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의계약 후 이뤄진 담합도 규제해야”
발주자와 낙찰자가 사전에 계약을 맺기로 합의하는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로 계약하더라도, 이후 입찰 과정에서 다른 참여자를 들러리로 세워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것은 담합행위로 보고 제재할 수 있다는 취지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씨티은행과 JP모간이 각각 제기한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공정위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도로공사 등이 실시한 총 4건의 통화스와프 입찰에서 담합한 4개 외국계 은행들을 적발해 2020년 3월 과징금 총 13억 2100만 원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원심은 문제가 된 통화스와프 입찰이 경쟁 입찰의 실질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담합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두 합의가 있었더라도 입찰이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각 발주자와 낙찰 은행 사이에 체결된 수의계약은 당사자 사이에서만 구속력이 있을 뿐 그 이후에 진행된 입찰절차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공동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은행이 입찰에 참가하거나, 공동행위에 가담한 다른 은행이 합의를 파기하고 발주자보다 더 낮은 원화 고정금리로 견적서를 작성·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 입찰 건과 관련해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의 입법목적에 비춰 보면, 발주자가 행한 위와 같은 방식의 입찰 역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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