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3위 성적뿐 아니라 이정효 감독 공격 축구도 눈길…구단 최초 아시아 챔스 진출도 가시권
#낮았던 기대치
광주는 2011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이래 큰 존재감을 보인 사례가 많지 않은 구단이다. 창단 직후 리그에 승강제도가 도입돼 여러 차례 2부리그를 오갔다. 각각 세 번의 강등과 승격을 겪었다. 1부리그에서 최고 성적은 2020년의 6위였으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이듬해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되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 광주가 이처럼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광주가 K리그2에서 우승을 했지만 함께 승격한 대전 하나시티즌이 더 많은 조명을 받았다. 광주에 비해 여유 있는 재정적 능력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대전이 1부리그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 광주는 1부리그에서 선수단에 지출하는 연봉 예산이 가장 적은 팀 중 하나로 꼽힌다. 2022년 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2022 K리그 선수 연봉 지출 현황'에 따르면 광주는 지난 시즌 총 지출액이 약 50억 원으로 K리그2에서도 중위권 수준이었다. K리그1 최저 연봉 지출 구단과 비교해서도 10억 원 이상이 적었다.
시즌 전 이적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다. 타팀의 에이스, 혹은 주전급 선수를 데려온 사례는 없었다. 오히려 팀 내 비중이 적지 않았던 미드필더 김종우와 핵심 외국인 선수 헤이스가 각각 포항과 제주로 떠났다. 다만 광주는 외국인 선수 네 명을 데려오며 외국인 쿼터를 채우는 데 집중했다.
#K리그 최고 히트 상품 광주
저평가를 받았던 광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내고 있다. 시즌 개막전부터 승리를 가져간 광주는 꾸준히 자신들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최근의 기세는 더욱 무서워졌다. 광주는 7월 2일 이후 2개월 이상 패배 없이 9경기를 치렀다. 휴식기 이전 마지막 경기였던 리그 1위 울산을 상대로도 2-0 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광주는 잠시 빼앗겼던 3위 자리를 되찾게 됐다.
자연스레 광주는 이번 시즌 K리그가 탄생 시킨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됐다. 매 라운드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하는 '베스트팀'에 6회 선정, 울산(5회)을 누르고 올 시즌 최다 선정 구단이 됐다. 단순 성적뿐만 아니라 시선을 잡아끄는 경기력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 돌풍의 중심에는 사령탑 부임 2년 차를 맞은 이정효 감독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나 이기기고 있는 상황에서든 가장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감독으로 꼽힌다. 경기 전후 기자회견 등에서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주목을 받는다. 이에 리그 내 홍명보, 이민성, 윤정환 등 내로라하는 이름값의 지도자들 중에서도 이정효 감독은 올 시즌 '스타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자연스레 각급 대표팀에도 광주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휴식기는 유럽 원정 평가전을 치르는 A대표팀을 비롯, 각각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준비하는 연령별 대표팀 일정으로 차있다. A대표팀에는 광주 핵심 미드필더 이순민이 만 29세의 나이에 생애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이순민은 이에 앞서 지난 7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나선 '팀 K리그'에도 선발돼 결승골을 넣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순민의 중원 파트너 정호연은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이전까지 연령별 대표 경험이 없는 선수임에도 이정효 감독의 신임 아래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공격 자원 허율과 엄지성은 올림픽 예선 격으로 치러지는 대회에 참가한다.
#‘광주 돌풍’의 이유
무엇보다 이정효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적인 축구가 광주의 호평 이유로 꼽힌다. 광주는 이번 시즌 K리그1 29경기에서 28골만을 내준 최소실점 2위팀이지만 수비에만 치중하는 전술을 추구하지 않는다. 득점으로도 리그 5위(41골)의 기록이다. 공수에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정효 감독이 팀을 정말 잘 만들어 놨다"며 "감독이 선수 구성도 잘 해놨고 자신만의 철학을 경기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순위만 높은 것이 아닌 매력적인 팀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정효 감독과 대화를 해보면 상대팀 분석하고 전술 연구 하는데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더라. 그만큼 열정적인 감독이고 그 열정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감독"이라고도 했다.
광주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는 경기를 치른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활동량이 바탕이 돼야한다. 이정효 감독은 이에 맞는 팀 운영을 선보인다. 이 감독은 광주 선수단내 백업 골키퍼 1명과 장기 부상 중인 선수 1명을 제외하면 전원을 경기에 출전 시켰다. 많은 활동량으로 생길 수 있는 과부하를 예방하는 이 감독의 운영이다.
또한 광주는 경기장 위에서 팀으로서 움직이며 전원이 공수에 가담하는 전술을 펼친다. 리그 득점 순위 10위 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없다. 하지만 30여 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20명이 골맛을 보는 고른 득점 분포도를 보인다. 지난 8월 중순 포항전, 0-1로 끌려가는 상황서 터진 티모의 득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티모는 중앙 수비수임에도 미드필드에 전진해 있다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 지역까지 이동해 골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중앙 수비수의 득점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각 포지션의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는지, 어디로 공을 보내야 하는지 다 알고 축구를 하고 있다. 시즌 전에는 이 정도 평가를 받던 선수들이 아닌데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정효 감독의 역할도 크겠지만 지시를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선수들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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