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태 등 문재인 정부 때 대검 간부들 이미 줄사표…“‘믿을 수 없는 사람’ 나가라 시그널 준 것”
다수의 언론들이 ‘승진자’를 분석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옷을 벗은 검사’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 검찰 인사인데, 이번 인사를 통해 ‘윤석열 체제의 완성’이 됐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인사가 주요보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히고, 문재인 정부 시절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들을 정리했다면, 이번에는 비주요보직까지 확실하게 인사를 통해 정리했다는 평이 나온다.
#'인사 의지' 반영되지 않고서야…
인사가 나오기 전 이미 적지 않은 고위직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고검장 중에서 조종태 광주고검장(25기)이 이미 사의를 밝혔고, 검사장 중에서 노정환 울산지검장(26기), 문홍성 전주지검장(26기), 이수권 광주지검장(26기), 이근수 제주지검장(28기)이 사표를 제출했다. 예세민 춘천지검장(28기)과 김지용 광주고검 차장검사(검사장급·28기)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런 흐름을 통해 검찰 내 인사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 간부였던 이들의 사표가 줄 이은 것은 ‘인사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종태 고검장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서 대검 기조부장으로 원포인트 인사가 난 적이 있고, 예세민 지검장도 2021년~2022년 대검 기조부장을 역임했다. 김지용 차장검사도 예세민 지검장과 같은 시기에 대검 형사부장을 역임했고, 문홍성 지검장은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 역시 사의를 표한 이근수 지검장도 당시 대검에서 공판송무부장을 맡았었다.
역시 사의를 표한 이수권 지검장의 경우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 간부’들이 모두 사의를 표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평이 나오는 지점이다. 한편 조국 전 서울대 교수의 무혐의를 주장했던 심재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27기)도 7월 말 일찌감치 옷을 벗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한 이들의 공통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승승장구했던 사람들’인데 이들의 사의에는 미리 ‘중용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 있지 않았겠냐”며 “지난해 인사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수사 보직에 있던 이들을 내보내고 송경호 지검장처럼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히는 수사라인 정리 인사였다면, 이번 인사는 전 정부에 앞장섰던 이들까지 솎아내는 것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검이나 법무부 등에서 앞장서서 근무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윗선에서는 이를 문제삼아 좌천시키거나 나가달라고 요청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좌천성 인사에 결국 사표 낸 검사장 3명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적지 않은 이들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인사 결과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검찰 인사에서 주요 보직만큼이나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는 자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통상 한직이자 좌천성 인사지로 분류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 시절 쫓겨나 있던 자리다.
9월 4일 이뤄진 인사에서 3명의 검사장이 좌천성 인사를 받아들었다. 문성인 수원고검 차장검사(28기)와 이철희 부산고검 차장검사(27기), 홍종희 대구고검 차장검사(29기)였다.
결국 이들 3명 모두 이날 인사 발표 직후 곧바로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문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 글에서 “성장하지 않으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도태되는 것”이라며 “검찰은 숙명처럼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썼다.
검찰 내에서는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사람’으로 분류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종희 검사장은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서울고검 차장검사, 대구고검 차장검사를 지냈다. 배우자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명신 반부패비서관이었다. 검찰 개혁에 앞장섰던 것이 홍 검사장 인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성인 검사장은 법무부 인권구조과장,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 마지막 인사에서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했었고, 이철희 검사장은 대검찰청 마약과장·과학수사부장, 청주지검장,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이철희와 문성인 고검 차장검사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승진했던 이들이다.
특히 검찰을 떠나게 된 몇몇 검사장급은 ‘동상이몽’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을 중 한 명을 잘 아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몇몇 검사장의 경우 ‘나는 문재인 정부에 앞장서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윗선을 향해 구명활동을 꽤 했고 인사 결과까지 기다리지 않았냐”며 “그럼에도 좌천성 인사를 받은 것은 ‘더 이상 승진의 기회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고 이에 사표를 쓴 것이다. 이는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검찰에서, 분위기 장악에 절대적이지 않겠냐”고 풀이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인사와 합쳐서 판단하면 ‘문재인 정부 인사 골라내기’가 완성됐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23기),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27기) 등 검사장급 이상 7명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사의를 낸 이들도 있지만 이성윤 검사장 등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결국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총장이 ‘실력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주요 수사가 진행 중인 곳에 앉혀서 쓰고, ‘정치적으로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완벽하게 나가라는 시그널을 준 두 번째 인사”라며 “이번 인사를 두고 나가게 된 이들을 향해 ‘왜?’라고 생각하고 의아해 할 검사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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