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획득에도 ‘투수 운영’ 비난 여론…KBO리그서도 불펜 3연투 이상은 안 하는 추세
어린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우리 대표팀은 2015년부터 5개 대회 연속 4강 진출 기록을 이어갔다.
반면 그림자도 짙었다. 대표팀은 위기마다 한 투수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천고 투수 김택연에 대해 혹사 논란이 불거졌다. 김택연은 대회 초반 일정에서는 휴식시간을 보장받는 듯했으나 막판 5일 연속 등판으로 몸을 불살랐다.
김택연은 이번 대회 6게임에 나서 2승 0패, 평균자책점 0.88 29삼진을 기록했다. 29삼진은 대회에 나선 전체 투수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 기록이었다. 공동 2위 3인의 기록은 15개였다.
김택연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선정한 대회 올스타 11인에 지명타자 부문 이상준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김택연이 구원투수 부문에서 대회 올스타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김택연은 최종전을 제외하면 이번 대회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대회 기간 소화한 16이닝은 전체 투수 중 2위 기록이었다. 김택연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일본의 마에다 유고였다. 그는 선발로만 세 경기에 나서 긴 이닝을 책임졌다.
김택연의 혹사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연투 탓이다. 김택연은 9월 6~10일 5일 연속 마운드에 올랐다. 2일과 4일 하루 간격을 두고 구원 등판했던 김택연은 6일 푸에르토리코전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섰다. 선발 박기호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사이 2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흔들리자 코칭스태프는 곧장 김택연을 냈다.
문제는 기후 사정으로 푸에르토리코전이 우천 서스펜디드 경기가 됐다는 것이다. 6일까지 21구를 던지던 김택연은 이튿날에도 이어 등판, 19구를 더하며 3이닝을 소화했다.
김택연의 활약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미국-네덜란드-미국으로 이어지는 연전에서 계속 등판했다. 8일 미국전에서 선발 황준서가 4.2이닝 4실점으로 흔들리자 구원 등판했고 네덜란드전에서도 2점차 승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섰다.
동메달 획득 여부가 달린 최종전에서는 이번 대회 처음 선발로 나섰다. 5일째 경기에 나선 김택연은 7이닝 동안 삼진 9개를 곁들이며 완봉승을 거뒀다. 대회 기간 11일, 6경기에 등판(7일 등판)한 그가 기록한 투구 수는 247구였다.
최근 들어 선수들의 혹사는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KBO리그에서도 불펜 투수의 3연투 이상은 안 하는 분위기다. 어린 선수의 경우라면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과거 많은 혹사 사례가 나왔던 고교야구의 경우 투구 수 제한 제도가 도입돼 시행 중이다. 우승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상황에서도 한계 투구 수에 다다르면 에이스 투수는 마운드를 내려와야 한다.
고교 무대에서 많은 공을 던진 투수들은 프로 입단 이후 관리를 받는다. 한국 야구가 주목하는 유망주 중 한 명인 문동주(한화 이글스)는 데뷔 시즌인 지난해 두 번의 부상을 겪으며 1년간 13경기 28.2이닝만 소화했다. 한화는 문동주가 2년 차를 맞은 올 시즌, '관리'에 나섰다. 시즌 종료까지 20경기 이상 남겨두고 있지만 문동주의 1군 등판은 마무리됐다. 목표했던 120이닝을 소화한 이후 다음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김택연의 연투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U-18 대표팀의 결과를 위해서 선수가 희생을 당했다는 지적이다. 한 야구인은 "경기장에서만 247구다. 불펜 투구를 포함하면 10일 남짓한 기간에 350구 가까이 던졌다는 의미"라며 "9명의 투수가 엔트리에 있는데 팀 운영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야구인은 대회가 열리는 장소에 대해 언급했다. 대만 타이베이는 서울에 비해 저위도 지역으로 9월에 들어선 이후로도 체감기온이 35℃를 넘나든다. 9월 평균 강수량이 300mm에 가까워 습도마저 높은 곳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은 이 시기 대회가 열려서는 안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정오, 오후 3시에 경기가 진행됐다"며 "날씨 탓에 선수가 느끼는 피로감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팀을 이끈 이영복 감독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는 "대회 규정이 있고 투구 수나 휴식일 등을 규정에 맞춰 운영했다"고 했다. 다만 "투수 쪽에서 김택연이 가장 많이 고생해 줬다"며 김택연을 특별히 언급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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