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도전! 웹툰왕’의 수상작이 가려졌다. ‘도전! 웹툰왕’은 지난 12년 동안 많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등용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올해도 서울미디어코믹스와 공동으로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웹툰 플랫폼 연재와 2차 판권 사업을 추진한다. 실제로 2022년 대상작인 ‘새동네’는 네이버웹툰 연재를 확정했다. 올해 ‘도전! 웹툰왕’의 공모전 출품작이 예년보다 늘어난 만큼 심사위원의 고민도 늘었다. 하지만 대상의 영예에 오른 작품은 없었다.
제1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도전! 웹툰왕’ 최종 심사가 9월 4일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일요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현세 만화가가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오태엽 서울미디어코믹스 대표, 김형남 재담미디어 이사, 서찬휘 만화평론가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앞서 7월 27일 박인하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 이재민 만화평론가, 강우식 서울미디어코믹스 팀장이 1차 심사를 통해 결선에 올릴 작품을 추려냈다.
‘도전! 웹툰왕’ 수상작은 4개월여의 치열한 경쟁 끝에 결정됐다. 4월 10일부터 7월 23일까지 접수된 70여 편 응모작 가운데 1차 심사를 통과한 10개 작품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약 한 달 동안 응모한 작화에 이어지는 부분을 제작해 제출했고, 이후 최종심사를 통해 5편의 수상작을 가렸다. 심사 기준은 재미, 독창성, 완성도 등이다.
심사위원들은 치열한 토론 끝에 “작화·스토리의 완성도와 확장성을 모두 충족한 대상작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수상에는 이재현 작가의 ‘별의 파편:악마학살자’, 가작에는 이세경 작가의 ‘초일’, 황성혜·정상훈 작가의 ‘별에별힐’, 유재황 작가의 ‘다중소년’, 최현지 작가의 ‘넝쿨안 푸른오팔’이 선정됐다. 상금 규모는 우수상 1500만 원, 가작 각 500만 원씩 총 3500만 원이다. 대상 수상작을 내지 못한 만큼 내년에 열릴 제14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의 총상금은 늘어날 예정이다. 수상작들은 향후 서울미디어코믹스 측과 협의를 거쳐 연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결선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작가 5명에게도 결선진출장려금 100만 원이 지급된다. 강지윤 작가의 ‘크라이앙’, 권소영 작가의 ‘랑데부’, 박상훈 작가의 ‘나에게 말해줘!’, 이지민 작가의 ‘여고생 용사!’, 윤수민 작가의 ‘아이돌 킬러?!’ 등이다. 심사위원들은 “결선에 오른 작품들이 하나같이 강점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우수상 ‘별의 파편:악마학살자’ 이재현 작가
‘별의 파편:악마학살자’는 세계를 침략한 악마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별의 파편’이라는 괴수로 환생해 벌이는 복수극이다. 이재현 작가는 ‘크리처물, 괴수물에서 볼 수 있는 잔혹한 카타르시스를 약자나 무고한 자가 아닌 악인들에게 가하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으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웹소설에서 유행하는 환생 장르로 후반부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며 특히 스토리와 괴물 묘사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재현 작가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작품에 우수상이라는 큰 영광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욱 담금질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작 ‘초일’ ‘별에별힐’ ‘다중소년’ ‘넝쿨안 푸른오팔’
‘초일’은 ‘별의 파편:악마학살자’와 마지막까지 우수상을 두고 맞붙었던 작품이다. 소설 원작을 각색한 ‘초일’은 악의 세력에 의해 부모를 잃은 주인공이 무림에서 성장해 복수해나가는 스토리를 그렸다. 심사위원들은 기본기를 두루 갖춘 작품이라고 호평을 했다.
이세경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협이란 장르의 판타지 요소와 액션의 시원함을 전달해드리고 싶었다. 이렇게 상을 받게 되어서 감사드린다”며 “작품에 도움을 주신 출판사와 원작 작가분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별에별힐’은 한국판 뱀파이어물로 별의 힘을 가진 사제와 그 수호자의 힐링 판타지를 그렸다. ‘별에별힐’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재미로만 따지면 최고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지난해에도 가작을 수상한 황성혜·정상훈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다소 아쉬움을 표현하며 “여름의 끝자락에 귀한 수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많은 독자분들이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중소년’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주인공이 다른 멀티버스에서 온 나 자신과의 만남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실제로 보고, 또 그로 인해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달아 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유재황 작가는 “작품을 준비한다는 좋은 경험과 함께 공모전 수상까지 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번 수상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넝쿨안 푸른오팔’은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한 성장 로맨스물이다. 철부지 사회초년생 주인공이 70세의 조력자 할아버지를 만나 주인공과 주위 인물들이 변화해 나가는 성장 스토리를 담아냈다.
