마음껏 사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이 선수촌에서 이렇게 어울려 다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육상선수인 지나 갈은 올림픽을 앞두고 “개막식에는 참석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열리기 3일 전까지는 선수촌에 묵지 않을 것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가능한 선수촌에서 멀리 떨어져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선수촌 안에서 오로지 섹스만 즐기는 것도 아니다.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인기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먹는 것’이다. 시몬즈는 “평소에는 엄격한 식단을 유지하던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접시 한 가득 맥도널드 햄버거와 케이크를 잔뜩 담아서 먹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나의 경우는 술을 진탕 마셨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날 선수촌의 이런 자유분방한 사교 문화에 대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10종경기 금메달리스트인 브루스 제너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예오락 매체인 <E!>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남녀 선수가 대화는커녕 서로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선수들은 코치의 지도 아래 통금 시간을 엄격히 지켜야 했으며, 훈련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선수들은 자신들이 이처럼 선수촌 안에서 자유분방해지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젊은 데다 혈기가 넘친다. 그리고 선수촌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기자들이나 부모들로부터 해방된다.
또한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외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늘 훈련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연애를 하거나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다.
브라질 수구 대표팀의 토니 아제베두는 “생각해보라.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매일 새벽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훈련을 해야 한다. 이런데 누굴 만날 수 있겠는가? 이런 압박감이 사라지면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여기에는 대체적으로 모험을 좋아하는 운동선수들의 성향도 한몫한다.
알파인 스키 선수인 캐리 샤인버그는 “선수촌 생활은 새로운 것을 찾는 일종의 모험이다. 선수들은 도전을 좋아하는 모험가들이다. 말이 안 통하는 낯선 사람들과 기꺼이 섹스를 즐긴다”라고 말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맥도널드는 선수촌 안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
▲ 경기가 끝난 선수들은 남은 선수촌 생활을 자유분방하게 즐긴다. |
“천하의 나달도 세탁기 직접 돌려”
선수촌 안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의 비밀스런 면들을 소개한 <올림픽 선수들의 비밀: 위대한 올림픽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익명의 한 영국 선수가 저술한 일종의 폭로성 책이다. 런던올림픽에 맞춰 출간됐던 이 책에는 선수촌 안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런 일들과 함께 선수들의 일상과 심리에 대해 소개했다. 가령 ‘그들은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나?’ ‘선수들이 맥도널드를 즐겨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와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데일리비스트>가 책에서 발췌한 재미있는 내용들을 소개해본다.
# 선수들의 진솔한 모습
제아무리 유명 스포츠 스타라고 해도 선수촌 안에서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단체 생활을 해야 한다. 런던올림픽 2관왕인 영국의 사이클 선수 브래들리 위긴스는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을 세탁실 안에서 보고는 깜짝 놀랐다. 세탁실에서 직접 빨래를 하고 있던 나달의 모습도 어색했지만 미련하게도 그는 흰옷과 색깔 있는 옷을 함께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있었다.
미국 남자 농구팀은 선수촌에 묵고 싶어도 묵을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숙소 안의 침대가 너무 작아 도무지 선수들에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
# 오락거리
선수들은 선수촌 안에서 무리를 지어 바비큐 파티를 열며,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커피타임을 갖는다. 또한 틈만 나면 일주일 내내 24시간 열려 있는 맥도널드를 즐겨 찾는다. 참고로 맥도널드는 선수촌 안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룸도 인기 있는 장소며, 특히 이곳은 경기에서 진 선수들이 많은 날이면 더욱 북적댄다.
# 사람 구경하기
‘저 선수는 어떤 종목 선수일까?’를 맞추는 놀이는 선수들이 종종 즐기는 놀이다. 가령 다리털을 미끈하게 밀었을 경우에는 사이클 선수일 확률이, 그리고 화장을 진하게 했을 경우에는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선수일 확률이 높다.
또 어떤 선수들은 자신들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지나가는 선수들의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스웨덴 요트팀 선수들이나 프랑스 배구팀 선수들이 마음에 들 경우 체크 표시를 해두는 식이다.
# 개막식 불참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이야말로 선수들에게는 대단한 영광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많은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네 시간 동안 계속되는 개막식 공연이 따분하거나 혹은 괴상하다고 여기는 선수들도 많다. 또한 어떤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가 열리기 전에 그렇게 장시간 서있는 걸 원치 않는다.
# 파티
아테네올림픽 당시 영국 올림픽위원회는 자국의 선수들을 위해 인근의 학교 하나를 통째로 예약했다. 이곳은 영국 선수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쉼터로 활용되었으며, 밤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는 데 사용됐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팀은 3600㎡에 ‘클럽 버드’를 만들어 놓아 선수들이 공짜로 맥주를 마시면서 여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장 화제가 됐던 선수촌 파티는 아테네올림픽에서 열렸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파티’였다. 한 영국 선수는 회상하길, “정말 대단한 파티였다. 토플리스 댄서들이 춤을 췄으며, 미국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선수들이 수영장 안에서 춤을 췄다”고 말했다.
# 섹스
선수촌에서의 섹스 횟수는 대회 날짜가 지나가면서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섹스를 하는지는 선수촌 안에 비치된 콘돔 개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으로 무료 콘돔이 배포된 건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1990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는 두 시간마다 콘돔 자판기를 새로 채워 넣어야 했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9500명의 선수들에게 5만~8만 개의 콘돔을 나누어 주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했던 1만 500명의 선수들에게는 1만 5000개의 콘돔이, 그리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첫 주에만 7만 개의 콘돔이 소진되었고, 그 후 추가로 다시 2만 개를 주문해야 했다. 그 후부터 올림픽 조직위는 콘돔 10만 개를 기본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섹스 횟수와 콘돔 개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례로 인도의 필드하키 선수들은 콘돔 수백 개를 사용하지 않은 채 고향으로 가지고 갔다. 이유는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해서였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