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6일 위니아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바뀌는 정관은 신주인수권과 관련된 내용이다. 현재 위니아 정관 제12조 2항은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주 이외의 자에게 일반공모 증자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뀌는 정관에는 발행주식총수 한도가 삭제됐다. 대규모의 제3자 배정 증자를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위니아가 향후 경영권 매각까지 염두에 두는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 나온다. 가령 제3자 배정 증자가 현재 위니아가 발행한 주식 총수(3596만 7295주)의 50% 규모의 신주 발행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제3자는 위니아 지분 33%를 갖게 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대유에이텍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69.03%에서 46%로 희석된다. 그런데 제3자 배정 증자가 발행주식총수의 70% 수준에서만 이뤄져도 제3자는 위니아 지분 41.17%를 보유하게 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0.60%로 제3자보다 더 낮아진다.
이와 관련, 한 기업 IR 담당자는 “경영권을 포기하고 외부에서 대규모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발행주식총수의 65% 수준에서 신주 발행이 이뤄져도 최대주주와 지분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때문에 제3자가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적대적 M&A(인수합병) 가능성까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도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될 가능성을 감수하겠다는 얘기이니 향후 경영권 매각까지 내다본 의도로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니아 앞길의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위니아는 별도 기준 74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69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30억 원) 대비 38%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5668억 원으로 2021년(7139억 원) 대비 21% 줄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28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343억 원)보다 45% 감소했다.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위니아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48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상반기 말 기준 차입금은 2367억 원으로 지난해 말(2224억 원) 대비 6% 늘었다.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는 1588억 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67%를 차지한다. 채권 회수도 미지수다. 올해 상반기 위니아는 계열사 위니아전자에 대한 채권 중 308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계상했다. 현재 전·현직 직원에 대한 위니아전자의 체불 임금, 퇴직금은 4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니아 외부에서도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노동자기업경영분석실은 지난 7월 ‘위니아 경영분석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활동으로만 925억 원이 순유출됐다. 1분기 위니아는 종속기업인 위니아에이드에 주식 일부를 처분하고, 관계기업인 위니아전자 미국법인 주식을 다시 위니아전자에 재매각했다. 단기차입금도 최대한 끌어 쓰고 있다”며 “하지만 현금 유동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어렵다면 매각 외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노동자기업경영분석실은 또 “대유그룹 내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비상장 회사이고 규모가 작거나 위니아전자처럼 자본이 거의 잠식된 회사다. 때문에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여나 출자가 쉽지 않다. 대유에이피 정도가 여력이 있지만 (위니아와) 간접적인 지분관계만 있는 상장회사라 대가 없이 지원하면 소액주주들에게 배임 등으로 고발을 당할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대유위니아그룹이 회사를 계속 지원하는 것보다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경영권 매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니아 노동조합에 따르면 위니아는 8월 30일 기준으로 관리직, 현장기능직 직원들에 대한 임금 약 100억 원을 체불 중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정년퇴직한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12억 원도 미지급 상태다. 김학구 위니아지회 지회장은 “현재로서는 자생이 쉽지 않다. 매각을 하게 되면 제3자와 임금 체불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으로는 6~7곳 정도가 인수 의사를 보였지만 조건이 안 맞아서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당장은 최대주주가 변경되지 않는 한에서 증자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3자 배정 증자가 실시되면 최대주주와 지분 차이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현재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향후 경영권 매각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재 오너 일가는 위니아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은 올해 1월 위니아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향후 승계가 유력시되는 박 회장의 차녀 박은진 상무도 위니아에서 상무직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인 올해 7월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3자 배정 증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나마 사모펀드(PEF)가 관심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치를 높이기 쉽지 않은 회사에 굳이 투자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니아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내부적으로 경영권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임금이 100% 지급이 안 된 것은 아니고 순차적으로 밀려서 지급되고 있다. 4분기에 딤채 판매 시즌을 기점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오너 사임 등 오너의 행보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M&A로 컸지만…남양유업 인수 추진 '낭패'
대유위니아그룹은 1999년 박영우 회장이 자동차시트 제조업체 대유에이텍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회사는 M&A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창업상호저축은행(현 스마트저축은행), 위니아만도(현 위니아),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가장 최근인 2021년 대유위니아그룹은 중간지주사 대유홀딩스를 통해 남양유업 인수를 추진했다. 대유홀딩스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 이행 관련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면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받는 상호협력 이행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한앤코가 홍 회장 측과 대유위니아그룹 간 지분 매각 계약의 이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결국 대유위니아그룹은 인수를 포기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홍원식 회장을 상대로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한 320억 원을 돌려달라는 위약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홍 회장이 승소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2심 판결에서도 패소하면 가뜩이나 그룹이 힘든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으로는 2심 결과에 상관없이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