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현대·롯데, 헬로비전·딜라이브에 송출 중단 통보…업계 “힘없는 케이블보다 IPTV 수수료 조정돼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GS홈쇼핑·CJ온스타일(옛 CJ오쇼핑)·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 등 국내 4대 홈쇼핑 업체의 올해 2분기 총 매출은 1조 1278억 원, 영업이익은 560억 원이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은 7.8%, 영업이익은 47.4% 하락한 수치다. 특히 롯데홈쇼핑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28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20억 원으로 92.8% 줄었다.
이는 롯데홈쇼핑이 대법원에서 방송법 위반 최종 판결을 받아 6개월 동안 새벽방송을 중단한 여파다.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원 10명은 2014년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그런데 롯데홈쇼핑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재승인 신청서를 내면서 임직원 범죄행위를 고의로 누락했다가 감사원에게 적발됐다.
특별한 상황인 롯데홈쇼핑을 제외하더라도 홈쇼핑업계의 부진은 심각하다는 평가다. 현대홈쇼핑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278억 원에서 올해 2분기 177억 원으로 36.4% 줄었다. 같은 기간 GS홈쇼핑의 영업이익 역시 321억 원에서 273억 원으로 15.0% 감소했다.
홈쇼핑업계 부진 원인으로는 TV 시청 시간 감소와 이커머스의 대두가 꼽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국민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2시간 36분이다. 이는 2020년 2시간 51분에서 15분 줄어든 수치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감상 인구가 늘어나면서 방송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비 중심축이 이커머스로 옮겨가며 홈쇼핑의 장점도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113조 원에서 2022년 210조 원으로 4년 새 두 배가량 성장했다. 반면 국내 홈쇼핑 7대 업체의 방송사업 매출(TV 방송에서 콜센터 전화를 통해 올린 매출)은 2014년 3조 4438억 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의 방송사업 매출은 2조 8998억 원에 그쳤다.
홈쇼핑의 형식을 빌린 이커머스까지 등장해 기존 홈쇼핑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네이버 쇼핑라이브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누구나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물품 판매가 가능하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누적 거래액은 1조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지난해 9월 2분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숏클립’을 선보였다. 숏클립을 통한 거래액은 분기마다 두 배가량 상승하고 있다. 기존 홈쇼핑 업체들도 방송에서 벗어난 새로운 플랫폼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이 TV를 통한 홈쇼핑인 만큼 한계는 분명하다는 평가다.
홈쇼핑업계가 지목하는 또 다른 실적 감소 원인은 송출수수료다. 홈쇼핑은 큰 틀에서 살펴보면 ‘TV 플랫폼’ 입점 업체다. 따라서 채널 사용 대가로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와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는 2014년 9645억 원에서 지난해 1조 9065억 원으로 상승했다. 홈쇼핑업계의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송출수수료는 증가세에 있는 것이다. 홈쇼핑 7개사의 매출 대비 수수료 비중은 2014년 28%에서 2022년 66%로 증가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의 3분의 2를 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홈쇼핑업계와 방송업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급기야 채널 송출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은 케이블 사업자인 LG헬로비전과 수수료 협상을 중단하고 송출 중단을 결정했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 등에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특히 롯데홈쇼핑의 강남 송출 중단은 구매력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송출수수료 검증 협의체를 운영해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당사자인 방송업계와 홈쇼핑업계에서도 송출 중단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홈쇼핑도, 지역 케이블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시장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일례로 딜라이브의 순손실은 2021년 103억 원에서 2022년 772억 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딜라이브의 자본총액도 2021년 말 1596억 원에서 2022년 말 893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양측 모두 송출수수료 조정에 기업 존속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다.
오히려 케이블업계는 홈쇼핑 송출 중단이 ‘대기업 갑질’이라고 반발한다. 홈쇼핑 업체들은 롯데, GS, CJ,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계열사다. 대기업 홈쇼핑이 또 다른 대기업인 IPTV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에는 파국적인 강수를 두지 못하면서 중소 케이블에는 강짜를 부린다는 주장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이 대형 통신사들이 운영해 ‘체력’이 좋은 IPTV에는 극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정이 어려워 협상력이 떨어지는 케이블에는 강경 대응하는 구도”라고 평가했다.
방송업계에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송출수수료 관련 이슈가 논의될 것으로 내다본다. 방송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TV홈쇼핑협회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송출수수료 인하를 위해 노력했지만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며 “올해는 지난해 이루지 못한 숙원 달성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록 전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대변인이 오는 10월 한국TV홈쇼핑협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동아일보 법조팀장 출신으로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재직할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 전 대변인은 CJ ENM이 운영하는 채널 tvN에서 시사교양 책임 프로듀서(PD)로 근무하는 등 방송 경험도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이 전 대변인이 협회장 취임 후 국정감사에서 이슈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궁극적으로 홈쇼핑업계는 케이블방송보다 IPTV의 수수료가 조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IPTV와의 거래 규모가 훨씬 크고, 수수료 상승폭도 케이블방송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블방송과 달리 IPTV의 시청자는 늘어나고 있다. 홈쇼핑업계 입장에서 IPTV와의 충돌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재작년 기준으로 IPTV는 홈쇼핑으로부터 수수료를 30% 정도 올려 받았는데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나 지상파 프로그램 사용료는 10% 오른 수준”이라며 “본질은 IPTV와 홈쇼핑의 싸움이 돼야 하는데 힘없는 케이블방송과 홈쇼핑의 싸움으로 변질돼 안타깝고, 이는 시장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생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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