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로 했던 아시아 4강
10위권을 지키던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약 2년 사이 36위까지 떨어졌다. 2021년 여름 열린 도쿄 올림픽을 이후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장기간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주축 멤버들이 대표팀을 은퇴하자마자 전력이 급락했다. 올림픽 이후 지난 7월까지 2년간 열린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은 29경기를 치렀지만 승리는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한 단 1승이었다.
세계 상위권 국가들 간 대회인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는 2년간 전패했다. 이전에도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던 대회였지만 2년 연속 전패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여자배구는 최근 세 번의 올림픽에서 4강-8강-4강을 기록해 온 바 있다.
올 여름에도 VNL 12경기 전패로 체면을 구긴 대표팀은 지난 8월 말부터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섰다. 대회 전 세사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대회 4강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전까지 대표팀은 1975년부터 대회 우승 경험은 없으나 4위 밖의 순위로 밀려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대회 일정 초반부터 대표팀의 결과는 충격을 안겼다. 대회 첫 경기부터 베트남에 패해 조별리그 C조 2위로 밀려났다. 대만,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지만 베트남전 패배를 극복하지 못했다. 8강 라운드에서는 태국에 0-3 완패를 당했다. 결국 4강 진출은 무산됐고 인도에 승리해 치른 5, 6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에 패했다. 대회 결과는 1위부터 태국, 중국, 일본, 베트남 순이었다.
50년 가까운 대회 역사상 우리나라 여자배구 대표팀은 최초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베트남,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패배했다. 우리 대표팀에 이긴 베트남과 카자흐스탄은 큰 랭킹포인트를 쌓았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랭킹 40위에 올랐고 카자흐스탄은 33위로 우리를 추월했다. 각각 랭킹 여섯 계단을 오른 이들은 국제배구연맹(FIVB) 홈페이지의 세계랭킹 메뉴에서 '최근 가장 순위가 많이 오른 국가'로 소개되고 있다. 반면 대표팀은 다시 한 번 하락을 경험하며 36위로 처졌다.
한때 앞서고 있었고 경쟁자로도 불리던 태국에는 0-3 완패를 당하며 벌어진 격차를 실감했다. 태국도 올해 VNL에서 2승만 거두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아시아 대회에서만큼은 강력함을 과시했다. 세계랭킹도 10위권(14위)을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전망도 불투명
더 암울한 것은 '참사'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듯하다는 것이다. VNL, 아시아선수권대회 일정을 소화한 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배구는 장기간 국제배구연맹(FIVB)이나 아시아배구연맹(AVC) 주관 대회보다 종합국제대회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운영을 해왔다.
올림픽 예선은 폴란드에서 오는 16~24일 열린다. 이번 올림픽은 8개국씩 3개조로 나뉘어 열리는 예선을 치러 각조 2위까지 본선 티켓을 부여한다. 대표팀은 C조에 폴란드(7위), 이탈리아(5위), 미국(2위), 독일(12위), 태국(14위), 콜롬비아(20위), 슬로베니아(25위)와 함께 배정됐다.
올림픽 예선에서 만나는 모든 경쟁팀의 세계랭킹은 대표팀보다 높다. 콜롬비아, 슬로베니아를 제외하면 최근 2년 사이 맞대결을 펼친 경험이 있는 팀들이다. 폴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 배구 강국들과 경기에서 대표팀은 모두 패배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한 세트씩 따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 예선 대회 탈락은 곧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를 의미한다. 올림픽 개최국 프랑스가 본선 한 자리를 예약한 상황, 예선 대회를 통해 본선 진출팀 6개국을 가려낸다. 남은 다섯 자리는 세계랭킹에 따라 각국에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과거의 세계랭킹이라면 대표팀이 기대감을 가져 볼 수 있겠지만 현재라면 세계랭킹을 통한 올림픽 본선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세 번의 올림픽에서 선전했던 대표팀은 이제 본선 진출 실패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림픽 예선 이후에는 아시안게임 일정이 곧 이어진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베트남, 네팔과 한 조에 편성됐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아픔을 안긴 베트남을 다시 만난다. 8강 진출국을 가리는 2차 조별리그에서는 중국과 인도를 만날 공산이 크다. 결국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난적 태국, 중국, 일본 등을 넘어야 한다. 대표팀은 지난 세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금은동메달을 각각 한 번씩 목에 걸었다.
주요 대회를 앞두고 있으나 대표팀의 반등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대표팀은 그간 최선의 전력으로 국제대회에 임해왔다. 올림픽 예선, 아시안게임이라고 해서 특별한 전력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2년간 패배가 반복돼 왔지만 대표팀은 세사르 감독 체제를 지속해왔다. '김연경 시대' 이후 세사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세계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국제대회에서 36전 5승 31패를 기록했다.
'폭로 세례'에 '무대응' 일관…김연경 언제쯤 입 열까 [일요신문] 학창시절 폭력 논란 등으로 국내 배구계에서 자취를 감춘 이다영이 김연경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갖가지 논란으로 흥국생명에서 퇴단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그간 다른 길을 걸어왔다. 2021년 자매가 함께 그리스 리그로 진출했으나 이재영은 부상으로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이후 이다영은 루마니아, 프랑스 등으로 활약 무대를 옮겨가며 유럽배구 무대에 정착하는 모양새다. 반면 이재영은 국내에 머물며 훈련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V리그 복귀설이 돌기도 했으나 반발 여론이 컸고 성사되지도 않았다. 지난 8월 초, 이다영이 시즌 준비를 위해 출국길에 나서면서 잊히는 듯했던 이들에게 다시 눈길이 쏠렸다. 이다영은 출국에 앞서 취재진에 자신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학폭 논란에 관련해서는 사과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김연경과 불화설에 대해서는 "자신이 올려준 볼을 그 선수가 때리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외에도 언니 이재영은 과거 학교폭력과 무관하다고도 주장했다. 국내에 머물던 이재영도 입을 열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근황을 전하며 김연경과 불화를 언급했다. 훈련 중 김연경이 자신과 이다영에게 욕설을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다영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외 생활 중인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욕설과 따돌림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하는가 하면 KOVO(한국배구연맹)에 김연경을 성희롱, 직장 폭력 등으로 신고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반복적으로 했던 성희롱, 왕따, 갑질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김연경을 직접적으로 저격했다. 김연경은 침묵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김연경은 V리그 일정이 없는 시기에는 공식 석상에 나설 일이 많지 않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해설위원으로 활약이 예정된 그는 지난 1일 제작발표회에 나섰으나 대회와 대표팀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결국 리그 개막 이후 경기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온 상황에서야 김연경의 대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 소속사는 "최근 김연경에 대해 악의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진 글이나 영상에 대해 강경 대응할 예정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처 및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