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5일 민주당 예비후보 광주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 |
▲ 7월 14일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한 손학규 후보. |
▲ 8월 11일 광주 서부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김두관 후보. |
문재인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1위를 자신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안갯속 판세와 직결된다. 민주당의 가장 큰 세력인 친노그룹이 어떤 후보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과 하위 후보들의 중도사퇴, 합종연횡도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의 대주주인 호남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정치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경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바닥을 기고 있는 민주당의 경선 시청률을 끌어올릴 비장의 흥행소재들과 그 변수들을 따라가 봤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의 첫 번째 중요한 변수는 초반 기선제압을 누가 하느냐다. 막판까지 초박빙 승부를 연출할 가능성보다 초반에 승기를 잡은 쪽이 중간지점에서 호남 선택을 받게 되면 사실상 승부가 끝날 수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당 지도부가 어렵게 도입했던 결선투표제도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전계완 MBN정치아카데미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의 경선 국면을 종합적으로 볼 때 특정 주자가 초반에 승기를 잡고 중반전에서 호남 지지를 받게 되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은 경향 투표에 의한 후보 결정론에 힘이 실리기 때문에 사실상 승부가 끝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위 주자의 대세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제가 실시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후보의 리스크 하나가 줄어드는 셈이다. 2, 3위 후보 간 담합에 의한 역전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는 점에서 결선투표제 불발은 문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어디까지나 그가 ‘무난히’ 1위를 차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후보들에 대한 특정세력의 조직적 지원도 이번 경선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이는 친노그룹 지원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지던 문재인 후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해찬 대표 선출 당시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이박연대’(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가 사실상 깨졌다는 해석이 많다. 이박연대의 이름으로 당 지도부가 대놓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경우 불공정 경선은 물론 상대 후보들의 반발에 의한 역풍 우려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과거 호남지역에서 수만 명의 조직 동원으로 당 대표경선에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는 일체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본인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점도 있지만 이번 경선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상당한 역풍이 예상돼 본인 스스로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호남에서 최대 조직능력을 갖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번 경선에서 어떤 움직임도 없이 중립을 지키고 있다”며 “모든 후보에게 승리의 열쇠가 될 호남 민심이 인위적으로 작동될 수 없다는 점은 경선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낮춰 흥행을 한껏 높일 요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움직임은 ‘국민의 명령’의 중립이다. 20여 만 명의 회원을 두면서 문성근 전 대표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혁신과 통합 그룹 내 ‘국민의 명령(백만민란)’은 당초 친노 성향이 강해 문재인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경선에는 적극 참여하되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의 명령 한 관계자는 “특정 캠프 참여 제안이 있었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조직적 지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특정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당선된 후보를 위해 온 힘을 쏟아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통합당 경선은 후보개인이 갖고 있는 순수한 역량만으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이는 하위 후보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친노그룹의 ‘당연한’ 지지를 기대했던 문재인 후보에게는 아픈 대목이다.
경선 초반 하위 후보들의 조기 사퇴도 선거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후보가 줄어들어 소수가 경합을 벌일 경우 결선투표 없이 과반득표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도 사퇴한 후보들이 남은 주자 가운데 누구를 미느냐에 따라 경선 구도도 요동칠 수 있다. 앞서의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제주, 울산 경선 이후 5위 후보가 중도 포기한 뒤 강원, 충북 등을 거치면서 4위 후보도 자연스럽게 중도 사퇴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다”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중도 사퇴 후보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대세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위권의 각 후보 진영은 하위 후보 진영과 비공식 채널을 가동하며 중도 사퇴 시 조직적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두권 캠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경쟁관계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후보 간 담판을 통한 세력결집이 필연적으로 생길 것”이라며 “최종 경선까지 3명이 남는다고 전제를 하면 4위, 5위 후보의 지지는 판세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역대 민주당 경선에서 드러났듯이 결국 호남의 