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 생산 넘어 첨단 패키징 시장까지 동시에 노려…TSMC 벽 뚫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도
증권업계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엔비디아의 HBM3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엔비디아에 HBM3 공급을 시작한다. 앞서 8월에는 삼성전자는 미국 AMD의 HBM3 최종 품질 테스트도 통과해 AMD에도 4분기부터 HBM3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와 AMD는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필수인 GPU 기반 AI 가속기 업체다. AI 가속기에는 HBM이 탑재된다.
HBM은 메모리반도체 일종이다.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다. HBM은 용량과 처리 속도에 따라 세대가 구분되는데 HBM3는 최신 4세대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HBM 시장 규모는 올해 20억 4000만 달러(약 2조 6730억 원)에서 2028년 63억 2150만 달러(8조 433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HBM 가격은 일반 D램보다 6배가량 높다. D램 가격 하락으로 적자를 면치 못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는 HBM이 수익성을 개선할 동력인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에서 HBM3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6%에서 내년 18%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HBM 첨단 패키징 수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첨단 패키징은 GPU에 HBM을 묶어 고성능 GPU를 만드는 첨단 후공정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때 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MD에는 HBM3 생산과 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HBM 판매 자체에 그치지 않고 첨단 패키징 시장까지 넘보는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첨단 패키징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로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생기면서 최근에는 반도체를 여러 개 쌓거나 묶어 반도체 효율을 극대화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3나노(nm) 공정을 양산하는 등 선단(초미세) 공정에서는 기술력이 올라왔다. 하지만 후공정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 시장에서 첨단 패키징 역량을 보여줘야 파운드리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파운드리 업체가 첨단 패키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으면 팹리스 회사들이 주문을 더욱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AI 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처리장치(CPU)나 GPU 등을 복합하는 패키징이 중요하다. 후공정 분야가 약한 삼성전자가 최근 어드밴스드패키징(AVP) 팀을 신설하는 등 첨단 패키징을 강화하려는 이유”라고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른 시일 내에 AI 관련 반도체가 주류가 될 전망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이 인정받으면 AI 관련 파운드리가 아니라도 신규 고객 유치나 물량 확보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턴키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턴키 전략은 열쇠를 돌리면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에 엔비디아는 TSMC에 GPU 전공정 웨이퍼 생산을 맡겼다. 이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부터 HBM을 반제품 형태로 사서 TSMC에 다시 첨단 패키징을 맡겼다. 삼성전자는 HBM 생산과 패키징을 한 번에 해주겠다는 전략을 적극 마케팅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전략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앞서의 강성철 연구위원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일괄 공정이 효율적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패키징까지 해주는 대신에 AI 칩 생산 단가를 TSMC보다 저렴하게 해주겠다는 조건을 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 TSMC의 벽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당초 TSMC의 패키징 생산능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TSMC는 GPU와 HBM을 같이 패키징하는 2.5D 패키징 ‘CoWoS’ 용량을 2배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TSMC가 이미 2.5D 패키징을 양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2.5D 패키징 기술인 ‘아이큐브(I-Cube)’ 양산을 내년에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패키징 성능 테스트 통과 여부와 물량 수주를 지속해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HBM3와 첨단 패키징을 함께 공급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HBM3를 계획한 때에 성공적으로 양산하느냐도 중요하다.
이민희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삼성전자도 첨단 패키징 물량을 일부 받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TSMC가 패키징을 해왔기 때문에 기술력 차이가 있다. 고객사들에게는 TSMC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강성철 연구위원은 “TSMC가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첨단 패키징 관련 고객사는 엔비디아, AMD 외에도 AI 칩을 생산하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첨단 패키징 수주를 맡길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종합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1.7%로 1분기(9.9%) 대비 1.8%포인트(p) 증가했다. TSMC의 2분기 점유율은 56.4%로 1분기보다 3.8%p 떨어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공식적인 입장을 드릴 수 없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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