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군 투입 위법, 안전 문제도 우려” vs 국토부 “불법 아니다, 사고 예방에 철저”
#경찰·특전사 대체인력 투입 논란
9월 7일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노조가 1차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수서역 종착역으로 하는 KTX 노선 운행 △국토부와 코레일의 성실 교섭과 합의 이행 △4조 2교대 근무 시행 등을 요구했다.
앞서 철도노조는 이와 같은 요구사항을 내세우며 8월 24일부터 ‘준법투쟁’을 실시했다. 준법투쟁은 작업장에서 필요한 업무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거나 직장 내 규정을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게 준수해서 생산능률을 고의로 낮추는 쟁의행위다. 철도노조는 코레일과의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파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을 ‘경고파업’으로 규정하며 국토부와 코레일의 태도에 따라 2, 3차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파업 대체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철도사업은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된다. 노조법 제43조는 철도 운영 등 필수 공익사업이 파업으로 중단되면 최소한의 인력은 사업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최소 60~70% 인력은 사업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
사측은 파업참가자의 절반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파업이 시작돼도 60~70%의 필수인력 9300여 명은 현장에서 근무한다. 여기에 국토부와 코레일에서 파견한 대체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대체인력으로는 철사경, 군인, 코레일 직원 등이 파견된다.
이미 일부 대체인력이 7월 10일부터 교육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8월 28일 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공개한 코레일의 ‘이례상황 대비 철도차량 기관사 위탁교육훈련 계획’에 따르면 제2종 전기차량 면허가 있는 철도경찰 30명과 국가철도공단,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 직원 15명이 기관사 실무수습 교육을 받고 있다.
군 인력도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 인력 가운데 특전사는 기관사 대체인력으로 투입된다. 이들은 유사시에 물자 수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기차량 면허를 취득한 인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군인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특전사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 정확한 인원은 말하기 어렵지만, 철사경 인력보다는 많다”고 했다.
철도노조는 대체인력 투입 결정이 법적 근거가 없고, 노동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군인은 전선에 있어야 하고, 경찰은 치안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국토부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파업 현장에 군 인력 투입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2009년 철도노조 파업 때 국방부조차 “노사합의로 체결하고 필수인력을 유지한 합법 파업 시 정부 대체수단 지원은 명백한 정부 개입”이라고 밝혔다.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때는 재난 안전 담당부처였던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가 “철도노조 파업은 사회재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식의견을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했다.
2016년 철도 파업 당시 정부는 군 인력 투입 근거로 재난안전법을 제시했다. 철도파업을 재난에 준하는 사태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19년 3월 재난안전법이 군 인력 파견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쟁의행위가 노동조합법에 따른 필수 유지업무를 준수한 상태에서 진행된 이상, 쟁의행위로 발생한 철도 수송 기능의 일부 정지 또는 제한 상태가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등 사회재난이나 철도안전법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전문제 우려 목소리
철도노조는 대체인력 운전미숙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노련한 기관사도 기차를 안전하게 운행하기 쉽지 않다. 운전업무가 기상 상황과 선로 조건에 민감하다”며 “장롱면허를 가진 이들이 몇 주 훈련을 받는다고 해서 승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미 과거에도 안전사고가 터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체인력을 투입했을 때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때 정부는 군 인력을 대체 기관사로 투입했다. 이때 대체인력의 운전미숙으로 전동차가 14분 동안 멈춰서 결국 승객이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어 하차했다. 열차가 운행 중 비상제동이 걸려 출입문이 갑자기 열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국토부는 8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고, 법적인 문제도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대체기관사 교육은 철도 차량 운전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철도안전법상 매우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대체기관사는 신체·적성 검사를 통과한 다음 운행 예정 노선에 대한 실무수습훈련 400시간 또는 주행거리 6000km 이상의 실무교육을 받는다.
‘대체기관사 투입이 불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철도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9년에) 법원은 군 인력 투입 결정은 불법이 아니라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며 “오히려 노조법상 철도 운행은 필수 유지 업무이기 때문에 대체기관사 투입은 노조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소송을 담당했던 우지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국토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우 변호사는 “당시 소송은 국가배상 청구였다. 판결을 보면 재난안전법이 군인 투입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법적 근거 없이 군인을 투입했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된 것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이 되려면 고의로 위법한 행위를 해야 하는데,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파업을 예고한 철도노조를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노조 파업 발생 시 국민들의 열차 이용에 불편이 우려된다”며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광역전철의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9월 9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꾸려 파업에 대비겠다고 밝혔다. 파업 전날인 9월 13일부터는 정부 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해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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