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중 순이익 최하, 비은행 부문 강화 숙제…우리금융 “증권 우선순위로 두고 인수 기회 모색”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장'의 화려한 복귀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임종룡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임 회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임 회장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내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임 회장의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도 무산됐다.
임종룡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요직을 맡으면서 친여 성향 인사로 평가 받는다. 이 때문인지 임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야인으로 지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임 회장은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오르는 등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임 회장을 선임할 당시 ‘관치금융’ 지적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임종룡 회장 취임이 확정되자 우려를 쏟아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종룡 회장 선임 당시 “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확정되면서 금융권에 관치금융의 바람이 분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며 “은행의 사회적 공공성은 관료 출신 인사가 금융지주 회장이 된다는 것으로 담보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으로 교체되며 관치금융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종룡 회장은 윤석열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일례로 임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30일,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인하 등을 포함한 총 20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해당 지원책은 임 회장이 직접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소식’에서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이복현 원장은 당시 시중은행에 상생금융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100명을 추첨해 청년도약계좌 첫 달 가입액을 대납해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을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와 윤석열 정부는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임종룡 회장의 노력 덕에 우리금융지주와 정부의 관계도 개선됐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실적은 부진한데…은행 의존도 완화는 요원
임종룡 회장이 받은 첫 성적표는 신통치 못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조 859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 6138억 원으로 13.23%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하나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각각 2조 453억 원, 1조 898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우리금융지주를 앞섰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하나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농협금융지주보다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에게 뒤처지면서 5대 금융지주사(신한·KB·하나·농협·우리) 중 순이익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부진한 실적을 거둔 이유로는 취약한 비은행 부문이 꼽힌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로는 우리은행, 우리종합금융, 우리카드,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있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바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가 경쟁사 대비 대손비용 관련 영향을 높게 받은 것은 비은행 계열사 부재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 중 은행 의존도는 92%로 국내 금융지주사 중 최고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순이익 은행 의존도는 각각 64% 수준으로 우리금융지주와 차이가 크다. 김경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설립 5년 미만으로 증권사 및 보험사를 포함하지 않은 사업다각화 초기 단계에 있다”며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업권별 자회사의 시장지위도 5대 은행금융지주 대비 열위하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임 회장 취임 당시 “(임 회장은) 미래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증권사나 보험사가 M&A 매물로 나오면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후보로 언급되곤 했다. 금융권 M&A 시장에는 MG손해보험, ABL생명 등이 매물로 나와 있으며 동양생명,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M&A 관련해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사실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 M&A를 속전속결로 처리하기는 어렵다. 수천억 원에서 최대 수조 원까지 지출하는 대형 M&A를 앞두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지주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13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753억 원으로 44.07% 줄었다.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늦어지면 단기간 내 실적 개선도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조 588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 4779억 원으로 5.19% 하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올해 초 1만 3000원대였지만 현재는 1만 1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올해 1월 한때 10조 2748억 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9조 원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IBK기업은행이 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앞지르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가 9월 들어 다시 앞서고 있지만 언제 또 역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경영과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의미 없지는 않다”면서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 임 회장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수익원 다변화, 안정적인 수익구조 구축, 경쟁력 있는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비은행 부문을 지속 확충할 계획”이라며 “M&A 추진 시 인수 대상을 신중하게 선별할 것이며 증권을 우선순위로 두고 인수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은행장 승계프로그램 도입과 더불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정책을 그룹 내 뿌리 내리도록 하는 등 우리금융의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조직개편 등을 통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신성장산업 육성 토대를 마련하는 등 우리금융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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