선택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도 광주전남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형성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호남이 야권진영의 후보 선출과정에서 ‘정치적 선택’을 해왔고 이번 경선에서도 사실상 대선 후보를 결정지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디오피니언 안부근 소장은 “호남은 단순히 지역적으로 호남이 아니라 진보개혁진영의 아성이라는 인식과 함께 수도권 인구의 30%가 호남의 경선 투표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초반에 조금 뒤처지는 후보라고 해도 중반전 레이스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에서 1위를 하면 대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초반 제주, 울산 이외에 단연 광주전남을 최대의 승부처로 꼽으며 조직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호남 판세는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이 있고, 비 현역 지역위원장들은 김두관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높다. 손학규 후보도 당원 및 대의원들의 지지율이 앞서 세 후보 간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며 “호남의 경선 참여자는 초반 승부를 이어가는 연결고리이면서 서울 경기 등 막바지 수도권 승부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내 계파 간 직접적인 지원 중단, 하위후보의 사퇴, 호남의 전략적 투표 등이 합쳐지면 이번 경선은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온다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
전계완 MBN 정치아카데미 대표는 “결선투표 없이 1위 후보가 과반득표를 한다면 후보의 존재감은 물론 안철수 원장과도 지지도면에서 박빙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오면 안 원장보다 민주통합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전 대표는 “민주통합당이 당 밖에 있는 안 원장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당의 대선후보가 곧 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면 훨씬 역동적인 경선을 치를 것”이라며 “당이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우면 경선 후보들이라도 안철수 원장과 확실하게 선긋기를 하면 흥행성은 물론 본인의 승리에도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진동 언론인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문재인 뒤엔 ‘문워크’ 뚜벅뚜벅
민주통합당 대권주자들의 장외 지지세력 대결도 뜨겁다. 사조직은 문재인 후보의 규모가 가장 크다. 그중에서도 지난 5월말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대표로 출범한 ‘담쟁이포럼’은 문 후보 측의 외곽 싱크탱크 역할도 겸하는 핵심조직이다. 사실 담쟁이포럼이 출범할 당시에 포럼 측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에 대해 부인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의 선거대책본부 명단을 보면 담쟁이포럼 발기인 명단에 포함돼 있던 인사들이 대거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을 알 수 있다. 담쟁이 포럼 1차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상희, 김현, 도종환, 박남춘, 박범계, 민홍철, 서영교 의원 등 15명이 문 후보 캠프에서 뛰고 있다. 또 담쟁이포럼에서 사무국장을 맡았던 카피라이터 정철 씨도 문 후보 캠프 홍보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담쟁이포럼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도 문 후보 캠프의 상임특보단장을 역임하는 등 발기인 상당수가 문 후보의 담쟁이캠프에 옮겨 와 활동하고 있다. 그외 친노세력의 근간이라 부를 수 있는 ‘노무현재단(3만 9000명)이 뒤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 된다.
문 후보의 담쟁이포럼에 맞선 손학규 후보의 싱크탱크로는 ‘동아시아미래재단’을 꼽을 수 있다. 2006년에 출범한 이 재단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손 후보 측의 정책 전반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을 재단 이사장으로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 장달중 서울대 교수 등이 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이 재단은 18개 광역시도·군에 약 6000여 명의 회원을 둘 정도로 튼튼한 기반을 자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관 후보의 외곽 싱크탱크 역할은 자치분권전국연대의 사단법인 단체인 ‘자치분권연구소’가 맡고 있다. 자치분권연구소의 특징은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및 전국의 자치분권활동가들이 회원으로 총망라돼 있다는 점이다. 정세균 후보는 지난 2011년 4월 50여 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싱크탱크 ‘국민시대’를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각 후보들의 외곽조직이 싱크탱크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중앙 선거대책본부를 대신해 각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사조직’도 외곽조직의 근간이다. 또 최근에는 사조직이라는 개념보다 자발적인 팬클럽 형식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 측의 팬클럽을 보면 ‘문사모’(문재인을 사랑하는 모임)와 ‘문재인과 친구들’, ‘잰틀제인’, ‘문워크’ 등 전국적인 팬클럽 형식을 띠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국 16개 광역시도 70여 개 대학 소속 학생들로 구성된 ‘문워크’는 2030세대들에게 문 후보 지지 활동을 펼치며 젊은층의 핵심 팬클럽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워크 최현진 팀장은 “청년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조직된 ‘문워크’는 중앙 캠프와는 어떤 조직적 연계 활동 없이 회원들 개별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700~800명 규모의 회원수가 계속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맞선 손 후보의 최대 사조직으로는 ‘민심산악회’가 꼽힌다. 민심산악회는 3500명의 전국구 회원을 자랑하는 산악회로 손 후보 팬클럽을 자청하며 손 후보 지지 기반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지난 8월 16일 창립대회를 열고 활동을 시작한 복지, 자활, 생명평화 단체인 ‘손바닥사람들’은 새로운 손 후보의 팬클럽 조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000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두드림’은 김두관 후보 진영의 팬클럽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