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별=김모미’ 100% 싱크로율, 스태프들마저 인정…“다니던 헬스장서 다 알아봐…잘 안 나간다”
“오디션을 보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4개월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해요. 사실 저를 보자마자 김모미라고 결정하셨던 건 아닌 것 같고요(웃음). 제 추측이지만 아무래도 3인 1역 자체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있으셨을 것 같고, 캐릭터들을 만들어나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으셨을까요? 그러다가 제가 캐스팅 된 뒤 처음 현장에 나가 스태프 분들을 뵀는데, 그분들이 저를 보시고는 ‘와, 왜 뽑았는지 알겠다’ 그러시더라고요(웃음). 현장에 갈 때마다 그런 말을 들었어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이한별은 극심한 외모 콤플렉스와 애정결핍에 시달리며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마스크를 쓴 채 성인 인터넷 방송의 BJ로 활동하는 김모미의 20대 시절을 맡았다.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순간의 충동으로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생의 도입부를 담당한 만큼 신인 배우로서 느끼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상당했을 터였다. 작품이 공개된 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호평을 받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부문(비영어) 시청 1위라는 성적표를 거머쥐고 나서야 어깨 위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도 기사나 좋은 댓글을 캡처해서 제게 보내주시고 하는 걸 보면서, 작품을 정말 많이 보고 계시는구나라고 실감하고 있어요(웃음). 사실 저는 ‘마스크걸’ 공개 이후에도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평소 다니던 헬스장을 계속 다니고 있었거든요. 같이 운동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분은 제 평소 모습만 보셨으니까 당연히 절 못 알아볼 줄 알았죠. ‘다들 모를 테니까 그냥 가야지’하고 나갔더니 저를 알아보시는 거예요.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지금은 잘 안 나가고 있습니다(웃음).”
이한별이 맡은 20대 김모미, 이른바 ‘김모미 A’는 ‘마스크걸’의 초반 시청자들의 흥미를 단번에 사로잡아야 하기에 어떤 캐릭터보다도 중요한 역할일 수밖에 없었다. 살인 후 성형수술을 하고 종적을 감췄다가 이번엔 남을 위해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 ‘김모미 B’, 감옥에서 얌전히 죗값을 치르던 중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어머니가 내 딸을 해치려 하는 사실을 알고 탈옥을 감행하는 40대의 ‘김모미 C’를 각각 배우 나나와 고현정이라는 쟁쟁한 선배들이 맡는다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그들의 ‘과거’를 연기하는 이한별에겐 당연하게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선배님들이 연기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부담과 고민을 압도했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작품이라곤 하지만 스태프분들도 ‘세 개의 영화를 동시에 찍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저도 완성된 작품이 오픈될 때까지 엄청 궁금해 하며 기다렸어요. 나로 시작된 모미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이어져서 완성될까 궁금했는데 나나 선배님과 고현정 선배님, 모두 정말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셔서 보자마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멋지게 완성돼서 끝낼 수 있는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영광스러웠어요. 새삼 이렇게 대단하신 분들과 함께하게 됐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시청자 분들이 그분들 덕에 저도 같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죠.”
각각의 모미들이 과거와 미래 시점으로 제한돼 출연하고 있어서 이한별은 아쉽게도 현장에서 다른 모미들과 함께할 수 없었다. 대신 ‘마스크걸’이 공개된 뒤 압도적이고 폭발적인 이슈를 몰고 다녔던 상대역이자 모미의 첫 살인 피해자, 주오남 역을 맡은 안재홍의 열연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행운이 주어졌다. “이것만 찍고 은퇴하려고 하냐”는 시청자들의 경악과 찬사를 동시에 얻어낸 배우 안재홍의 연기를 0.5열에서 관람했다며 웃음을 터뜨린 이한별은 현장에서 마주한 인간 안재홍의 따뜻함을 회상하며 그에게 감사를 전했다.
“안재홍 선배님의 연기를 저는 1열도 아니라 0.5열에서 볼 수 있었던 거죠. 주오남의 망상 신을 찍을 때 사실 ‘사랑합니다, 모미 씨’까지는 대본에 있던 대사여서 자연스럽게 그 다음 대사를 기다리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갑자기 ‘아이시떼루!’를 외치시는 거예요(웃음). 그때 저를 포함해서 현장이 잠깐 멈췄다가 동시에 빵 터졌죠(웃음). 제가 안재홍 선배님을 평소에도 참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을 함께하며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안부 연락도 주시고, 처음 작품이 공개되던 날엔 축하한다며 메시지를 보내 주셨어요. 아무래도 저는 현장에서 신입사원으로 처음 겪는 일이 많았는데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촬영할 수 있어서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해요. 다음엔 둘 다 멀쩡한 모습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신인으로서 파격적인 데뷔로 눈길을 끌었지만 ‘마스크걸’이 공개된 뒤 이한별의 삶은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집에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종종 거리에 나가 산책을 하며 주변을 구경하며 하루를 흘려보냈다. 최근 에이스팩토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해 처음으로 소속사를 갖게 되면서 홀로가 아니라 회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이전의 삶과 비교했을 때 가장 도드라지는 차이점이었다. 연극 무대를 접한 스물한 살에 처음으로 배우에 대한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됐다는 이한별은 앞으로의 ‘배우 이한별’이 대중들의 ‘현재 진행형 추억’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스크걸’ 오디션에 도전한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이라 그냥 ‘패기롭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였거든요.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진짜 아무것도 몰랐구나 싶죠(웃음). 저도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일로 힘들 때 이런 작품을 보며 위로를 받았고, ‘내가 어릴 땐 저런 드라마를 보며 좋아했었지’라고 기억하면서 삶을 살아가며 힘을 얻어 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도움을 받았던 제가 이젠 그런 힘을 만들어 나가는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그렇게 대중들과 함께 같은 추억, 같은 힘을 쌓아갈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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