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러분의 가정에서 식사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식사를 단순히 영양 섭취 행위로 본다면 아이가 먼저 먹고 자리를 떠나도 문제 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란 좀 거룩한 행사가 되어야 합니다. 식사할 때는 가능하다면 가족 모두 모이고 같이 끝내야 합니다.
만일 특별한 사정이 있어 아이가 미리 식사 마치고 자리를 떠나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게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어른이 밥숟가락 놓기 전에 먼저 일어나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식사 예절이 엄격했습니다. 밥상에서 먼저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외식할 때도 식당에서 돌아다니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가 가족 모두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면 한 팀이라는 소속감을 느낍니다. 자리를 지키면서 자기 통제력도 키웁니다. 함께 자리를 지켜 다른 가족과 대화하면서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사고력, 창의력, 문해력 등 공부 머리도 기를 수 있습니다. 결국 밥상머리 교육은 단순한 식사 예절을 넘어 식사라는 일상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미래를 준비할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밥상머리 교육은 이유식 할 때부터 시작해야 쉽게 따라옵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규칙으로 정해야 합니다. 차를 타면 반드시 카시트를 사용하는 아이처럼 가정의 규칙을 지키는 습관이 든 경우에는 모든 것을 쉽게 따라 합니다. '아이에게 시켜야 하나', '아이가 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망설이면 그때부터는 어깃장을 놓으려는 아이와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아침에 어린이집 등원 등 바쁜 상황에서도 식사 자리에서 먼저 일어날 때는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있어야 합니다. 어느 선에서 아이에게 먼저 자리를 떠나는 것을 허락할 것인지는 아이가 아닌 부모가 결정할 몫이란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아이에게 너무 설명하거나 설득하려고 하지 마시고 명확하게 지시하면 됩니다. 자꾸 설명하고 설득하게 되면 아이가 주도권을 잡게 되고 그럼 아이 키우기 힘들어집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단순하게 밥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족이 다 함께 즐겁게 식사하고 다 같이 끝내는 일상이 지속되면 행복하고 바른 가정을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정훈은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교육이사,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모유수유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하정훈소아과의원 원장이다. 베스트셀러 육아지침서이자 육아교과서라 불리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기도 하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