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김진용 대표는 10만 주의 주식 증여를 취소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6월 2일 김 대표는 김민석 대표와 김우석 이사에게 각각 5만 주를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3개월이 채 되기 전에 이를 취소한 것이다. 증여가 취소되면서 김민석 대표의 삼성출판사 지분율은 6.66%에서 6.16%로, 김우석 이사의 지분율은 5.69%에서 5.19%로 소폭 하락했다.
주식 증여를 취소한 이유로는 삼성출판사의 주가 하락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앞서 증여가 이뤄지기 전날인 6월 1일 삼성출판사의 주가는 종가 기준 2만 2100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삼성출판사 주가는 하락해 8월 31일에는 1만 80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장된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일 전후 2개월(총 4개월)의 종가 평균으로 증여재산 가액을 평가한다. 종가 기준 최고가와 최저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삼성출판사의 평균 종가는 4월 2만 2625원, 5월 2만 2300원, 6월 2만 1550원이다. 7월은 1만 8765원, 8월은 1만 8065원으로 더 낮아졌다.
기존 증여를 취소하고 향후 재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삼성출판사는 아직 재증여 공시를 하지는 않았다. 국내 한 대학 세무학과 교수는 “증여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지거나 오르는 등 변동이 클 경우에 증여 시점을 조정할 수는 있다. 다만 앞으로 주가를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순 변심일 수도 있다. 가능성은 다양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출판사는 아트박스를 연결대상기업에서 제외했다. 이를 두고 경영권 승계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트박스는 김진용 대표의 처남 조석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5월 삼성출판사는 아트박스 주식 3만 1500주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46.45%에서 35.26%로 하락했다. 삼성출판사가 처분한 주식 중 3만 주는 조 대표가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아트박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 대표가 보유한 아트박스 주식은 2021년 7만 1700주에서 지난해 10만 1700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25.46%에서 36.12%로 높아졌다. 삼성출판사는 계열분리 및 운영재원 확보를 위해 아트박스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삼성출판사 지분 승계는 더딘 상황이다. 5년 전인 2018년 말 김민석 대표와 김우석 이사의 지분율은 각각 6.53%, 5.01%로 현재와 별 차이가 없다. 김진용 대표는 삼성출판사 지분 42.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진용 대표는 1956년생으로 만 67세다. 일반적으로 대략 70세 전후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김민석 대표는 만 42세, 김우석 이사는 만 39세다.
지분, 경영권 승계가 두 아들 중 누구에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분율은 장남인 김민석 대표가 앞서지만 차남 김우석 이사와의 지분율 차이는 줄고 있는 추세다. 앞서 지난해 8월 김진용 대표는 김민석 대표와 김 이사에게 각각 5만 주를 증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김민석 대표는 6만 1442주를 매도했다. 같은 달 김 이사도 1만 2000주를 매도했지만 점유율 차이는 지난해 8월 수증 당시 1.47%포인트(p)에서 현재 0.97%p로 감소했다.
김우석 이사가 삼성출판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김 이사 중심으로 승계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이사는 현재 삼성출판사에서 영업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다. 반면 삼성출판사에서 본부장직을 맡았던 김민석 대표는 2010년 6월 더핑크퐁컴퍼니를 세워 이끌고 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아기상어’로 유명한 기업으로 삼성출판사가 지분 16.79%를 보유한 관계기업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1170억 원, 영업이익 37억 원으로 2021년 대비 매출은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6% 감소했다.
삼성출판사가 처한 상황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출판사는 현재 성장세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삼성출판사의 매출은 517억 원으로 2021년(562억 원) 대비 8%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억 원에서 마이너스(-) 9억 원으로 179% 감소했다.
회사의 주력 사업 부문인 출판 사업 매출이 486억 원에서 425억 원으로 줄었다. 2021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삼성출판사 매출은 1875억 원, 영업이익은 80억 원이었다. 하지만 아트박스가 연결 대상 기업에서 제외되며 지난해부터 연결 대상 기업은 한 군데도 남지 않게 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2년 출판시장 통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출판사는 교육출판 업체 중에서도 전집·교구 업체로 분류된다. 다른 교육출판 분야(학습지, 교과서·학습참고서, 외국어·기타) 업체들의 매출이 2021년보다 상승세를 보인 데 반해 전집·교구 분야는 홀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이와 관련, 삼성출판사 관계자는 “대주주 증여 취소는 대주주 개인 사안이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증여 취소인지 재증여인지도 결정된 게 없다”며 “승계 시점 등도 결정된 바 없다. 본업인 출판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때는 같은 회사였는데…’ F&F도 승계 작업 한창
F&F는 김봉규 삼성출판사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창수 F&F 회장이 1992년 창업한 회사다. 김창수 회장은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의 동생이다. 1998년 삼성출판사는 F&F를 흡수합병했고 2000년 엔에스에프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2002년 출판 부문을 삼성출판사로 분할해 신규 상장시켰다. 패션부문은 존속법인으로 두고 F&F로 회사명을 바꿨다.
F&F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8089억 원, 영업이익은 5249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보다 각각 66%, 63% 증가했다. 지난해 F&F의 영업이익률은 29%다. 영업이익률이 10% 내외인 국내 다른 패션회사들과 비교하면 높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MLB가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덕분이다. 2분기에는 매출 4055억 원, 영업이익 110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9%, 16% 상승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2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다. 하반기 듀베티카와 수프라의 중국 진출이 예정돼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중국 진출 브랜드, 엔터업과 콘텐츠 등 신사업 성과가 확인되면 밸류에이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F&F도 승계 작업에 한창이다. F&F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F&F홀딩스는 꾸준히 F&F 지분을 늘리고 있다. F&F홀딩스가 보유한 F&F 지분율은 6월 말 30.54%에서 현재 31.67%로 높아졌다. 동시에 김창수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을 가족회사인 에프앤코(F&CO)에 넘기고 있다. 에프앤코가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은 지난해 말 0%에서 현재 3.26%로 올라갔다.
김 회장의 장남 김승범 F&F 디지털본부 총괄의 F&F 지분율은 0.50%에 그친다. 다만 김 총괄의 F&F홀딩스 지분율은 6.70%다. 김 총괄은 에프앤코 본부장도 함께 맡고 있다. 김창수 회장의 차남 김태영 씨도 F&F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F&F 지분율은 0.50%, F&F홀딩스 지분율은 6.13%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