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우용녀 씨. |
지난 1월 레드힐스에 가입했다가 업체 측 도산으로 피해를 본 회원 A 씨는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7월 말부터 매니저가 전화를 피하더니 갑자기 잠수를 탔다. 올해 1월 399만 원이나 내고 가입했지만 약속된 횟수의 선 자리를 제공받지 못했다”면서 “탤런트 선우용녀 씨가 실질적 대표이사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하니 황당하다. 이건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폐업 직전이었던 지난 7월 초 레드힐스에 가입비 165만 원을 내고 회원가입을 한 B 씨도 업체 측 처사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 업체가 폐업을 목전에 둔 지난 7월 초 B 씨는 가입비 165만 원을 내고 회원으로 등록했다. 계약 당시 업체 측으로부터 이성과의 ‘매칭만남’ 10회를 제공받기로 했다. 이후 B 씨는 7월 둘째 주 무렵 레드힐스가 제공한 2번의 선 자리를 가졌으나 이후 담당매니저로부터 ‘휴가를 간다’는 전화통보를 받고선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다.
레드힐스 회원들에 따르면 이 업체 소속 커플매니저들은 7월 중순부터 마치 계획이나 한 듯이 폐업 직전까지 열정적으로 회원을 유치했다. 그리고 폐업을 코앞에 둔 7월 말경 이 업체 매니저들 모두 돌연 휴가를 떠난 것이다. 그 무렵 정해진 수순처럼 업체 홈페이지가 폐쇄됐고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본사 사무실엔 굳게 자물쇠가 걸렸다. 그 후부터 여태껏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소속 매니저들은 휴가를 간 게 아니라 잠적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해 보였다.
결국 사기를 당했다고 확신한 회원 9명이 일제히 경찰에 고소하면서 일이 커졌다. 15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레드힐스 회원 9명이 ‘100만∼500만 원 상당의 계약금을 지급했는데 업체 측이 사전 통보도 없이 문을 닫아 피해를 봤다’며 이달 초 선우용녀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선우용녀 씨 측 변호사는 “선우용녀 씨는 2009년 공동대표로 합류할 때부터 대외 홍보에만 참여했을 뿐 경영에는 발을 담그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느끼지만 형사상 책임은 없다”고 해명한 상태다.
▲ 레드힐스의 블로그 사이트. 선우용녀 씨가 운영하는 것처럼 사진이 게재되어 있다. |
지난해 2월 국내 유명 결혼정보업체 ‘웨디안’ 대표이사가 ‘묻지마 폐업’ 후 야반도주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 업체는 환경부 장관 출신 유명연극배우 손숙 씨의 대표이사 명패, 사진 등을 사무실에 배치하고 고객을 유치해왔던 곳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다. 당시 손 씨는 “2009년 이미 대표이사직을 관뒀기 때문에 책임질 것이 없다”며 지금 선우용녀 씨 측 주장과 비슷한 말을 했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탤런트 전원주 씨를 자사 대표인 것처럼 내세워 허위 광고를 냈던 사건도 있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결혼정보업체 ‘초이스뱅크’는 2007년 실질적인 오너가 따로 있으면서 전원주 씨 사진을 전면에 세워 공격적인 회원몰이에 나섰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처럼 국내 결혼정보업체들이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유명인물을 앞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업계 베테랑 이명길 커플매니저에 따르면 국내 결혼정보회사는 약 1000곳, 그 중에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최소한의 구색을 갖춘 곳은 100여 곳, 기업 규모로 운영되는 곳은 고작 5~6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경쟁업체는 많은데 일정기간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면서 살아남는 회사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스타마케팅’에 의존하는 업체가 자연스레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결혼정보업체 매출액 상위 5곳 중 3곳이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운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은막의 스타 엄앵란 씨, 방송인 최송현 씨 등이 모델로 나선 닥스클럽, 행복출발 등이 해당 업계 매출 순위 5위 안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결혼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레드힐스 사태에 대해서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명업체 커플매니저는 “레드힐스 정도면 선우용녀 씨가 모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업계 5~6위권에 들던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솔직히 우리도 놀랐다”면서 “연예인 마케팅만이 답이 아닌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전문적인 업체 정보가 없는 소비자 입장에선 광고모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혹시 모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이명길 커플매니저는 “건실한 결혼정보업체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결혼정보업체 회원 가입 시 광고모델보다는 회원활동과 관련된 수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체의 기업공시, 매출액, 공개된 회원 수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결혼정보업체는 회원 수가 많을 경우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소속 커플매니저들의 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업체에 소속된 커플매니저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회원 수가 많기 때문에 매칭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예를 들어 회원 수 10만 명 이상이라고 홍보하는 업체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업체 소속 매니저가 80명밖에 안된다면 명백한 허위광고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등록된 회원 수의 경우 온라인 회원이 포함된 수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온라인 회원의 경우 심심풀이로 등록한 ‘유령회원’이 대다수이기 때문. 이어 이 커플매니저는 “모델 인지도만으로 가입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수를 두는 거나 마찬가지다. 결국 성혼에 이르게 해주는 것은 연예인 모델이 아니라 노련한 매니저의 능력에 달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