최현지 작가는 “먼저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시고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수도 없이 부딪히고 많이 넘어지겠지만 이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좋은 작가로 성장하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소감을 전했다.
[심사총평] ‘대중의 잣대는 훨씬 더 모질다’ 아쉬웠던 2023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올해도 마무리되었다. 나는 매년 이맘때 심사를 진행하며 이번엔 어떤 작품들이 들어왔을까, 이번에는 어떤 작품이 가슴을 뛰게 할까 기대하며 후보작 자료를 뒤적이게 된다.
지난해 공모전에서는 워낙 심사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아 이게 대상이다” 말하는 작품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꼭 그래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번 공모전은 만장일치로 대상을 줄 만한 작품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말았다. 착석 후 심사위원들의 첫 논의 화두가 “대상을 뽑을 것인가, 안 뽑을 수도 있는가”였을 만큼 고민이 컸음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대상이라는 상징성을 확실히 보여줄, 압도적으로 뛰어난 작품이 이번 공모전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고민 끝에 올해 공모전에서는 대상을 뽑지 않고 우수상 한 작품과 가작 네 작품을 뽑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공모전의 우수상은 ‘별의 파편:악마학살자’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제출된 원고 안에서 이미 추종세력이 있을 만큼 거대한 존재로 제시된 악마의 목이 괴물화한 주인공 손에 날아가는 등 속도를 아끼지 않는 호쾌함을 보여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제출된 분량 안에선 앞으로 어떻게 전개를 하려 하는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은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다른 의미에서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를 하려 하는지”를 매우 궁금하게 만들었다. 작화 부분의 아쉬움은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만화는 이야기의 힘을 바탕으로 한 매체이므로, ‘별의 파편:악마학살자’는 이야기를 끌고 갈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았다.
‘별의 파편:악마학살자’와 마지막까지 우수상 수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 ‘초일’은 그래픽의 유려함에도 바로 이 ‘앞으로 어떤 전개를 보여줄 것인가’란 부분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어 최종적으로 우수상에 오르지 못했다. 공모전 입상의 중요한 기준이 제출된 분량 안에서 완성도는 물론 다음에 대한 기대까지 품게 만드는 것인데, ‘초일’은 무협 장르 하면 생각나는 도입부 플롯만 정확히 반복해 보여주었고, 덜어내야 할 부분이 많아 2023년이라는 시점에 웹툰 연재를 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보완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작화가 좋아 덜어낼 줄 아는 미덕과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를 잘 갖춘다면 앞으로를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가작으로는 보석세공사이자 BJ 남자친구를 둔 주인공의 청춘 드라마 ‘넝쿨안 푸른오팔’과 다중우주 설정을 탑재해 주인공 세 명이 동시간에 공존하는 ‘다중소년’, 그리고 뱀파이어와 동양 판타지를 현대 무대 위에 섞어 풀어낸 ‘별에별힐’이 선정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작품은 모두 현대를 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작품들 또한 제출된 분량 안에서 느린 전개 속도를 보였고 다음 이야기가 어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아쉬움을 남겼고, 특히 소재를 다루어내는 부분에서 기존 작품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 또한 지적되었다.
대상을 줄 한 작품을 고르는 것은 차라리 마음 편하고 쉬운 일이고, 심사위원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대상이 지닌 상징성을 바탕으로 그 다음 발걸음을 디딜 수 있을 만한 역량과 차별성이 작품들에 있는가를 고민하였고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심사위원들은 공모전마다 작품성을 중심으로 봐야 하는 입장과 긴 호흡을 지닌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으로 충돌한다. 하지만 그 다른 입장 모두를 일정 부분 만족시킬 수 있어야, 단지 상을 받는 걸 넘어 대중들에게 공개됐을 때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작품의 최종 목적은 결국 대중 앞에 서는 것이다. 대중들은 훨씬 엄격하고 모진 잣대로 작품을 본다. 이 점을 올해 심사에서 작품으로 만난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다.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은 내년에도 계속될 터다. 공모전 접수를 생각하는 작가들이 부디 이 심사위원들의 고민을 숙고해주길 당부한다.
글=서찬휘 만화평론가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